시골살면서 생긴 몇 가지 안 되는 취미 중 하나가
옥천의 안내토기 구경가는 일이다
나는 원래 도시 살 때 부터 취미가 그릇 콜렉션이었으니 말할 것도 없고
시굴사랑은 항아리만 보면 웬지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며
길가 골통품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광명단이 들어간 항아리인지 아닌지
내가 물어 확인할 정도다
수년전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큰 오라버니가
군복무를 옥천에서 하셨는데
그 때만해도 오지중 오지라
산수가 얼마나 아름다왔는지 제대하고도 내내 그 곳 얘기를 하셨다
부모님은 종로에서 일본책 직수입 서점을 하고 계셔서
면회 한번 못가시고
우리는 다 어려서 학교 다닐 때이긴 했어도
왜 한번 면회도 못 갔을까
어머니 말씀은 교통불편하고 고생하신다고
한사코 면회 한번 못오게 했다고 마음아파 하신다
형제들이 장성해서 각자 가정을 꾸리고 사노라고
시골에서 목장을 하시던 오빠를 생전에 자주도 못찾아 뵜다
유언 한마디 없이 속절없이 홀연히 떠나셨으니
옥천 어데 복무하셨댔는지
옹기 사러 아름다운 안내면에 갈 때 마다
휑한 마음으로 잘생기고 맘씨좋았던 오빠생각을 한다
요사이는
싸하니 아픈 지나간 날의 그리움들이
되레 고단한 삶에 생기를 준다...
평생 서점하시며 다섯아이들 다 대학보내시느라고 허리가 휘어서
부업으로 양계장까지 하신다고 서울 박석고개 들어가기 전까지는
(50-60년대) 서울 한복판 원남동 서울대학병원이 바라다보이는 곳에서
창경서원이란 서점을 하셨다
자연을 별로 접할 기회가 없이
바로 앞 창경궁(동물원)이나 안양 유원지
뚝섬 워커힐 동산이나
몇년에 한번 가보는 게 고작이었는데
갈현동으로 이사를 하니
지금으로 치면 화천의 선이골아이들 처럼
우리 모두 자연 풍광에 쇼크에 가까운 감동을 받았다
4.19나던 해였는데
서울의 끝이라 호야로 불을 켜고 살았고 (몇해 있다가 전기가 들어왔다)
가물가물한 기억으로는
생전처음 보는 집채만한 낟가리 속에
도둑 고양이가 낳아놓은-
아기호랑이같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새끼고양이들을 보며
마치 내가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같은-
만화영화 속에 들어간 신비감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지금 이 험한 다락골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건
그때의 아름답고 고요한
내 유년기의 四季가 각인되어서 일게다
옹기그릇을 이고 지고? 가끔 옥천 다녀오는 길은
내게는 항상 신나는 휴가길이다
가을 철이면 빛깔 선명한 고운 단풍에
비와서 공치는 여름날은
차창밖으로 차례로 넘겨지는
스케치붘 속 수채화
이번엔 15리터 들이 되는 직화그릇(손잡이 달린 냄비용도 )을 만원에 사왔는데
어찌나 마음에 드는지
두텁고 무거운 뚜껑이 눌러주니 압력솥의 효과도 보고
처음 데울 때 시간이 걸리는 듯해도
일단 끓으면 약한 불로 줄여도 푸욱~~익어가는 길로 곧장 달린다
오늘 아침은 시레기를 된장에 버무려 두었다가
마늘 듬뿍 , 양파는 통째로 넣어
국물적은 찌게처럼 나물처럼 푹 쪄서
손두부구이와 같이 동거인 도시락도 싸보냈다
며칠 전 작은 놈 왔을 때
큰 맘먹고 유기농매장에서 잘 안해먹던 돼지갈비를 사다
이 옹기그릇에 조리를 해 봤는데
아들 놈 말이 맛이 다르다고 한다
야채스프 끓이는 그릇도 전전에 갔을 때 주문하고 왔는데
아직 가마에서 안나왔다
안내토기 -충북 옥천군 안내면
043-732-6464
괴산 장연면에 사는 부부 소개로 왔다고 하세요
가정에서 야채스프 끓일 정도 크기로 주문을 해서
아마 여러개 만들어져 있을 거에요
소량 맞춤이라 아무래도 비싼 듯 해서
함께 주문하면 단가를 좀 낮출까 해서 정보를 올립니다
(아니면 흑염소 끓이는 큰 사이즈만 만듬)
뚜껑까지 4만 5천원인데 저는 친구 것과 함께 3개 주문했고요
4만원 정도 낮추면 웬만하면 다 살 수 있지 않을까..
해로운 유약을 쓰지않고
잿물과 흙만을 사용해서
조금 약한 게 흠인데
너무 세지 않은 불로 잘 쓰시면 괜찮습니다
깨지지 않고 터지면 교환해 줄거구요
시골은 앨피지라서 화기가 도시가스 보다 약해서 쓰기가 더 좋습니다
일반 식기가 급에 따라 2-3천원
다소 큰 그릇은 보통 5천원 정도
직화옹기는 높은 열로 구워 좀 비쌉니다
너무 센 가스불로 구운 고급 옹기는
오히려 숨구멍이 작아져 그릇이 숨을 잘 못 쉰답니다
(옛날에는 장작을 썼으니 고온도 일정온도까지만 올라갔겠지요)
기계로 찍지 않고 손으로 빚어
구부렁
뭉텅 뭉텅
투박한 질감이 오히려 정겨워요
다소 무거운 것도 흠이고
언제나 항상 항아리가득찬 뜰안을 지키시는
쥔 아주머니도 7-8년 다니다보니
항아리처럼 보이데요 ^^
* 옹기그릇은 파손염려로 택배가 안되요
옹기그릇을 쓰면 세상의 공장도 많이 줄어들거고
쓰레기도 덜 나오고..
놀토에 가족이 함께 가보세요
오가는 길이 아름답습니다
정지용님의 시도
멋지게 부르면서..
첫댓글 글 내용이 옹기 항아리처럼 질박하고 정겨워요. 저도 광택 없는 거무튀튀한 항아리들을 보면 시굴사랑님처럼 푸근해지던데. 나중에 저희 장독대 구경오세요.
요사이는 좀 쉬시나요? 시집 장가가기보다 힘든 게 땅 구히는 거라던가..좋은 소식 기대하며 며칠 전 인다락 다녀왔어요 빈집 있는 곳은 무척 시끄러운 곳이더군요
내일 문경에 다시 갑니다. 그곳에서 만난 분에게 부탁했었는데 두어 군데 준비해 놓았으니 보러 오라네요. 인다락 빈집은 시끄럽기도 하고, 그나마 전 세입자가 임대 계약을 끝내지 않은 채 도망가서 주인조차 들어갈 수 없는 상태래요.
마음에 맞는 곳을 만나셨는지요 시간이 넉넉하면 즐기면서 둘러볼 수 있으련만
제것도 주문 해 주시와요... 다락골 들른다고 맘만 먹다 시간이 자꾸 흐르네요...( 이제사 집안 대소사는 일단락되었고..부활주일 지나고 연락할게요~) 먼저 가까운 옥천 옹기가마부터 들러볼거나.....?
다음 주 수요일쯤에 나온다고 하니 들러보세요 대전에선 아주 가깝습니다 장연사람들이 맞춘 가정용 사이즈라고 하세요 뚜껑값을 계산하면 4만 오천원-4만원이 될것 같네요그런데 원하는 크기로 나왔을 지 제가 아직 확인못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