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A 첫 상용화, 4세대에선 원천기술 보유할까 (상)
[분석] 20돌 맞은 이동전화서비스..차세대 주도권 확보 과제 산적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이승훈(youngleft) 기자
▲ 우리나라 이동전화 서비스가 20돌을 맞았다. 현재 세계 각 국들은 차세대 기술 표준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사진은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시청앞 광장 거리응원에서 "IT강국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사회자의 제안으로 '휴대폰 불빛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모습.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1995년 10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의 임직원들은 경인고속도로에서 CDMA(부호분할다중접속)상용화 필드테스트에 한창이었다. 50여대의 차량에 나눠 탄 이들은 서로 돌아가며 이동전화로 시험통화를 했고 통화는 한번도 끊기지 않았다.
실험은 대성공. 미국의 자그마한 벤처회사 퀄컴이 개발해 장롱 속에 넣어 두었던 CDMA가 우리나라 연구진들의 4년여의 노력 끝에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열매를 맺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1996년 1월 1일 한국이동통신은 인천과 부천 지역에서 CDMA 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그리고 4월에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으로 서비스 지역을 성공적으로 확대해 전세계 이동통신업계를 놀라게 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CDMA 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가 이동통신 산업의 이방인이었던 한국에서 최초로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CDMA 첫 상용화
국내에서 CDMA 상용화 이전의 이동전화는 모두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1984년 4월 한국이동통신에 의해 차량용 이동전화 서비스가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됐지만, 아날로그 방식은 통화품질이 떨어지고 통화 끊김 현상도 자주 일어났다.
이 때문에 국내 뿐 아니라 당시 전세계 이동통신업계에서도 수요에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는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그러나 디지털 방식 중에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가 문제였다.
1990년대 당시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시분할다중접속(TDMA)에 이어 유럽방식(GSM)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CDMA 방식은 주파수 활용의 효율성이 유럽방식에 비해 높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기술 구현이 까다롭고 어느 나라에서도 성공한 전례가 없던 터라 상용화 성공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체신부(현 정보통신부)는 1992년 12월, 이동통신 기술의 표준을 CDMA로 단일화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으로 상용화의 첫 발은 내디뎠지만 당시 국내의 취약한 기술력 때문에 새로운 디지털 이동통신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 SK텔레콤 직원들이 지난 1월 경기도 이천시 미래경영연구원에서 중국 이동전화 2위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 직원 14명을 대상으로 CDMA 무선망 최적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2004 연합뉴스
초기 성과가 부진하자 90년대 중반 상용화를 목표로 했던 체신부는 위기위식 속에 한국이동통신 산하에 '이동통신 기술개발 사업관리단'을 발족시켰다. 그리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민간업체를 참여시켜 민관 합동 프로젝트를 마련, 세계 첫 CDMA 상용화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냈다. 그로부터 4년뒤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 성공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한국에서 처음 시작된 CDMA는 이후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2003년 말 현재 63개국 178개 사업자가 CDMA 방식의 서비스를 채택하고 있을 정도다. 또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던 유럽방식을 따라가지 않고 CDMA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기술종속국의 오명도 벗었다.
유럽방식 수입하지 않고 독자 기술 개발로 기술종속국 오명 벗어
이전에 우리나라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장비와 단말기를 외국업체들로부터 수입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스템과 단말기를 직접 만들어 공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CDMA 상용화 이후 삼성전자가 99년 글로벌 기업인 허치슨사의 CDMA 시스템 장비의 납품권을 따낸 이래로 CDMA 시스템 수출액은 96년 185만 달러에서 2003년에는 4억달러로 급성장 했다.
정부차원에서도 해외진출 지원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CDMA 기술의 확산과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의 해외진출 확대를 위해 2001년부터 'CDMA벨트'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통부는 중국, 일본 및 베트남, 몽골, 호주 등을 아우르는 아시아 태평양 CDMA벨트를 형성하고 향후 중동, 아프리카,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로 CDMA를 확대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CDMA가 유럽방식에 비해 약점으로 평가받고 있는 국가간 로밍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매년 'CDMA 글로벌 로밍' 심포지움을 개최해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 서비스 업체의 해외진출 본궤도에 진입
각 사업자별 해외진출도 서서히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SK텔레콤은 99년 3월 몽골의 제 2이동통신 사업자 스카이텔(SKYTEL)에 현물 출자해 같은 해 7월 아날로그 방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1년 2월에는 CDMA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가입자는 6만2000명을 확보했다.
또 2000년 4월 베트남에 진출해 LG전자, 동아일레콤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또 2001년 9월에는 CDMA 이동전화 서비스 사업권을 획득, 작년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가입자 5만5000명을 확보한 상태다. 중국의 경우에도 2001년 2월 상하이 등 14개 성에 대해 망설계와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2003년 3월에는 차이나유니콤과 무선인터넷 합자기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 KTF 남중수(왼쪽) 사장과 대만 비보텔레콤 략 슈 회장이 지난 8월 26일 타이베이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CDMA 공동 발전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04 연합뉴스
KTF는 2002년 인도의 CDMA 사업자인 릴라이언스사의 네트워크 최적화 구축을 위해 컨설팅을 제공했고, 2003년 5월에는 인도네시아의 CDMA 사어자인 모바일-8사에 컨설팅을 제공했다. 2004년 4월에는 중국 차이나유니콤의 광동성에 대한 CDMA망 설계를 맡기도 하는 등 주로 CDMA 망 국축 컨설팅을 통한 해외사업을 진행해 왔다.
LG텔레콤도 2002년 7월 뉴질랜드텔레콤과 네트워크 기술 공유, 서비스 공동개발 등에 대한 상호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네트워크 구축 및 최적화를 위한 컨설팅도 제공하기로 하는 등 해외사업을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성장의 한계에 접어들고 있고 업체들의 매출 증가율이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비하면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의 해외진출은 미흡한 점도 없지 않다.
세계 유수의 사업자들 해외사업 비중이 더 높아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의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는 명성에 비해 너무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보다폰, T모바일, 오렌지 등 세계 유수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해외 가입자와 매출 비중이 50%를 넘기고 있는 것은 국내 사업자들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이동통신 서비스를 위한 대규모 투자보다는 무선인터넷 플래폼 수출이나 망구축 기술 이전과 컨설팅 등의 위험이 비교적 덜한 해외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만큼 해외에서 이동통신 사업권 획득을 통한 직접 서비스 제공을 위해 투자를 확대해야한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도 서서히 해외사업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각 업체들의 글로벌 사업의 전략이 무선인터넷 플래폼이나 망구축 기술 수출보다 직접적인 이동통신 서비스 제공에 더 큰 비중을 둬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사업 확대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향후에도 지속적인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넘어야할 문제는 또 있다. 신규 서비스에 대한 투자 부족이 그것.
향후 차세대 이동통신 산업에서 통신강국의 면모를 지켜가는데 투자 부진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해야한다는 점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영상과 음성을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는 3세대 이동통신 WCDMA에 대한 투자 부진이 대표적인 경우다.
최근 WCDMA 사업권을 쥐고 있는 SK텔레콤과 KTF가 내년 말까지 25만명의 가입자 확보를 목표로 서비스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가입자 수나 망투자 규모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차세대 서비스에 대한 투자 부족 우려
치열했던 경쟁을 물리치고 사업권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WCDMA가 이미 서비스 중인 'CDMA20001x EV-DO'에 비해 전송속도나 서비스 내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과 KTF는 전송속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된 3.5세대 방식의 WCDMA 기술이 상용화되는 2006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들어 유럽에서는 WCDMA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보다폰이 올 연말에 WCDMA 상용서비스를 시작하고 허치슨도 WCDMA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T모바일, 오렌지 등 유럽의 다른 사업자들도 WCDMA 서비스에 가세할 수밖에 없다. 유럽지역에서는 우리보다 한발 앞서 WCDMA 서비스가 크게 확대될 예정인 것이다.
특히 이통사들의 WCDMA 투자가 부진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시스템 장비 개발 투자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연쇄 효과도 나타나고 있어 차세대 이동통신을 위한 투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이동통신 산업의 리더로 남기위해서는 원천기술의 확보도 꼭 풀어야할 숙제 중 하나다. 사실 우리나라가 CDM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했지만 원천 기술은 퀄컴에게 있어 국내 업체들은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했다.
지금까진 원천기술 없어 막대한 로열티 물어와
또 이동통신 산업이 1세대 아날로그 방식에서 2세대 디지털 방식, 3세대 IMT-2000(WCDMA)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항상 한걸음씩 늦었다. 그러나 2010년 쯤 본격적으로 상용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4세대 서비스에서는 상황이 달라져야한다.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WCDMA보다 최대 500배 빠른 1Gbps(정지시)에서 100Mbps(이동중)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기반으로 화상전화와 주문형비디오 등 통신과 방송이 완벽하게 하나로 융합된 통신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각국들은 4세대 서비스 관련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럽지역에서는 노키아, 에릭슨, 지멘스의 주도로 4G 관련 포럼 'WWRF'(Wireless World Research Forum)를 구성해 4G 기술 트렌드를 공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일본도 NTT도코모의 주도로 200여 회원사들이 4G 기술 표준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업체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국내에서 70명, 해외에서 20명 등 총 90명이 활발한 표준화 연구활동을 벌여 현재 주파수, 서비스 비전, 무선접속 기술 등의 부분에서 220여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또 각종 4G관련 표준포럼에 적극 참여해 이중 7석의 의장단을 확보 4G 기술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정보통신 부문 연구개발비의 30%를 시스템 표준화 등 4G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비의 비중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지난 8월 23일부터 이틀간 제주에서 열린 '삼성 4G포럼 세계대회'에서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지금까지 2세대와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표준은 모두 미국과 유럽 방식이었지만 4세대 이동통신은 우리가 주도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 LG전자가 지난 6월부터 중국에 GSM 및 CDMA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월드폰'(모델명 : LG-W800).
ⓒ2004 연합뉴스
4세대에서는 원천기술 없는 설움 씻을 수 있을까
LG전자와 팬택앤큐리텔도 최근 4G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결성하는 등 차세대 기술 표준 확보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부도 4G 표준 확보를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올해 155억원, 내년에 178억원의 예산을 지원, 기술개발과 산업기반 조성하고 지적재산권 확보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정부 주도의 4G 연구에 삼성전자, LG전자, KT, SK텔레콤 등 18개 업체가 공동 보조를 맞추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 선점을 위한 기술경쟁은 이미 출발 총성이 울렸고 세계는 기술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잰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과연 4세대 이동통신에서는 우리나라가 원천기술 없는 설움을 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