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에도 랜디 존슨·커트 실링(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그레그 매덕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케빈 브라운(LA 다저스) 등 훌륭한 투수가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연륜이나 역할 등에서 박찬호의 라이벌은 결코 아니었다. LA 다저스 입단 동기인 대런 드라이포트가 있었지만 같은 팀인 데다 드라이포트가 잦은 부상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아메리칸리그는 다르다.
우선 아메리칸리그 당대 최고의 투수인 페드로 마르티네스(30·보스턴 레드삭스)는 태생적으로 박찬호의 라이벌이다. LA 다저스에 있다가 박찬호가 다저스에 입단하는 바람에 몬트리올 엑스포스로 쫓겨난 마르티네스는 이후 대투수로 성장, 지금은 오히려 박찬호보다 한수 위의 투수로 부쩍 성장했다.
같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팀 허드슨(26)·마크 멀더(24)·배리 지토(24) 등 '영건 3인방'은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박찬호가 반드시 넘어야 할 라이벌. 모두 20대인 데다 구위도 뛰어나 이들과 박찬호의 대결은 벌써부터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박찬호는 올시즌 이들이 지키고 있는 오클랜드와 20차례나 경기를 벌여야 한다. 특히 지토는 박찬호처럼 기수련을 하는 투수. 박찬호가 불교에 바탕을 둔 참선을 한다면 지토는 도교에 바탕을 두고 정신을 단련해 둘의 '기싸움'이 더욱 관심을 모은다.
프레디 가르시아(25·시애틀 매리너스)는 박찬호와 투구스타일에서 '판박이'처럼 닮았다는 점에서 둘도 없는 라이벌이다. 시속 153㎞의 빠른 공에 낙차 큰 커브를 주로 던지는 가르시아와 박찬호는 모두 올시즌부터 팀의 붙박이 에이스가 돼 팀의 운명을 두 어깨에 걸머지고 있다.
라이벌들은 서로에게 발전적인 자극을 유도하면서도 서로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한 울타리 안에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과 '사이영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놓고 자웅을 겨룰 박찬호와 라이벌들의 승부가 벌써부터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