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의 계절이 되면 벌교를 찾는다..
십이월로 접어들면 꼬막을 먹으러 벌교엘 갑니다.
이때부터 산란기 직전인 초봄까지가 꼬막이 살이 젤 통통하고 맛있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편하게 꼬막을 사먹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겨울초입에 꼬막을 만나러 가는 여행이 제게는 설레는 기다림입니다.
벌교에선 꼬막집으로 국일식당이 제일 유명하지만 올해는 태백산맥식당을 찾았습니다.
벌교앞 여자만 갯벌속에서 찰지게 자라나는 꼬막이야기를 조정래의 태백산맥에서 다시 만났었던 기억에^
조정래는 꼬막의 주름골을 보며
한 많은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의 주름살을 떠올렸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뻘밭에서 뒹굴며 자란 골깊은 꼬막의 모습에서
질곡의 역사속에서 고단하게 살아온 민중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거지요.
선수머리나 대포항..스케치여행 갔다가 만난 벌교의 마을들입니다.
거기서 꼬막을 잡는 아주머니들 집을 따라가 댓가 없는 푸짐한 밥상을 받아보기도 했고
돌아오는 길에 뻘 속에서 건져낸 꼬막 한 바가지를 바가지를 쓰며 사 온 적도 있습니다
모두 다 즐거운 추억들입니다ㅎㅎ
꼬막의종류
꼬막의 종류는 크게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으로 나뉘는데
참꼬막은 털이없고 럭셜한 맛으로, 제사상에 올리는 꼬막입니다.
요즘은 값이 너무 비싸고 판매처도 별로 없어 귀하고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데요
촉촉한 육즙이 많아 간간하면서 쫄깃쫄깃하고 알큰한 맛이 일품입니다.
껍질까지 들고 후루룩 핏물을 마시면 짭조름하고 배릿한 진한 맛이 입안에 가득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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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오늘 제가 구매한 새꼬막은 대중적인 가격만큼 맛도 대중적입니다.
참꼬막보다는 육즙이 적고 깊은 맛이 살짝 부족하지만
대신 통통한 살을 즐기는 분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골이깊어 손톱으로 까기가 편한 참꼬막과 달리 골이 없어 손톱으로 까기 힘들어
똥꼬쪽으로 깐다해서 똥고막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넘 재밌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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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꼬막의 제왕인 피꼬막!
크기나 맛에서 다른 꼬막을 능가하는 데다
꼬막 중 유일하게 헤모글라빈을 함유하고 있는 건 이 피꼬막이라고 하는데 맞나요?
이런건 당연히 날것으로 먹어주는 센스~
핏물이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살큼 익혀 숙회로 먹어도 좋지만
가능한 새로운 맛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야만스럽게 먹는다는 건 날것으로 먹는게 아니라 어쩌면
식재료가 가진 맛의 성질을 지나치게 왜곡시켜 먹는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피꼬막의 배릿하고 쫄깃한 날것의 맛에서 바다가 밀려옵니다. ㅡ꼭 도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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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 삶는 법
꼬막 삶는법은 집안마다 다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뜨거운물에서 끓이듯 삶으면 질겨진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물이 어느정도 끓으면 꼬막을 넣고 한쪽방향으로만 저어주는데요~
제가 삶는 방법은 좀 더 간편한 방법입니다.
물이 끓으면 꼬막을 넣고 바로 불을 꺼주는 것.
물속의 남은 온도로 저절로 익게하는거죠.
핏물이 배인채 먹고싶으면 30초 이내에 곧바로 꺼내고
좀 더 익히고 싶으면 물속에 좀 더 놔두면 됩니다.
굳이 한쪽방향으로 저을 필요도 없이 초보자들도 손쉽고 맛있게 꼬막을 삶는 방법이지요^^
이번에 우리 까페에서 구매한 꼬막을 삶아봤습니다.
잘 삶아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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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도착한 순희표 꼬막~
크리스마스 점심식탁을 위해 급히 공수해온 목포순희네 새꼬막과 피꼬막입니다.
이런 추운 계절에 꼬막에 굳이 얼음을 채워올 필요가 있을까싶은데 안전하게 얼음꽁꽁 묻혀왔네요.
요녀석들이 너무 추운지 첨에는 기절한 상태였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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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꼬막은 이렇게 깨진 것이 몇 개 있었는데 껍질이 약해서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양식 피꼬막이지만 자연산과 굳이 구별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런 어패류는 양식이냐 자연산이냐 보다는 얼마나 선도가 좋냐가 관건인 듯 합니다.
바다의 내음을 그대로 간직한 선도를 지녔다면 굳이 양식과 자연산 구분이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피조개는 날 것으로 먹을거라서 소금물에 30분간 해감했습니다.
해감을 할 때 하루저녁 내내 한다고 하는 분들 계시던데 그렇게 긴시간까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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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조개를 까는건 힘들지 않습니다. 똥구 쪽을 비트는 고난도는 숙녀분들께선 지양해주시구요~
그냥 칼로 살짝 벌린후 숟가락으로 입을 벌려주면 됩니다.
숟가락을 이용해 관자를 긁어내 떼어낸 후 껍질한쪽에 담아서 세팅해주세요.
기호에 따라 참기름과 쪽파를 곁들여 먹기도 하는데요,
참기름은 살균작용을 하고 쪽파는 배릿한 내음을 잡아주니 그렇게 해서 드셔도 됩니다.
하지만 전 배릿한 내음을 즐기는데다 날것의 신선함이 좋아서 그냥 그대로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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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꼬막은 고무장갑을 끼고 박박 문질러 씼었습니다.
3킬로 중 절반을 삶았는데 뻘이 든 건 한 개, 선도가 떨어져 상할듯 말듯 한 것은 두개였습니다.
그동안의 노하우로 그런 녀석들은 금방 골라냈습니다 ㅎㅎ~
이번 꼬막은 굳이 해감을 할 필요가 없었어요.
뻘 없이 아주 깨끗하네요. 그래서 해감시간 삼십분 절약^
꼬막크기가 약간 섞여있는건 자연산의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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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다양하지만 가장 맛있는건 막 삶은 꼬막을 그냥 까먹는거!
그리고 기본적 반찬 몇가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꼬막초무침이나 꼬막전 같은거 보다는 그냥 꼬막양념을 바른 요 반찬이 젤 좋습니다ㅎ~
집집마다 상에 놓이는 요 맛난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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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맛있게 먹는건 꼬막장입니다.
꼬막 삶은 물을 버리지 말고 요렇게 꼬막장을 해먹으면 겨울날 뜨끈하고 얼마나 맛있는지요!
데치고 남은 물에 약간 짭조롬하게 국간장으로 간을 하고 파르르 끓이면서
먹기편하게 절반을 깐 꼬막을 집어넣고
참기름, 마늘, 대파를 넣고 마지막에 깨를 비벼서 뿌려줍니다.
칼칼한 고춧가루도 한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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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해서 밥을 먹으면 밥맛이 솔솔~
어렸을 적 외할머니의 겨울 별식반찬이었습니다.
근데 이 꼬막장은 아무래도 새꼬막보다는 육즙이 풍부한 참꼬막이 더 맛있는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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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후기에 올리려고 한 글이 느닷없이 요리방으로 오게되었습니다.
구매후기방을 쏘가리님께서 차지하고 계셔서! ㅎㅎ~
여러분 내일 꼬막 받으시면 맛있게 해드시기 바랍니다.
하루 더 일찍 받은 제게 궁금한 건 질문해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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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혹시 죽은 꼬막 구분 못하시는 분을 위해 하나만 알려드릴게요.
싱싱한 꼬막은 외부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요렇게 계속 혀를 빼물고 있는 놈은 이미 죽어버린 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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