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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치다> 고이즈미 타카시 감독, 드라마, 시대극, 일본, 91분, 1999년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조감독이었던 고이즈미 타카시 감독이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남기고 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작품이 순하고 격조있다. 아름답다. 서로의 진심을 알아보고 인정해주는 부부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인정이 사무라이라기보다는 글 읽는 선비와 같은 주인공의 모습 속에 참으로 강한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결과가 아니라 동기 안에 담긴 사랑이며 우애라는 메시지는 불운한 자에게 위안이 되는 말이다. 세상엔 온통 결과만 판단하기 급급하다. 아무도 동기를 묻지 않고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진실은 진심은 그래서 언제나 묻힌다. 그게 서글프다. 그래서 나는 결과는 묻거나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결과에 대한 판단은 내 관심이 아니다. 그것이 길을 가는 사람의 나침판이 되리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며 트로트풍이 일본의 민요에서 연유한 것임을 새삼 실감했다. 길가에 보이는 집채만하고 산만한 삼나무는 얼마나 압도적인가? 그런 나무가 있는 자연이 있고, 또 그것을 보며 감탄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주인공이 자신의 상념을 다스리기 위해 산책을 하며 몇 걸음 걷다 칼을 한번 휘두르고 주의해 꽂고, 다시 몇 걸음 걷다 한번 베고 주의해 꽂는 모습을 보며, 과정 자체를 정신수양으로 삼는 검도의 아름다움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일본문화가 매력적인 것은 그런 선적 맛이 나는 정신성과 도덕성을 행위 속에 찾는다는 것이다. 일본 특유의 격식이 번거롭고 가식적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것이다. 그들은 생활의 일상 하나하나의 가치를 음미하는 눈을 기르고 소중히 하는 점이 있다. 우리 민족의 자유분방함과 파격이 생동적이라면, 일본 문화의 격식은 다른 질감을 보여준다. 서로의 차이와 차이에서 비롯되는 장단점을 아는 것은 이해에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 시놉시스 =
야마모토 슈고로 단편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가난한 사무라이 부부가 우연한 기회에 출세의 길에 들어서게 된 이후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유명한 코이즈미 타카시의 감독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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