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운동을 하지 않아도 머릿속에는 공원의 낙엽과 아직도 물기가 마르지 않아 녹색으로 남 아 있는 가로수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선명하다. 이제야 가을을 느끼려 하는데 가을은 저만치가버리고 나뭇잎이 낙엽이 되기도 전에 겨울로 접어들어 사람들의 몸을 옴츠리게 하고 의복을 바꾸어 놓았다. 살고 있는 동내는 단독주택이 밀집된 곳이라 주인들이 세를 밭기 위해 조밀한 방들을 만들 어 가계에 생계를 꾸려가는 집들이 많았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삶의 질이 개선되고부터 이곳은 빈민가로 변하고 재개발이라는 바람이 불어 집들은 낡아도 고치려 들지 않는다. 도시가스가 들어간 집이 있는가 하면 개발이 될 것을 예산하여 돈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며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집도 있고 아직도 연탄을 고집하는 집도 있다. 개발은 늦추어지고 페인트는 벗겨지고 투기꾼들이 집을 매매하고 살지 않아 빈집도 더러 있 어 흉가처럼 변한 집들도 있다. 세 들어 사는 사람들도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전세를 살고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글세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주인이나 별반 다를 것 없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방 하나에 주방 기구도 별로 없는 부엌 이며 냉장고를 좁은 방안에 들여다 놓을 정도의 80 년대 살림살이다. 이사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꿈을 안고 시골에서 혼자 올라와 도회지 살림을 시작하는 사 람들도 있지만 사업을 하다 부도를 내었거나 카드 빗으로 가정이 파산된 사람들이 집세가 싼 집을 찾다 흘러온 사람들이기에 모두가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젊은 새댁들도 빠듯한 도회지 살림에 구술 꿰기나 꼬마전등을 조립하는 가내 공업을 해가 며 남편의 작은 수입을 매 꾸어 나가며 가난한 생활을 꾸려가는 것을 본다. 항상 모자라는 살림살이지만 살아가는 곳은 마찬가지로 먹고살아야 하고 집세도 내어야하지 만 아이들을 학원에 보네야 하고 과외도 시켜야한다. 교육이라도 시켜 가난을 물러 주지 않겠다는 부모들의 마음은 어디나 같다, 수능일자는 어김없이 찾아오고 얼마 전에 추위를 비켜서 시험 일자를 변경했지만 일찍 찾아 온 추위는 그들의 마음처럼 반갑잖게 또다시 찾아 왔다. 부모들은 그들이 믿는 신에게 추위를 무릅쓰고 산위에서 바위 밑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녀를 위해 손을 모은다. 그리고 합격이 되면 그 신에게 감사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자기가 원하는 데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런 지극정성인 부모를 가진 아이들이 합격을 많이 하는 것은 부모가 지금까지 자녀를 돌보는데 혼신의 힘을 아끼 지 아니하고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교육을 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의 정성이 그들을 학대하지는 않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종종 최고의 대학에 붙어 좋 은 조건에 결혼하고 출세하는 집들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특이나 우리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만은 약간씩 머리가 돈 사람 같은 행동도 서점치 않을 때 가 있다. 그럴 때는 부모들은 얼간이 같은 존재로 비쳐지지만 자녀를 자기가 못 다한 한을 풀기라도 하려는 듯 과 하게 사랑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가난한 이웃에도 자녀의 사교육비 때문에 남의 집 파출부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을 본다. 태아교육은 이해가지만 조기 교육이라 하여 말귀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에게 앞 다투어 학원을 두세 곳 보내는 사람이 잇는가 하면 외국에 따라가서 기러기 아빠를 만드는 가정도 있다. 부모들의 교육열로서 세계를 놀래게 하는 분야가 나오고 나라가 이만큼 부유해지기도 했지 만 교육열로 인해 자신을 버리고 자녀들에게 매달리는 것을 볼 때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일주일로 다가온 수능시험은 사람들을 얼마나 슬프게 하고 환희로 들뜨게 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 푸른 기운이 남아있는가로수가 많이 남아있는데 추위가 빠르게 추월을 하는 것이 마음을 조 여 오는 것은 빈민가 같은 동내에도 아이들 수능시험이 왔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마라톤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해설자가 말하는 것이 있다. 앞에 가는 자는 외로움 싸워야하고 뒤에 오는 선수를 의식해야하기에 고독과 불안에 고통을 당한다는 것이다. 언제가지 부모들은 남 앞에 서서 뛰어야하는 불안을 가지고 뛰려는지 알 수가 없다. 오늘따라 시 한편이 생각이 난다. 20061111 이승남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서정주-/국화옆에서
첫댓글 치열한 생존경쟁이 어린 새싹들의 교육에까지 적용이 되는 현실이 참으로 암울하기만 합니다.
첫댓글 치열한 생존경쟁이 어린 새싹들의 교육에까지 적용이 되는 현실이 참으로 암울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