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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즐기기 좋은 향들 젊은이들에게는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티에르 뮈글러의 ‘오 드 콜로뉴’ 뿐만 아니라 오 드 콜로뉴 ‘꼼므 데 갸르송’ 같은 신제품이 중년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나무와 젖은 나무, 화이트 클로버, 바닐라, 화이트 앰버, 아카시아꽃, 머스크의 조화로 이루어진 캘빈 클라인의 ‘트루스 러시’는 남성, 여성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또 다른 느낌이다. 다소 남성스러운 패키지에 비해 의외로 중성적인 향을 갖고 있어 남녀에게 비슷한 인기를 얻는 향수는 캘빈 클라인의 ‘씨케이 비’와 불가리 ‘블랙’.
시간을 초월한 향들 잡지나 광고에서 사라졌다고 명성까지 저문 것은 아니다. 파코 라반 푸르 옴므는 30년 전부터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다섯 가지 향 가운데 하나. 그 유명한 풀잎 향을 가득 담은 클래식한 향수를 비롯해 디올의 ‘오 소바주’(1966년)와 ‘화렌하이트’(1988), 클라란스의 ‘아자로 푸르 옴므(1978)’, 겔랑의 ‘베티버’(1959), 라코스테 ‘푸르 옴므’(1984), 겐조 ‘푸르 옴므’(1991) 등 사라지지 않은 채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아버지 또는 형님 세대의 향수도 있다. 얼마 전부터 시상대의 제일 윗자리를 무단점거하고 있는 고티에의 ‘르 말’을 비롯해, 샤넬의 ‘알뤼르 푸르 옴므’, 보스의 ‘휴고’, 파코 라반의 ‘XS’, 아자로의 ‘크롬’, 뮈글러의 ‘어 맨’ 등이 톱 텐 대열에 새롭게 등극했다. 여성 향수로는 마릴린 먼로가 사랑한 샤넬 ‘넘버 5’(1921), 론칭 이후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최고의 매상을 올리고 있는 디올의 ‘쁘와종’(1985) 등이 계보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에스티 로더의 ‘뷰티플’과 ‘플레저’는 나이를 초월해 여전히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으며, 1960년대에 만들어진 에르메스의 ‘까레쉬’는 부유한 할머니들이 고집스럽게 선택하는 향수다.
여자들의 선택
■ 귀족적인 성향 가장 우아한 여성으로 꼽히는 이자벨 도르나노 백작 부인이 5년 동안 개인 향수로 사용하며 애정을 보였던 시슬리의 ‘오 드 스와르’는 여전히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랑콤의 ‘트레졸’이나 엘리자베스 아덴의 ‘레드 도어’는 이사벨라 롯셀리니의 지적인 분위기와 레드 도어 살롱의 귀족적인 분위기에 힘입어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도나 카란의 ‘캐시미어 미스트’는 고급스런 캐시미어를 걸친 듯한 느낌으로 한 몫을 본다. ■ 꽃향기 마니아 막 목욕을 끝내고 나온 듯 은은하게 진저릴리의 향기를 풍기는 ‘카보틴’을 비롯해 여성들은 꽃향기에 곧잘 심취한다. 여성스러움을 한층 돋보이게 하기 때문. 때문에 각종 꽃들은 양에서 차이가 있을 뿐 여성을 위한 향수에서 빠지지 않는 재료가 된다. 순수하게 백합만으로 만들어진 에르메스의 ‘이리스’는 여성들에게 특히 환영받으며, 진저릴리, 아이리스, 화이트 히야신스 등의 향기가 어우러진 까샤렐의 ‘노아’, 튤립, 레드 릴리, 재스민, 은방울꽃 등을 모아놓은 페라가모의 ‘퍼퓸 써틸’, 샤넬의 ‘알뤼르’ 등이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 달콤한 선택 같은 향이면서도 완전히 다른 두 가지 반응을 보이는 것이 바로 달콤한 냄새다. 한여름에는 벌이 날아들 정도로 행복한 향기의 지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향수는 ‘롤리타 렘피카’. 오묘하고 야릇한 이 향기가 여성들을 달콤한 상상에 빠지게 한다고. 베르사체 우먼과 안나 수이의 ‘러브’ 가 그 뒤를 바짝 쫓고있다. ■ 관능의 카리스마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짙은 향수를 뿌린다. 잔향이 오래도록 머물게 함으로써 자신의 자취를 남기는 것. 물론 복도에서부터 향수 냄새가 진동하면 곤란하겠지만. 그 향기는 자신을 대변하는 것이어서 같은 내음을 맡을 때마다 자신을 떠올리길 원한다. 크리스챤 디올의 ‘쟈도르’, 돌체 앤 가바나의 ‘우먼’, 장 폴 고티에의 ‘프라질’ 등은 섹시하고 관능적인 느낌과 첫 느낌과는 또 다른 잔향을 오랫동안 풍기기 때문에 자주 간택되는 영광을 누린다. ■ 작가주의적 취향 “고객들의 취향은 점점 더 까다롭고 복잡해지고 있어요. 오늘날 진부한 제품은 단 3개월도 못 버티고 사라져버리죠.” 많은 여성들이 향수를 구입하는 여대 앞의 한 향수 전문점 여직원이 말한다. 이러한 까다로운 고객들은 많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는 것이 아닌, 누구의 작품인지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작가주의적인’ 향수의 마니아 층을 형성하는 것. 또한 에스까다 퍼퓸의 줄리에트 라피나는 “독특한 향수들을 찾는, 향수를 와인처럼 대하는 깨인 아마추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라고 얘기한다(프랑스<마담 휘가로> 947호에 의거). 온통 금으로 치장한 ‘또랑뜨’, 앤디 워홀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마릴린’, 살바도르 달리의 ‘달리 심므’ 등이 사랑받는 아이템.
여자가 원하는 남자의 향기
이성에게서 풍기는 향기에 대한 취향은 저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향기가 없는 것보다는 매력적인 향취를 풍기는 남자들을 더 선호한다. 남성 향수를 만드는 회사들은 새로운 향기의 고려 대상에 여자들도 포함시키는데, 남자들이 향수를 고를 때 조언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을 좋아하는 여자들은 다비도프 ‘쿨 워터’, 트루사르디 ‘파이톤 포맨’을, 부드럽고 지적인 스타일을 좋아하는 경우는 불가리 ‘푸르 옴므’와 샤넬 ‘알뤼르 푸르 옴므’ 혹은 몽블랑의 ‘프레젠스’를, 자유분방하고 개성을 존중하는 경우는 돌체 앤 가바나 클래식 등을 추천한다고 한다. 아르마니의 ‘마니아’는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실제로 한 남자 모델은 이 향수를 뿌리고 나온 날 적어도 다섯 명 이상의 여성들에게 어떤 향수를 사용했는지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강한 향기가 인위적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여성들은 자신의 남자 친구에게서 좀더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이 나기를 원했다. 토미의 ‘티’는 이들을 만족시킨 대표적인 향수. 토미 향수의 홍보담당 최민경 과장은 “많은 여성들이 이 향수에서 피존 냄새를 연상시키는, 막 세탁기에서 꺼낸 듯 한 향기가 난대요. 그 향기가 아주 산뜻해서 기분이 좋아진다죠”라고 말하며, 매장 판매원의 말에 따르면 남자들보다 여자들에게 오히려 더 많이 팔리는 향수라고 덧붙인다. | |
최근의 남자 모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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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하이어’, 에릭 반 노스트랜드
에릭 반 노스트랜드. 디올의 하이어 광고는 바로 그가 18세 때 찍었다. 그 후로 다들 그를 캐스팅하려고 난리가 났다는 후문. 이 열여덟 살의 미국 젊은이는 뉴욕에 정착한 한 네덜란드 가문의 후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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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콤 ‘미라클’, 마티유 카소비츠
아무리 차가운 사람의 마음마저 녹일 수 있을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마티유 카소비츠는 영화 감독이자 영화 배우로서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선보이고 있는 아티스트다. 1995년, 불과 27세의 나이에 영화 <증오>로 감독상을 받았고, 자끄 오디아르의 <위선적 영웅>에 출연해 세자르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국내에는 ‘아멜리에’에서 아멜리에의 연인 니노 역으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고 있다. 도전정신을 가진 남성다움과 로맨스를 동경하는 부드러운 모습을 모두 가졌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