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적 선배가 하나 있었다. 그 선배의 부지런함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는데
정말 혼자서 꼼지락거리며 일을 열심히 찾아서 하는 선배였다. 그래서 서울역 근처
야학이었는데, 사무실 안에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자료 모아 자료집도 만들고
세미나도 주관하고, 암튼 항상 분주한 모습의 선배였다.
그 선배 고향이 벌교였고, 군대 가서도(삼대 독자라 방위) 집에서 글방을 차렸다.
군대 간 선배한테서 오는 매달 글방 소식지에는 동네 소식과 동네 아이들의 독서토론회
내용, 책 소식등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 항상 주눅들게 만들던 그 선배가
어느날 편지를 부쳐왔다.
다른 내용은 잘 생각이 안나는데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물론 나혼자가 아닌 후배들 모두
였다. 첫눈 오는 날 만나지는 못했지만 항상 겨울철 접어들면서 첫눈이 내릴 것만 같은
때마다 생각나는 선배다. 지금은 소식이 끊겼지만 어느 하늘 아래선가 지금도 치열한
자신의 삶을 열심히 꾸려나가리라는 믿음이 있다.
그러고보니 서울역 시절 야학이 생각난다. 서울역 바로 앞에 육교가 있었고
그 바로 밑에 소문난 집이란 술집이 있었다. 야학 끝나고선 항상 들려 한잔하던 곳이었는데...
서울역 사회복지관 야학에서 쫓겨나선 영등포 시장 쪽에 간신히 공부할 수 있는 장소만
빌려서 선생들 쉴 곳이 없어 놀이터에서 그네 타고 있다가 수업 들엇갔던 기억도
새롭다. 그리구선 용산 교회에 더부살이를 했다.
용산야학 시절엔 시장통 골목에 순대국밥집이 우리들 단골집이었는데....
ㅎㅎㅎ이 아침 엣추억이 정말 새록새록 떠오른다.
우리 야학 이름이 다울이었다. ~다웁다의 준말로 인간다웁다 모 이런거였다.
선배들의 통기타 소리, 등사기 밀어서 교재 만들고 항상 쓴 소주 한잔에 세상 시름
모두 떠안고 살던 그 시절, 시절이 하수상해서 늘 이념 논쟁에 젖어살던 그 시절이었다.
지금은 모두들 무얼하며 살까?
공부하러 왔던 친구들,,,,가끔씩 연락 닿던 친구들도,,,
그렇게 묻혀져가며 또 새로운 장에서 새로운 이들과 벗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