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발전과 KSTAR와 ITER
2023년 2월 18일 김수형
ITER는 한국과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공동으로 프랑스에 건립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이고, 이의 핵심이 되는 기기는 핵융합 장치인데, 이 장치는 여러 나라가 각자 연구용으로 만들어 치열하게 실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도 2008년에 우리 기술로 완성한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를 만들어 실험하고 있고,
도넛 형태의 진공 용기인 ‘토카막’이라는 기구에서 1억℃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 이를 30초 동안 가두는데 성공했다.
핵융합 장치를 만드는 목표는 핵융합 발전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핵융합 반응에 의해 4개의 수소 원자핵이 헬륨으로 바뀔 때 생성되는 핵융합 과정의 열에너지를 가지고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를 만드는 것이다.
핵융합 발전소는 태양 중심부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 원리와 유사해 ‘인공 태양’이라고도 불린다. 원자력발전소는 핵융합이 아닌 핵분열 반응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핵분열은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235와 같은 무거운 원자가 더 가벼운 원자로 쪼개지는 연쇄 반응에서 분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반면, 핵융합은 수소 원자들이 더 무거운 원자로 합쳐지는 연쇄반응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핵융합에너지는 사실상 무한대로 존재하는 바닷물 속 중수소와 리튬이 주원료이며, 탄소배출이 없어 청정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핵융합의 핵심이 되는 기술은 인공적으로 핵융합을 일으키는 일이다. 태양에서 발생되는 핵융합에너지를 지구에서 재현하기 위해선 핵융합 장치에 ‘연료’를 넣고 이온과 전자가 분리된 플라즈마 상태를 만든 뒤, 1억℃ 이상의 초고온으로 가열·유지해야 한다.
플라즈마의 온도가 1억℃를 넘겨야 가장 활발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데 가열과 유지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간다.
태양보다 중력이 약한 지구에서는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고체·액체·기체를 넘어선 제4의 상태)를 만들어야 하고, 또 이렇게 만든 고온 플라즈마를 담을 용기 즉, 그릇이 필요하다.
현재 기술로는 1억℃는커녕 1700℃도 접촉하지 못해서, 최첨단 가스터빈도 이 고온가스와는 접촉하지 못한다. 천연가스발전소 터빈에서 초고온을 접촉할 재료로 금속 자체만으로는 텍도 없으니, 그 금속 내부에 구멍을 잘 뚫어서 냉각용 수증기를 넣는다. 그것도 모자라서 표면에 특수 물질을 입히는 Coating까지 해서 열을 일부라도 차폐시키는 일을 같이 한다. 고온에 견디는 금속재료-냉각기술-열차폐 재료의 세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것이 오늘의 최신 가스터빈이지마는, 1억℃는 어림도 없다.
뜨거운 물을 담으려면 더 뜨거운 불 속에서 단련된 그릇만이 할 수 있다.
결국 핵융합에서 1억℃ 플라즈마를 보관하려면 더 높은 온도에서 단련된 재료가 필요한데, 그
그릇을 만들 수는 없으니, 20년 전에만 해도 “핵융합이란 진짜 사기극”이라고 말하던 저명한 과학자를 내가 직접 만난 일도 있다.
그런데 놀라운 방법이 나온 것이다. 그것은 플라즈마에 자기장을 걸어 공중에 띄우고 그 안에서 계속 돌게 하는 진공장치 ‘토카막(Tokamak: 자력 코일 내부의 도넛모양 방)’인데, 현재 한국에서 만든 것은 직경 10m의 대형 도넛 형태다.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 노심(爐心)이 도넛 모양을 하고 있고, 거기에 자력 코일이 장치되어 있는 형태다.
아무튼 결론은, 금속 대신 진공장치로 고온 플라즈마를 실제로 가두고 있으니 놀랍다.
핵융합이 안정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초고온 플라즈마가 300초 이상 운전이 가능해야 한다.
핵융합 발전소 운영의 최소 기준으로 알려진 300초는 물리적 변수를 극복하고 핵융합 발전을 24시간 운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일본·유럽연합도 플라즈마 온도를 1억℃로 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유지시간이 7초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은 2018년 10초를 기록했다.
한국은 KSTAR에서 2023년에 50초, 2024년 100초, 2026년에 300초로 늘린다는 목표다. 후발주자인데도 한국은 2018년에 1.5초, 2020년 20초, 21년 11월에는 30초 운전이라는 세계 최장기록을 세웠다. 대단한 대한민국이다. 그 때까지 무려 3만127번의 실험 끝에 얻은 획기적인 진전이다.
이번 성과는 KSTAR '내부수송장벽(ITB: Internal Transport Barrier) 모드'의 안정성이 향상된 결과로,
내부수송장벽은 빠져나가는 플라즈마를 획기적으로 방어하는 차세대 운전 모드다.
그 다음으로 개발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초고온 플라즈마를 생산하고, 이를 가두고, 300초 이상 유지하더라도, 이것의 경제성이 나와야
하고, 다음으로는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 설계와 제작기술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마침 22년 말에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핵융합 기술을 이용해 투입된 에너지보다 생산된 에너지가 더 많다는 뜻의 ‘순(純) 에너지(net energy gain)’를 얻는 데 성공했다. 다음은 2022년 12월 13일 동아일보 기사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과학자들은 최근 핵융합 기술을 이용해 투입된 에너지보다 생산된 에너지가 더 많다는 뜻의 ‘순(純) 에너지(net energy gain)’를 얻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데 2.1MJ(메가줄)을 들여 2.5MJ의 에너지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순 에너지인 0.4MJ을 온전히 전력 생산에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핵융합 발전을 통해 순 에너지를 생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최대 규모 핵융합 연구 개발 프로젝트인 프랑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한국형 핵융합 연구시설인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 등도 아직 전력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순 에너지를 얻지 못했다.
미국의 이번 성과로 핵융합발전의 경제성이 확실하게 입증되는 것인지 정확하게는 모르나, 아무튼 희소식이다. 다음으로는 발전소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1억도나 되는 고온 플라즈마에서 어떤 방법으로 열교환을 해서 주입한 냉각수에서 고온증기가 만들어 지는지 궁금하다. 이것 또한 만만찮은 기술인데, 아마도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설계하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