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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짓는 솜씨가 그 사이 더 늘어서가 아니라, 오래된 시골집이 주는 안정감과 주변 환경과의 기막힌 조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골집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고쳐 살려고 한다면 감수해야 할 것이 불편이다. 그러나 그것은 감사한 마음으로 즐거이 감수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엘 고어가 만든 영화 <불편한 진실>을 본 사람은 이 말의 의미를 알 것이다. 진실과 정의는 내가 스스로 불편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되는 법이다. 여성분들은 군불을 땐 아랫방에서 자고 남자분들은 전기 옥돌 매트가 깔린 앞마당 텐트에서도 자고 아랫집 할머니 방에서도 잤다. 전기 옥돌매트는 원래 내 것이 아니다. 지난달 우리 집에서 대안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이 열다섯 명이 일주일 동안 간화선 수련을 할 때 학교에서 가져왔던 것인데 두고 갔다. 오시는 손님들이 많을 때 사용하라며 선물로 주고 간 것이다. 이틀째 되는 날은 집짓기 실습을 하는 날이었다.
세 곳의 특성과 작업의 성격을 설명하고 희망자를 모으니 사람들이 알맞게 배정되었다. 교직에 계시다 은퇴한 어떤 여성분은 세 가지 다 하고 싶다고 하면서 자칭 '감독'이 되셨다. 이 분은 세 실습장을 다니면서 계속 강조하는 것이 "내가 하라고 한 대로 꼭 그대로만 해?"라고 해서 사람들을 웃겼다. 지붕 고치는 모둠에서는 기둥과 서까래 사이에 이른바 '까치발' 작업 하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기둥과 서까래가 튼튼하게 맞물리는 공법(?) 인 것이다. 이 모둠에는 건축과 설계를 하는 젊은 분이 있었는데 그 방면에서 익힌 경험들을 많이 나누어 주셔서 나도 많이 배웠다. 특히 공장식 거름을 만드는 톱밥제조 과정에 어떤 유해물질이 들어가는지와 시멘트와 내장재에 들어가는 유독물질에 대해서도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다. 시멘트에는 일본에서 수입한 산업폐기물이 들어간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 방면 전문가에게서다. 우리나라 산업자재 규정상 금지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창고 골조 세우는 모둠에서는 기둥 수직 잡는 법을 수직추를 이용해 설명했다. 토방 고치는 모둠은 밑돌을 안정감 있게 놓는 데만 신경을 쓰고 그 위에 다시 돌을 놓는 것은 대책없이 일을 해서 돌 담 쌓는 원리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토방의 경우 토방 끝을 밟아도 돌이 끄떡거리지 않도록 하는 공법(?)을 시연해 보였다.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거의 강도가 돌멩이에 가깝게 하는 흙 반죽법도 알려주었다. 이 분들은 그런 방법으로 내가 만들어 놓은 벽채를 손톱으로 긁어보면서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손톱이 안 들어 갈 정도로 흙벽이 견고해서였다. 실습작업이 끝나고 모든 참석자들이 모인 가운데 실습 모둠별로 실습현장을 돌며 작업과정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 작업 구상을 어떻게 했고 또 일을 하는 과정에 어떤 어려움을 만나게 되었으며 어떤 방법으로 해결 해 갔는지를 소개하는 마무리 시간이었다. 그리고는 과일을 들고 계곡으로 내려가서 발을 물에 담그고 이번 생활강좌에 대한 평가와 소감을 나누었다. 그리고 헤어졌다. 일요일 오후 다섯 시쯤이었다. 예정된 시간을 세 시간이나 넘긴 시각이었다. 일부는 산뽕나무에 달린 오디를 따느라 더 늦게 돌아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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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흙집에 살면 누구나 사람들을 그리워하게 되는가 봅니다. 시멘트 콘크리트 아스팔트 도시에는 분명히 문제가 너무나도 많아요.
어렸을때 살았던 흙집 숨통이 확 열리는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