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안부를 묻는 밤 / 지만석 유귀선 / 혜란 그림 / 시드앤피드
언젠가 독서를 콩나물시루에 물 붓기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콩나물시루에 물 붓는 것으로 사람 사는 과정을 설명한 것은 아버지에게서 처음 들었다. 어떤 예를 들 때 사용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버지의 말씀에 기초하여 나는 독서라는 것에 콩나물 시루를 적용해본 것이다.
작지만 어떤 일을 지속해서 한다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낙수에 바위에 홈이 패이듯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여기 <너의 안부를 묻는 밤>을 대하고 콩나물시루에 물주기가 생각이 났다. 사람과의 관계도 비슷한 것 같다. 연인 사이의 관계는 각각 별개의 개인에서 우리라는 관계로 한 시루에 들어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서로를 향한 말과 행동은 물주기이다. 그 물은 상대를 향한 것만 아니다. 동시에 나를 향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나의 말과 행동, 너의 말과 행동에 젖어 조금씩 변한다.
우리는 우리를 위해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할까? 너무나 자명한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적용되기 쉽지 않다.
자주 표현하라고 한다.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많이 이야기하라고 한다. 잘한 것 잘못한 것들을
말하지 말라고 한다. 끝에 대해서, 과거 아픔을
소유하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상대를
버려라. 자존심을, 부끄러움을
신이 인간을 창조하고 보기 좋았다고 한다. 무슨 일을 잘해서 좋은 것이 아니고, 존재 그 자체가 사랑스러운 것이다. 또 누군가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사랑이라는 신이 사랑할 대상이 없어서 인간을 창조했다고. 사랑에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상대를 사랑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헤어질 이유를 찾는 것은 너무 쉬울 것이다.
헤어지는 연인이 있다. 많은 연인이 다른 길을 간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후회를 한다. 어떤 이에게는 사랑이 추억으로, 어떤 이에게는 성장통으로 남는다. 사랑의 끝은 그렇게 가을의 낙엽처럼 물들어 떨어지고 거름으로 다시 혈관을 타고 흐른다.
우리는 어떤 문제로 멀어졌을까.
아니면 애당초 없던 문제였을까.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다. 그 아무것도 아닌 일이 자라서 문제로 발전한다. 사랑하는 관계가 갑자기 식는 일은 없다. 그래서 조그만 일에도, 작은 상처에도, 작은 서운함도, 눈에 거스르는 모든 일을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항상 말하자. 너를 사랑해. 사랑한다고 말하자. 그런데도 헤어져야 한다면 예의를 지키며 헤어지자. 상대에 대한 예의이며 동시에 나에 대한 예의다. 그리고 미련을 두지 말자. 지금 발생한 이별은 이미 오래된 이별의 결과물일 뿐이니까.
"매 순간 설레는 사랑도 있지만 언제나 당신 곁에 머무르는 편안한 사랑도 있다.
설렘이 공존하지만, 상대방의 사랑을 재며 조바심으로 마음을 이어가는 사랑도 있지만, 온전히 서로가 우선인 사람과 하루의 시작과 끝 무렵을 언제나 함께하는 사랑도 있다."
여러 종류의 사랑이 있다. 그 각각의 사랑은 주어진 환경에서 씨앗이 뿌려지고, 발아하고 자란다. 사랑이 자라는 환경을 잘 가꾸는 것은 사랑을 키우고 가꾸는 것만큼 소중한 일이다.
양질의 콩나물을 얻기 위해서는 콩나물시루에 좋은 물이 뿌려지는 것과 더불어 주변의 온도와 습도 그리고 빛까지 잘 조절되어야 한다. 사람도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건강한 음식을 먹고
양질의 책을 읽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거닐어야 한다.
안부를 물을 필요가 없는 그런 삶을, 환경을 만들어야 가야 할 것이다. 문득 지나가는 생각, 조상들이 말하는 "풍수지리"란 것이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니다.
먼저 읽은 아내가 연예를 앞둔 청년들이 읽으면 좋겠다고 한다. 동의한다. 그리고 나이든 부부에게도 도움이 되는 좋은 글들이 많이 있다. 나이와는 관계없는 것이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림도 좋다.
(2017. 6.21 평상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