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春秋)》
역사가는 역사책에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술할 뿐, 주관적 평가를 넣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일은 너무 부끄럽거나 직접 말하기가 민망하여 곧이곧대로 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춘추(春秋)》에서는 어떤 특정한 표현 속에 일정한 의미를 담아, 역사를 기술한 사람의 견해를 간접적으로 밝히는 방법을 썼다.
이러한 표현법을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알고서 글을 읽으면 일상적인 표현 속에 담긴 깊은 뜻을 확실히 알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두 나라 군대가 싸울 때, 두 집단의 세력이 대등하면 칠 공(攻)자를 쓰고, 강한 세력이 약한 세력을 칠 때는 칠 벌(伐)자를 썼다. 상대방의 분명한 잘못을 응징하기 위해 칠 때는 토(討)라고 하였고, 천자가 친히 전쟁에 나설 때는 정(征)이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정벌(征伐)은 천자가 친히 나서 지방 세력을 친 것을 말하고, 토벌(討伐)은 반란 세력을 응징하기 위해 치는 것을 말한다.
또 싸워서 땅을 빼앗을 때 쉽게 얻으면 취할 취(取)자를 썼고, 어렵사리 빼앗은 경우에는 이길 극(克)자를 썼다. 상대방이 항복할 때도 몸만 투항하면 항복할 항(降)자를 썼고, 땅을 함께 바치면서 투항하면 부(附)라고 썼다. 또 이쪽을 배반하고 저쪽으로 귀순하면 배반할 반(叛)자를 쓰고, 한 나라 안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도전했을 때는 뒤집을 반(反)자를 썼다.
이런 표현들은 지금도 대부분 위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탈레반 반군(叛軍)이라고는 해도 반군(反軍)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극일(克日)이라고 하면 일본과 싸워 이기자는 결의가 담겨 있다. 그냥 백기(白旗)를 들고 항복하면 투항(投降)이지만, 땅과 사람이 함께 오면 귀부(歸附)라고 한다. 나라의 역적은 반역(反逆)이지만, 다른 나라로 건너가면 반역(叛逆)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