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행복하라』
-법정스님 지음/샘터2020년판
-2024년 11월에 읽음
두고두고 읽을 책
1
지금은 작고하신 법정 스님이 쓰신 수필집들은 대학 시절 참으로 열심히 읽어 기억에 남는 책을 꼽으라고 할 때 주저 없이 추천하는 책이다. 기업 면접시험 장소에서 스님의 『산방한담』을 인용하여 개인의 가치관이랄까 사고방식을 일부 피력했던 것 같다. 그러니 돌이켜보건대 스님의 책을 이번 기회에 다시 읽게 된 것은 근 사십 년만이다.
스님은 이미 당신만의 필체가 분명해서 어떤 책을 읽더라도 그 전해지는 향기는 늘 한결같이 스님이 아끼고 사랑했던 자연의 모습처럼 담백하고 맑다. 이번에 세월의 간격을 뛰어넘어 읽어도 여전히 그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스님의 생각들이 주는 삶의 향기는 그대로인데 세월의 무게 앞에서 덧없이 변한 것은 나의 모습이라 여기니 자신이 초라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스님이 언급하신 책의 내용 중에 지금에 들어서 유독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행함이다. 삶에 대한 깨달음이든 살면서 배운 지혜, 지식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삶의 현장에서 그 느낀 바의 실행을 중요시한 점이다. 그건 스님이 살아생전에 유독 좋아하셨던 자연과 같이, 자연이 인간에게 많은 것을 베풀 듯 인간 또한 세상에 대해서 많은 베풂을 실행함으로서 더불어 살아감의 중요성을 설파하셨다는 것이다.
2
스님은 불교인답게 생의 순환윤회를 깊게 믿으신 것 같다. 이 생이 끝나고 다음 생에 다시 와도 이 나라, 이 땅으로 오고 싶다고 피력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 언어에 대한 애착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다시 태어나면 금생에 못다 한 일을 다 이루고 싶다고 서원하셨다.
스님의 우리 문화와 전통에 대한 애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자연 속에서 사시며 이웃처럼 다정하게 지낸 수많은 풀꽃과 많은 다양한 새들의 이름까지 모두 두루 아시며 드러낸 애정은 책 곳곳에 따스하게 묻어나고 있다. 그 순수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에서 집착을 멀리해야 한다며 그 애정까지도 단속하시는 모습은 존경스럽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하다.
불교인임에도 스님께서는 당신 조상의 나라이자 유교의 나라였던 조선의 선비들의 꿋꿋한 절개와 학문을 숭상함과 용모의 단아함을 무척 사랑하셨다.
3
책을 읽어가다 보면 책에서 우러나는 향기가 어느새 퍼져 나와 온몸과 영혼을 휘감는 탓에 단숨에 읽어버릴 것 같아, 이 책은 그렇게 읽어서는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중도에 책을 덮고 속도를 조절해야만 했다.
-스스로 행복하라
이 책에서 스님이 줄곧 언급하시는 ‘행복의 참 의미’와 ‘살면서 그 행복을 누리는 법’에 대한 가르침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깊은 산 속을 흐르는 맑은 냇물 소리처럼, 청량한 새 울음처럼, 혹은 향기 그윽한 꽃처럼 책을 펼칠 때마다 변함없이 우리들 주변을 감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