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톨릭 성지(聖地) 순례
23. <콜롬비아> 콜롬비아(Colombia)의 성당들
성당 앞 볼리바르 광장 / 보고타 대성당 / 볼리바르 동상 / 성당 내부
남미의 콜롬비아는 가난한 나라에 속하지만, 면적이 115만㎢(남한 면적 12배)나 되고 인구는 4,700만 명, 수도는 보고타(Bogota)이다.
콜롬비아는 1500년대 초 스페인 이주민이 정착하며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1819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1821년에 비로소 독립을 쟁취한다. 그러나 정권을 잡으려는 각 정파 간의 끊임없는 알력(軋轢)으로 폭력이 난무했는데 1960년대부터 정부군과 좌익 반군, 우익 준군사조직 등의 충돌로 세계에서 살인율 1위라는 오명을 기록하였던 지역으로 아직도 여행 주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콜롬비아 국명은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자 콜럼부스(Christopher Columbus)에서 따왔다고 한다.
보고타 중심부에는 볼리바르 광장(Bolivar de Plaza)이 있는데 남아메리카의 혁명영웅 볼리바르(Bolivar)의 동상이 광장 가운데 우뚝 서 있고, 광장 동쪽에는 1823년에 지어져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콜롬비아 보고타대성당(Catedral Primada de Colombia)이 고색창연한 모습으로 웅장하게 들어서 있다.
그 뒤로는 몬세라테(Monserrate:3,150m) 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는데 콜롬비아 대성당은 1538년 스페인 식민시기에 처음 세워졌다고 하며 지진으로 수차례 파괴되었다가 현재의 건물은 1823년에 재건축된 것이라고 한다. 성당 안에는 온통 황금색으로 장식한 장식품들로 꾸며져 있고 십자고상이 모셔져 있다.
성당 앞의 볼리바르 광장은 비둘기가 너무 많아 비둘기의 광장이라고도 불리는데 비둘기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졸졸 따라다니는가 하면 먹이를 주면 손바닥 위에도 올라앉는다.
보고타(Bogota)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누어져 있는데 구시가지는 역사지구(舊市街 地歷史地區)인 칸델라리아(La Candelaria)를 중심으로 볼리바르(Bolivar) 광장이 들어서 있고, 그 인근의 볼만한 곳들은 보테로 미술관(Museo Botero), 현대미술관, 황금 박물관(Museo del Oro)과 에메랄드박물관(Museo de la Esmeralda), 화폐박물관 등이 한두 블록(Block) 거리를 두고 옹기종기 모여 있다.
보고타시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몬세라테(Monserrate) 언덕은 케이블카나 등산열차(푸니쿨라)로 오를 수 있는데 명실공히 보고타의 랜드마크(Landmark)라 할 수 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보고타 시내 / 몬세라테 성당 / 성당 내부
산 정상에는 1640년에 지었다는 아름다운 몬세라테(Monserrate) 성당이 있는데 걸어서 오르려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나는 등산열차(Funicular/모노레일)를 타고 올랐는데 몬세라테 정상은 해발 3,150m라고 하며 거의 수직으로 약 300m를 올라가는데 요금은 왕복 12,000페소(약 4천 원)이다.
씨파끼라 소금 성당 입구 / 소금 십자가와 십자가의 길 / 동굴 맨 아래 성당
소금성당이 있는 작은 도시 씨파끼라(Zipaquira)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는데 호스딸 주인인 후안(John)이 교통카드를 내주며 가는 방법을 일러주고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한다.
도심을 벗어나면 위험해서 귀중품은 절대로 사람 눈에 띄지 않게 하라고 한다. 특히 카메라와 핸드폰은 특히 표적이 되기 쉬워 빼앗으려고 사람을 해친다고 한다. 가방도 뒤로 메지 말고 앞으로 메고 다니라 하며 강도들이 물건을 뺏으려고 돌로 치고, 칼로 찌르고....
버스에서, 카메라를 메고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데 누가 뒤에서 슬쩍 팔을 건드려서 돌아다 보았더니 백인 남자가 카메라를 가슴 앞으로 메고 조심하라고 한다. 가슴이 썰렁하여 마침 자리가 났기에 앉으며 카메라를 가슴에 품고 있는데 또 뒤에서 누가 툭 친다. 돌아다 보았더니 백인 할머니가 허리에 차고 있는 전대(錢臺)를 감추라고 눈짓을 한다.
이곳에서는 돈이 있는 것 같으면 뒤에서 돌이나 망치로 머리를 후려갈기고 죽거나 말거나 돈지갑을 훔쳐들고 도망을 간다고 한다. 세상에.... 기가 막히는 강도의 나라인 셈이다.
보고타의 북부정류장(Portal Norte)에 도착(버스비 2,200페소/700원)해서 다시 시골버스(차비 5,400페소/1,800원)를 갈아타고 2시간쯤 시골길을 달리면 작은 마을 씨파끼라(Zipaquira)에 도착한다.
시골길을 달리면서 내다보면 차창을 스치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스럽다. 녹색 밀림으로 뒤덮인 산들이 연이어 지나가고 드넓은 산 밑 초원에는 목장이 많은데 말과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이 너무나 목가적(牧歌的)이고, 이름 모를 열대지방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이런 나라가 세계 살인율 1위, 도둑놈의 나라라는 오명(汚名)에,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불(USD) 정도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씨파끼라에 도착하여 20분쯤 언덕 골목을 걸어 오르면 산자락이 나타나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정비된 소금성당 진입로가 나타나는데 이 소금성당(소금광산)은 콜롬비아 식민시기의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 산 이름이 씨파키라 소금산(해발 2,680m)인데, 스페인 식민시대 인디오 노예 광부들의 피땀과 목숨을 건 노역의 현장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비참한 처지를 한탄하고 또 안전을 기원하며 틈틈이 소금이 박혀있는 암벽을 쪼아 십자가와 기도처를 조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이 동굴 속에 조성된 성당이 바로 씨파끼라 소금성당(Catedral Zipaquira de la Sal)이다.
천연 암벽과 소금으로만 조각된 성당과 수많은 소금 십자가들이 있는데 제일 큰 십자가는 높이만 16m라고 한다. 동굴 맨 아래에 있는 대성당으로 내려가는 통로에는 열네 개의 작은 예배당이 있는데 이는 ‘십자가의 길’을 상징하고 ‘I처’부터 ‘ⅣⅩ처’까지의 숫자가 돌에 새겨져 있다. 지하 200m에 조성된 지하 성당은 면적이 8,500㎡(2,600평)나 된다고 한다.
동굴 밖 조형물 / 가브리엘 천사상 / 지하 대성당 성모자상
나선형으로 휘감기며 내려가는 지하 동굴은 총 길이가 2km에 달한다고 하는데 지하 200m 지점에 다다르면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고 놀라운 건축물인 소금 대성당을 마주하게 된다. 높이 솟아오른 웅대한 지붕과 기둥, 세례를 주는 분수, 설교단, 그리스도 수난상을 갖추고 있다.
굴속에 처음으로 십자가와 성당을 조각한 것은 에메랄드를 채취하던 광부들이었다고 하는데 1954년에 첫 번째 성당이 완성됐지만, 동굴의 구조적 안전성 때문에 1991년부터 4년간의 재정비를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고 한다. 소금성당은 훌륭한 예술 작품으로, 또 남미를 찾는 기독교인들에게는 성지이자 순례지로 인기를 모으게 되었다. 입장료는 1인당 55,000페소(약 20,000원)로 다소 비싼 편이었지만 가톨릭 신자인 내게는 큰 감동을 주는 성스러운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