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대표하는 SNS '브콘닥테'(VK)의 안드로이드 버전을 만든 그리고리 클류쉬니코프가 최근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음성 채팅 메신저 '클럽 하우스'의 안드로이드 버전을 개발해 세계적인 웹 프로그램 개발및 공유사이트인 GitHub 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개발자, 하루 만에 '클럽 하우스' 안드로이드 버전 앱 개발/얀덱스 캡처
'클럽 하우스'는 전기차 테슬라와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가 지난 1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화방에 초대하면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채팅 앱이다. 뒤이어 대한상공회의소 소장으로 단독 추대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클럽 하우스'에 가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오피니언 리더들에게도 '핫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국내에서 이미 '클하'로 줄여 불리기 시작한 '클럽 하우스'는 지난해 3월 미국의 알파 익스플로어테이션(Alpha Exploatation)사가 개발한 아이폰(iOS) 전용 앱이다. 음성 채팅만 가능하며, 기존의 사용자가 상대를 초대해야만 입장이 가능한 폐쇄적인(?) 앱이다.
한번 유명세를 타면서 '클하'의 다운로드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800만건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안드로이드 버전이 러시아에서 개발된 것도 그 인기를 반영한다고 보면 된다. 기업 가치도 이미 10억달러(약 1조원)를 넘어섰다고 한다.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자가 올린 트윗. 안드로이드 버전을 기다리다 지쳐서 만들었다고 썼다/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개발자 클류쉬니코프는 20일 트윗을 통해 “클럽 하우스의 안드로이드 버전을 기다리다 지쳐서 하루 만에 앱을 개발했다"며 "GitHub의 릴리스(Releases) 섹션 (버전 1.0.1)에 있는 APK 파일을 사용하면 안드로이드 앱을 설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안드로이드 버전은 진짜 '임시 방편용'"이라고 전제한 뒤 "'모더레이터'(채팅방 운영자) 기능(채팅방 생성 포함)과 알림 기능을 제외하면 모든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채팅방에 참여(구독)하고, 방에 들어가 대화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클하' 개발자 측이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를 차단할 수도 있다고 그는 밝혔다.
'클하'의 인기를 주도적으로 이끈 이는 혁신 경영자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와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등이다.
특히 '클하'에서 140만명의 팔로워를 지닌 머스크가 미국의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의 블라디미르 테네프 창업자와 '게임스톱' 주식의 매수 중단 조치를 놓고 설전을 벌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게임스톱' 주식이 소위 '증시의 서학 개미들' 사이에 뜨거운 이슈가 된 시점에 '클하'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설전은 그 자체로 뉴스가 됐다.
일각에서는 '클하'가 권력화된 일부 계증에서 소통이 이뤄지는 중세 '귀족파티'와 같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러시아에서는 '클하' 가입을 위한 가짜 초대장이 판매되는 등 참여 열기가 뜨겁다.
'클하'의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은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로한 세스와 SNS 개발자인 폴 데이비슨이 공동 설립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1년 친구 소개로 처음 만났다고 한다. SNS에 대한 공통의 관심이 '클하'의 개발로 이어졌다는 것.
채팅방(코미디 클럽) 구성. 맨아래에 '조용히 떠나기' 빨간 버튼도 보인다/출처:러시아 매체 rbc
신종 코로나(COVID 19) 시대에 소통 플랫폼은 주로 줌과 같은 화상채팅인데 반해, '클하'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불특정다수에게 부담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관심 있는 주제의 채팅방에 들어가 마치 라디오를 듣듯 부담없이 듣다가 자유롭게 떠날 수도 있고, 필요하면 대화에 참여할 수 있어 '부담은 없고 유용하다'는 것이다.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도 최근 문자와 이미지, 동영상 중심의 플랫폼에 음성 채팅 기능을 추가한 것을 보면, 신종 코로나로 '음성 채팅'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