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_43. 마혈천자문팔정품(馬血天子問八政品)[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에 계시면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천천히 강가로 가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강 한가운데 큰 목재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시고, 곧 강가의 어느 나무 밑에 앉으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물에 떠내려가는 저 나무가 보이느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보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저 나무가,
이쪽 언덕에도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또 언덕 위에 있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잡히지도 않고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도 않으며,
물에서 빙빙 돌지도 않고 또 썩지도 않는다면,
저것은 차츰 바다에 이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바다는 모든 강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너희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만일 이쪽 언덕에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언덕 위에 있지도 않으며,
사람이나 사람이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도 않고,
물에서 빙빙 돌지도 않으며 또 썩지도 않는다면,
그는 차츰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열반이란 바른 소견ㆍ바른 다스림ㆍ바른 말ㆍ바른 업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기억ㆍ바른 선정으로서,
이것이 열반의 근본이기 때문이니라.”
그때 난다(難陀)라는 목동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 그 목동은 이런 말씀을 멀리서 듣고, 천천히 세존께 나아가 섰다.
그때 목동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 역시 이쪽 언덕에도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언덕 위에 있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붙잡히지도 않고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도 않으며,
물에서 빙빙 돌지도 않고 또 썩지 않는다면,
차츰 열반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도 안에 있도록 허락하시어, 사문이 되게 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그 소를 주인에게 돌려준 뒤에야, 사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목동 난다는 아뢰었다.
“이 소는 송아지를 그리워하는 생각에 스스로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도 안에 있도록 허락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소가 알아서 제 집을 찾아가겠지만, 그래도 너는 꼭 직접 가서 돌려주어야 하느니라.”
이때 목동은 그 분부를 받고 직접 가서 소를 돌려준 뒤에, 부처님께 돌아와 세존께 아뢰었다.
“이제 소는 돌려주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그러자 여래께서는 곧 그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시고, 구족계를 주셨다.
그때 다른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이쪽 언덕이란 무엇이고, 저쪽 언덕이란 무엇이며,
중간에서 가라앉는다는 것은 무엇이고, 언덕 위에 있다는 것은 무엇이며,
사람에게 붙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이고,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물에서 빙빙 돈다는 것은 무엇이고, 썩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쪽 언덕이란 몸이요,
저쪽 언덕이란 몸이 소멸한 것이며,
중간에서 가라앉는다는 것은 욕망과 애욕이요,
언덕 위에 있다는 것은 다섯 가지 욕망이다.
사람에게 붙잡힌다는 것은,
어떤 족성자가,
‘이 공덕과 복으로 국왕이나 대신이 되어지이다’라고 서원을 세우는 것이요,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힌다는 것은,
어떤 비구가,
‘사천왕의 세계나 다른 여러 하늘나라에 태어나 범행을 닦게 하소서. 이제 이 공덕으로 여러 하늘나라에 태어나리라’라고 서원을 세우는 것이니,
이것을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힌다는 것이니라.
물에서 빙빙 돈다는 것은 바로 삿된 의심이요,
썩는다는 것은 삿된 소견ㆍ삿된 다스림ㆍ삿된 말ㆍ삿된 업ㆍ삿된 생활ㆍ삿된 방편ㆍ삿된 기억ㆍ삿된 선정이니, 이것이 바로 썩는다는 것이다.”
이때 난다 비구는 한적한 곳에서 지내며 스스로 힘써 수행하였다.
그리하여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인 위없는 범행을 닦아,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게 되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난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