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10:00-12:00 안골노인복관 3층 수필반 프로그램 열기가 뜨겁다. 은백색의 머리카락인데도 마냥 고운 옷을 입고 말똥말똥한 눈망울로 30여명의 어르신들이 어린 학생처럼 의자에 앉아 있다. 여기에 오시는 어르신은 30년-40년 공직에서 일하시다가 은퇴한 분이다.
2014. 9.15(월)은 특별한 날이었다. 2014년 대한문학지 가을호에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이성수(전 익산석불초 교장)의 등단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껏 기분이 고조되었을 뿐만 아니라 축하난도 증정해 주고 박수도 보내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생 직장에서 일해다 정년을 맞아 은퇴한 분들은 말 할 수 없는 상실감과 허전함이 엄습해 오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 보면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 기웃기웃해 보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주저할 때가 많다. 등산도 하고 봉사활동도 다녀보고 해외여행도 다녀보지만 매일 똑같은 일만 반복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따분할 때가 참으로 많다. 취미생활로 악기도 배우고 춤도 배워 보지만 마음 한 구석엔 여전히 텅빈 마음이다. 요즘 아이든 젊은이든 동료든 나이 먹은 어르신의 잔소리를 누가 좋아하랴. 그래서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조차도 망설여지기 쉽다. 그래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마음껏 글로 토해 낼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찾아온 어르신이다. 말로 하는 것을 글로 표현해 본다면 큰 목소리도 화난 소리도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좀더 주위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쏟아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찾아온 어르신이다. 어르신들은 이제껏 살아온 날을 관조하고파 지금의 생활에서 만족하면서 순간 순간 감사하고 자신의 삶에서 쉼표를 얻기 위해서 찾아온 분들이다. 글쓰기 기교를 터득해서 수필가로 등단하는 꿈과 희망이 있는 분들이다. 누구라도 뜻을 같이하는 분들은 언제든 환영한다. 수강료나 교재비도 없다. 다만 강의실이 협소한 관계로 일정수 이상은 곤란할 따름이다.
본 프로그램은 수필가 김 학 교수(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전담,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강사)가 담당하여 지도해 준다. 수업진행은 출석점호가 끝나고 각자 돌아가면서 칭찬거리를 하나씩 발표한다. 수강생들은 80대 어르신이든 70대 어르신이든 때 묻지 않은 학생마냥 진지하게 숙제를 발표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 칭찬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용서하는 마음이 있는 삶”에서 출발한다는 김학교수의 지론이다. 발표가 끝나면 훌륭한 수필가의 글을 교재 삼아 읽고 간간이 김교수의 설명으로 이어진다. 그 뒤 수강생 문우들이 쓴 수필을 읽으면서 각 문우들이 소감을 들음으로써 자신의 작품세계를 교정하는 형식이다. 교수 일방적인 일제식 수업이 아니라 학습자들이 중심이 되어 각자의 생각을 주고 받는 토론식 수업방식이다.
특히 중앙문단에서 전라북도 하면 수필가 김학을 손꼽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33년동안 언론인으로서 재직하다가 정년퇴직한 분이다. 1978년 방송수필집 ‘밤의 여로1(시문학사)’을 발간하고 1980년 제31회 월간문학 8월호에 ‘전화번호’ 라는 수필로 신인상을 수상한 후 문단에 데뷔 30여년이 넘게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수필가 정주환 호남대명예교수는 ‘수필의 키워드’에서 “여느 사람보다 대범하고 비범하다 그래서 좀더 가까운 이는 선생의 그 고고한 인품을 흠모하게 된다.” 고 평하고 수필가 강석호 월간문학사 사장은 ‘모정과 고향과 인간애의 미학에서’ “모정과 고향에 대한 회억과 서정의 표현을 비롯 일상생활의 창변에서 얻은 작은 인간애와 삶의 철학과 미학이다.” 고 했으며 시인이자 평론가인 최영 전 군산문인협회 회장은 “김학은 노송에 살포시 내려앉아 비약을 위해 정좌한 학처럼 품위가 있고 정겨워서 좋다.” 고 했다. “대표수필로는 실수를 딛고 살아온 세월‘, ”사모곡“, ”역사의 강물을 굽어보며“ 등이 있으며 고희 수필집 ”나는 행복합니다.“ (2012. 도서출판 Book Manager)에 수필 70편을 수록했다.
이번에 등단한 이성수의 수필 “자부심을 갖자”“ 어느 3333날의 결혼식”이 신인상에 당선된 것도 김학교수의 사랑의 배려였단다. “ 제가 정년퇴직기념으로 책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 줬는데 김학교수님께는 부끄러워 드리지 못하다가 어느 날 드렸더니 읽어보시고 작품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김학교수님의 덕분에 이런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고 말하는 이성수씨는 “40년이 넘도록 교단생활을 하면서 선생님으로서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고 오직 학생지도에 열중했습니다. 또 글을 쓰고 다듬어 여러 번 신문에 기고했고 각종 단체에 가입해서 마음을 키웠습니다.” 며 겸손해 하면서 당선 소감을 피력했다.
화려한 인생 이모작을 꿈꾸는 어르신.hwp
수필반 수강생들의 진지한 모습.jpg
이성수 수필등단을 축하하는 수필반.jpg
축하난을 증정하는 모습.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