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의 청년 피라모스는
그의 연인 티스베와 뽕나무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 했었다.
그러나 불행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티스베가 피라모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굶주린 사자 한 마리가 나타난 것이다.
티스베는 목도리를 떨어뜨린 것도 모른 채 가까스로 도망을 쳤다.
뒤늦게 약속 장소에 나온 피라모스가 볼 수 있었던 것은
갈가리 찢겨진 그녀의 목도리와
사방에 흩어진 사자의 발자국뿐이었다.
전후 사정을 알 수 없었던 파라모스는 틀림없이
티스베가 사자에게 잡혀 먹혔을 거라는 생각에
칼을 꺼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한편 도망쳤다가 다시 장소로 돌아온 티스베는
뽕나무 아래 쓰러져 있는 피라모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는 허겁지겁 달려가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렸으나
때는 이미 늦어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이 불행을 극복할 의지를 잃은 티스베
역시 피라모스의 칼로 그 자리에서 자결하고 말았다.
이때 그녀의 피가 치솟아 뽕나무 가지 끝을 물들였고
피라모스의 피는 땅 속으로 스며들어 뽕나무 뿌리를 적셨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이후 핏빛으로 붉게 변했다고 한다.
『단테의 연옥 여행기』최승편저 p.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