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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도초등학교 총동문회 원문보기 글쓴이: 56이세진
1. 명지산, 그 뒤는 운악산, 오른쪽 멀리 희미한 산은 북한산과 도봉산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어렵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
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1969 ~ ), 『여행의 기술』(2004)
▶ 산행일시 : 2022년 9월 3일(토), 맑음
▶ 산행인원 : 4명
▶ 산행코스 : 화악터널 북쪽 입구, 실운현, 1,405.6m봉, 북봉, 중봉, 조무락골, 삼팔교, 용수목 버스종점
▶ 산행시간 : 7시간 8분
▶ 산행거리 : 도상 11.0km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메아리 님과 하운 님은 내촌에서) 시외버스 타고 사창리로 가서, 택시 타고
화악터널 입구로 감
▶ 올 때 : 삼팔교 지나 용수목 버스종점에서 군내버스 타고, 목동터미널로 와서 군내버스로 환승하여 가평
에 와서 저녁 먹고, 군내버스 타고 가평역으로 가서 전철 타고 상봉역에 옴
▶ 구간별 시간
06 : 50 - 동서울터미널
08 : 42 - 사창리
09 : 12 - 화악터널(890m) 입구, 산행시작
09 : 35 - 실운현(實雲峴, 1,044m)
11 : 09 - 화악북봉(1,440m)
12 : 09 - 중봉(0.2km) 갈림길, 점심(12 : 09 ~ 12 : 45)
13 : 05 - 중봉(1,446.1m)
14 : 20 - 조무락골
14 : 48 - 석룡산 갈림길
15 : 30 - 복호동폭포
16 : 14 - 삼팔교
16 : 20 - 용수목 버스종점, 산행종료
17 : 15 - 가평, 저녁
19 : 33 - 가평역
20 : 26 - 상봉역
2. 화악산 지도
지난 1주일은 무척이나 길었다. 화악산의 닻꽃이 고대 다 질 것만 같았다. 2주전에 캐이 님이 ‘홀로산행’ 카페에
화악산에서 닻꽃을 올해도 보았노라고 올린 산행기를 보고 조바심이 났다. 여러 해를 두고 벼르던 닻꽃이다.
작년 이맘때 닻꽃을 보러 갔으나 이미 다 지고 말았었다. 딴은 그간 내가 게으르고 정성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그렇게 보고 싶다면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당장 화악산에 달려갔으면 될 터인데 말이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이자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식물로 멸종위기 2급인 닻꽃은 화악산 말고도 대암산(대암산 들
머리인 서화면에 있는 용늪체험관에는 여름철 꽃으로 닻꽃을 1순위로 소개하고 있다)에도 있다는데, 거기를
가기로는 대중교통이 불편할뿐더러 닻꽃이 자라는 위치도 막연하다. 화악산에는 실운현(1,044m)에서 중봉
(1,446.1m) 바로 아래 갈림길에 이르는 3.7km 임도 주변과 북봉(1,440m) 근처에 있다니 찾아보기도 쉽다.
메아리 대장님은 대성산악회 따라 곡성 최악산과 동악산을 생각했으나, 지난주에 전북의 진안 덕태산을 갔는
데 추석을 즈음한 벌초시즌의 민족대이동을 방불한 차량행렬에 크게 곤욕을 치러서 남도행은 당분간 참기로
하고 북도행 화악산을 간다. 나로서는 화악산이 급하다. 화악산을 쉽게 오르기로는 조무락골로 가서 중봉 또는
삼일봉을 경유하거나 화악리 건들내로 가거나인데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다. 시간이 곧 돈이다. 동서울터미널에
서 시외버스 타고 사창리로 가서, 택시 타고 실운현이 가까운 화악터널 입구로 가는 것이다.
물론 삼일교 지나 화음동 법장사 위쪽의 북봉 북동릉을 오르는 방법도 고려했으나 너무 길고 가파른 오르막이
라서 의외로 힘들다. 낼 모래가 추석명절이고, 또한 자연 님은 지난주 북설악 산행의 너덜 후유증이 아직 가시
지 않았다고 하니 아예 화악터널 입구까지 택시로 간다. 택시 기사님이 진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 님이 차
창 밖의 사과밭을 보고 사과의 맛이 어떠한지 묻자, 아직은 이곳 풍토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인지 맛과 당도가
타지 산에 비해 떨어지더라고 한다.
삼일교를 기점으로 한 지촌천 곡운구곡과 큰골 화음동(華蔭洞)은 곡운 김수증(谷雲 金壽增, 1624~1701)의 행적
으로 인해 그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그는 형조 정랑ㆍ공조 정랑을 거쳐 각사(各司)의 정(正)을 두루 역임하였으
며, 1670년(현종11)에 지금의 화천군 사내면 영당리에 복거(卜居)할 땅을 마련하고 농수정사(籠水精舍)를 지었
다. 1675년(숙종1)에 성천 부사로 있던 중, 동생 수항(壽恒)이 송시열(宋時烈)과 함께 유배되자 벼슬을 그만두고
농수정사로 돌아갔다.
이때 주자(朱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모방하여 그곳을 곡운(谷雲)이라 하고, 곡운구곡(谷雲九曲)을 경영하
면서 화가인 조세걸(曺世傑)을 시켜 〈곡운구곡도〉를 그리게 하는 등 글씨와 그림에 관심을 기울였다. 1689년
기사환국으로 송시열과 동생 수항 등이 죽자, 벼슬을 그만두고 이곳 화음동에 들어가 정사를 짓기 시작하였다.
1694년 갑술옥사 후 다시 관직에 임명되어 한성부 좌윤ㆍ공조 참판 등에 제수되었다. 그러나 모두 사퇴한 뒤
세상을 피해 이곳 화악산 골짜기로 들어가 은둔하였다.
농수정(籠水亭)이라는 이름은 “세상의 시비하는 소리 귀에 들릴까 저어해서, 일부러 흐르는 물로 하여금 산을
다 둘러싸게 하였네.(常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籠山)”라고 한 고운 최치원의 시에서 취한 것이다.
화악터널 입구는 화악산 산행의 주요 들머리다. 오늘 처음 안다. 왼쪽의 데크전망대에서 사창리 일대와 복주산,
대성산을 일람하고 나서 여러 산행표지기가 안내하는 숲속 소로를 오른다. 화악터널 입구에서 실운현을 금방
오를 줄 알았는데 0.5km나 되는 가파르고 꽤 긴 거리다. 갈지자 연속해서 그리며 오른다. 등로 주변에는 흰진범
이 무리지어 반긴다. 흰진범은 새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담을 나누거나 혹은 구수회의 하는 것 같다. 한 번 그런
모양으로 보고 나니 다른 모양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임도에 다다르고 산굽이 한 차례 돌아 실운현이다. 디지털가평문화대전은 실운현(實雲峴, 1,044m)이 화천군
사내면 지역의 옛 이름인 실운현(實雲縣)에서 유래한다고 하고, 국토정보플랫폼의 지명사전은 ‘산이 높아 구름
이 끼는 고개’라고 해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고 한다. 실운현에는 승용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많다. 실운현에서
임도 따라 중봉까지 3.7km다. 차는 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북봉을 경유해도 거리는 비슷하다. 바리케이드 옆으
로 북봉 오르는 능선 길이 잘 났다.
3. 멀리 가운데는 대성산
4. 흰진범
5. 흰진범, 새들이 마주보며 정담을 나누는 것 같다
6. 금강초롱
7. 금강초롱
8. 흰진범
9. 금강초롱
10. 투구꽃
11. 중간이 북배산, 계관산, 삼악산
12. 멀리 가운데는 용문산
13. 중간이 삼악산, 왼쪽 멀리는 오음산
이제부터 닻꽃 탐색이 시작된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야생에서의 실물은 다르지 않을까. 눈에 부쩍 힘준다.
하늘 가린 울창한 숲속이라 풀숲이 드무니 닻꽃 또한 없을 것이라 잰걸음 한다. 마주치는 대형 카메라를 든
사람마다에게 물어본다. 닻꽃을 보셨는지. 중봉 가는 임도 오른쪽의 양지바른 풀숲에 있더라고 한다. 그런데
이미 져서 카메라에 담을 형편이 아니더라고 한다. 어쩌다 온전한 한 두 송이는 볼 수도 있을 거라고 한다.
북봉을 물론 거기에 이르는 능선에는 닻꽃이 없다고까지 한다. 2주전에 캐이 님이 북봉에 아주 흔하다고 했다.
캐이 님을 믿는다. 어둑한 숲속에는 금강초롱이 줄줄이 불 밝힌다. 외등 혹은 쌍등이다. 널찍한 공터가 나와 휴
식한다. 중봉을 간다는 젊은 연인 등산객 둘이 우리 뒤를 쫓아왔다. 무릇 낯선 사람과 만나면 먼저 (먹을 것을)
권하는 것이 이득이다. 더 큰 것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우리가 탁주 한 잔 하시라고 권했더니, 자기가 직접 부쳤
다는 전과 흑토마토를 내놓는다. 금방 친해진다.
북봉 전위봉인 1,405.6m봉이다. 하늘이 트이고 길섶 풀숲에서 닻꽃을 본다. 누구에게 묻지 않아도 닻꽃인 줄을
바로 알겠다. 우리 오기를 기다리느라 파리해지도록 지쳤으면서도 떼로 나와 반긴다. 일일이 엎드려 눈맞춤하
느라 발걸음이 더디다. 그러다 고개 들면 사방 조망 또한 가경이니 걸음걸음이 오지다. 마지막 피치는 되게
가파르다. 북봉. 암봉이다. 햇볕이 가득하지만 선선한 산기운이 감돈다. 사방 조망을 안주하여 정상주 탁주
마신다.
북봉에서 중봉 가는 길. 1km 남짓이다. 군부대 높은 철조망을 따라 간다. 뚜렷한 길이 아주 사납다. 풀숲에
묻힌 철조망에 배낭이나 옷자락이 자주 걸리고 울퉁불퉁한 바위는 미끄럽다. 불청객을 감지하고 확성기가 큰
소리로 경고한다. 출입금지구역이니 돌아가시라고 한다. 사면에는 지뢰가 있다고 겁준다. 그에 따르지 않자
군인이 직접 나와 육성으로 돌아가시라고 다그친다. 그렇지만 뒤돌아가는 편이 더 멀다. 이러는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막무가내 전진한다.
언뜻 기웃거려 보는 군부대 철조망 안에는 아직 싱싱한 닻꽃과 과남풀이 흔하다. 얼른 카메라에 담는다. 우리를
선두로 하여 세 팀이 요란한 확성기 경고와 함께 뒤따라온다. 어렵사리 중봉(0.2km) 갈림길 너른 공터에 다다
르고 점심자리 편다. 그간 여러 날을 두고 오매불망하던 닻꽃을 보았으니 뿌듯하다. 술맛이 썩 좋다. 이곳 중봉
갈림길에서 보는 거침없는 산 첩첩 조망은 중봉 정상에서의 그것보다 낫다.
중봉 0.2km는 슬랩 섞인 가파른 오르막이다. 핸드레일 붙들고 오른다. 중봉 오르는 길섶에도 닻꽃이 보인다.
중봉. 화악산의 정상 노릇을 하는 중봉이다. 화악산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정중앙으로 알려져 왔다. 중봉이란
이름은 정상 아래 중간 봉우리란 뜻이 아니라 한반도의 중앙이라는 뜻이다. 화악산의 이름 유래는 확인되지 않
는다. “화악산의 정상은 신선봉(神仙峰)이라 하며, 정상 동쪽에 있는 응봉과 서쪽에 있는 중봉을 가리켜 ‘삼형제
봉’이라고도 부른다. 신선봉을 ‘설봉(雪峰)’이라고도 하는데 봄철에 화악산의 중턱에는 꽃이 피어 있어도 정상은
눈이 하얗게 쌓여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향토문화전자대전)
김형수의 『韓國400山行記』(2002)에 보이는 화악산 중봉의 개관이다.
“서울 근교 가평군에는 아름다운 산이 유난히 많은 천혜(天惠)의 고장으로써 군 전체가 대부분(2개리 제외)
청정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그중 화악산은 경기 최고봉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남한) 10번째 고산으로 소백산
(1,439.5m)보다 28.8m가 더 높고 경기 5악(화악산 ․ 운악산 ․ 관악산 ․ 송악산 ․ 감악산) 중에서도 으뜸가는 명
산이며 산나물이 많다. 중봉(1,450m)은 신선봉(1,468.3m) 다음으로 높고 중봉 남쪽에는 주 등산로로 이용되고
있는 태고의 큰골계곡이 있고, 북쪽에는 비경의 조무락골이 있으며, 골골이 흘러 모인 옥수로 주천(主川)을 이
루고 있는 가평천은 수량이 풍부하고 담 ․ 소를 이루는 수려한 계곡이다.”
14. 화악 북봉에서 남쪽 조망, 왼쪽 중간이 등선봉
15. 앞은 촉대봉, 그 뒤는 가덕산과 북배산, 멀리 왼쪽부터 대룡산, 연엽산, 구절산
16. 앞 왼쪽은 복주산, 오른쪽 멀리는 대성산
17. 오른쪽 멀리는 용화산
18-1. 닻꽃,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로 멸종위기 2급이다.
2019년에 이름이 ‘참닻꽃(Halenia coreana S.M.Han, H.Won & C.E.Lim)’으로 바뀌었는데 유전자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에만 사는 새로운 종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18-2. 닻꽃
20. 응봉
21. 앞은 두류산, 토모산, 오른쪽 멀리는 용화산
22. 앞은 석룡산, 오른쪽 멀리는 금학산, 그 앞은 명성산
화악산은 가을이면 기화이초가 많기로 이름이 났지만, 단풍도 예로부터 유명했다. 어우당 유몽인(於于堂
柳夢寅, 1559~1623)의 「천주산인 종영의 시축에 제한 서(題天柱山人鍾英詩軸序)」에 나오는 한시의 일부다.
羈夢玄洲月 현주(玄洲)의 달에 나그네 꿈꾸고
歸帆汶水風 문수(汶水)의 바람에 돌아가는 배
楓林秋賞晩 단풍 숲 가을 구경은
華嶽與君同 화악산에서 그대와 함께 하리
현주(玄洲)는 북해(北海) 가운데 있다는 섬 이름인데, 여기에는 신선이 살고 금지옥초(金芝玉草)가 많이 있다고
한다. 문수(汶水)는 벼슬을 그만두고 은거하는 땅을 가리킨다. 계씨(季氏)가 공자의 제자인 민자건(閔子騫)을
비(費)땅의 수령으로 삼으려 하자, 민자건이 “다시 한 번 나를 부르러 온다면, 나는 필시 노(魯)나라를 떠나
제(齊)나라의 문수 가에 있게 될 것이다.(吾必在汶上矣)”라고 말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論語 雍也》
(ⓒ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 김홍백, 권진옥 (공역) | 2016)
중봉 데크전망대의 조망도 바로 앞의 능선이 약간 가리기는 했지만 괜찮은 편이다. 멀리 금학산, 지장산, 도봉
산, 북한산, 용문산, 백운봉 등이 희미하게 보인다. 하산한다. 예전에는 중봉에서 약간 내렸다가 오른쪽 비탈진
너덜지대 지나서 화악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지능선을 잡아 오림골로 가서 천도교수련원 지나 건들내로 갔는
데, 지금도 그 하산 길이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가장 짧은 하산 길을 고른다. 조무락골로 빠지는 것이다.
그런데 버스 타는 승강장을 하산지점으로 한다면 조무락골로 가서 삼팔교 지나 용수목 버스종점으로 가기보다
는 중봉 남릉을 타고 애기봉에서 큰골 지나 관청으로 내리는 편이 거리로는 더 짧다. 중봉에서 조무락골까지는
불과 1.5km이지만 거기서 삼팔교까지가 장장 5km에 달한다. 아무렴 볼거리는 조무락골이 백번 낫다. 새들도
춤을 추며 즐긴다는 계곡이 아닌가. 물구경이다. 애기봉 가는 능선은 내내 하늘 가린 숲속이라 아무 조망이
없다.
중봉을 내려 잠시 평탄하다가 ┣자 애기봉 갈림길 지나고부터 급전직하로 내리쏟는다. 축축하니 젖은 흙 사면
이라 미끄럽기도 하다. 여기는 금강초롱이 조무락골에 이르도록 길 양쪽에 도열하여 배웅한다. 그에 조금도 팍
팍한 줄 모르고 내린다. 조무락골 최상류다. 더 위쪽으로는 등로가 없다. 큰물이 흐른다. 옥계반석에서 낯을 씻
는데 손이 시릴 정도로 차다. 알탕을 물론 탁족할 생각마저 멀어진다. 지난 폭우로 토사가 쓸려나가 멀쩡했던
길이 너덜로 변했다.
조무락골을 내리는 뻔한 길을 잘못 들기도 한다. 여러 산행 표지기들이 안내하는 석룡산 갈림길이다. 계류 건너
편에서 석룡산에서 내려온다는 부부 등산객이 우리 쪽에 길이 있느냐고 묻는다. 임도로 잘난 길이 있다. 우리가
휴식하는 동안에 그 부부는 우리가 일러준 길로 먼저 가더니 잠시 후에 뒤돌아온다. 산으로 가는 길 같다고 한
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하며 우리가 앞장서서 간다. 임도는 언덕바지를 오르더니 이내 사라지고 소로가 산굽
이 돈다.
그나마 잡석 깔린 사면에서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 지난 폭우의 심한 장난으로만 여긴다. 생사면 누벼 계류 쪽
으로 내려간다. 절벽에 막힌다. 어떻든 계류를 건너야 한다. 메아리 대장님이 좀 더 위쪽으로 올라가서 계류로
내리는 길을 뚫는다. 계류 건너편에 길이 있다. 어디서 잘못 되었을까 복기해 본다. 아까 석룡산 갈림길에서
부부 등산객이 우리 쪽으로 계류를 건너오지 않았어야 했고, 우리가 그쪽으로 계류를 건너가야 했다.
그 통에 쌍룡폭포를 놓치고 말았다. 등로에서 50m 떨어진 복호동폭포는 데크로드와 관폭대를 설치했다. 관폭
대 난간 넘어 폭포 가까이 다가간다. 삼각대가 없으니 가쁜 숨을 진정하고 살그머니 셔터(속도 1/4초)를 누르는
데 한참 걸린다.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면 계류를 들여다보곤 한다. 인적은 제법 멋진 폭포로 안내한다. 석룡
산 갈림길을 연속해서 지나고 대로와 만난다. 카페를 하나 둘 지난다. 이윽고 삼팔교다. 용수목 버스종점은
0.5km를 더 가야 한다. 앞서간 메아리 대장님이 빨리 오라고 손짓하다.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달음박질
한다.
23. 왼쪽 멀리는 왕방산, 그 오른쪽은 국사봉
24. 오른쪽 멀리는 용문산
25. 중봉 정상에서
26. 과남풀
27. 중봉에서 바라본 명지산, 오른쪽 멀리는 북한산과 도봉산
28. 쥐눈물버섯
29. 조무락골
30. 조무락골 복호동폭포
31. 조무락골
32. 조무락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