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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원자폭탄(原子爆彈, atomic bomb), 줄여서 원폭은 핵분열 반응을 이용해 폭발을 일으키는 핵무기의 한 종류이다. 핵분열탄이라고도 부른다. 핵분열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 바로 수소폭탄과는 대비되며, 수소폭탄은 수소 핵융합에 필요한 고온, 고압의 조건을 얻기 위해 원자폭탄을 기폭제로 사용한다.
2. 역사
원자폭탄은 20세기 특수 상대성 이론 등 인류의 과학적 지식 기반이 충분히 축적된 결과 만들어진 대량살상무기로, 핵분열에 따른 고온의 방사성 붕괴열을 인위적으로 유도하여 전쟁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시작하였다. 이러한 발상은 당시 가장 핵물리학이 발달했던 독일에서 먼저 시도되었는데, 1938년 오토 한(O. Hahn)등이 참여한 우라늄(U)의 중성자 충돌 실험에서 원자핵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초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막상 충돌시켜보자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되더니 더 가벼운 원소인 바륨(Ba)과 크립톤(Kr)으로 분열하는 것이 관측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핵분열의 시초였다. 이듬해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이 연구는 우란프로옉트(Uranprojekt)라는 이름의 고폭약 개발 계획에 응용되었다.
독일은 1940년 프랑스 침공의 결과로 벨기에를 지배하에 두게 된 상태였는데, 벨기에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이자 고품질 우라늄광이 있던 자이르를 식민지로 두고 있어서, 당시 기준으로도 원자폭탄 1, 2발을 제작해 볼 수 있는 약 1천 톤 이상의 천연우라늄을 확보한 상태였다. 여기에 자이르 우라늄 광산 못잖은 고품질 우라늄 광산인 오스트리아의 요아힘슈탈 광산 역시 독일의 지배하에 있으므로 원료 확보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또한 핵분열 실험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던 물질인 중수의 생산시설 또한 독일이 갓 점령한 노르웨이에 위치했다. 그 결과 미국으로 망명하거나 연합국에 협조하고 있던 반나치 성향의 핵물리학자들은 독일이 만약 1939년부터 원자폭탄 개발에 착수해 왔다면 늦어도 1943년 이전에는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 예측하게 되었다.
그러한 예측의 현실성과는 관계없이, 미국 전쟁부의 수뇌들 역시 나치 독일의 신무기가 전쟁의 판도를 뒤바꿀 것을 매우 두려워했다. 레오 실라르드를 중심으로 국립과학아카데미의 과학자들은 당시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물리학자였던 아인슈타인의 명의로 미국 정부에 핵무기 개발을 제의했고, 때마침 진주만 공습이 터지고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면서 핵개발 계획인 맨해튼 계획이 발족되었다. 이 계획은 초기에는 원자로 및 핵분열 이론에 관한 기초 연구 및 소요 조사 연구에서 시작했으나 점차 거대한 프로젝트로 변하여 마칠 때쯤에는 국방 예산 20억 달러, 과학자, 군인 및 기타 인원 13만 명을 동원한 결전병기 사업이 되었다. 계획의 책임자로 1년 반만에 펜타곤을 지은 공병대 출신의 레슬리 그로브스가 임명되었고, 줄리어스 오펜하이머를 필두로 존 폰 노이만, 엔리코 페르미, 한스 베테, 어니스트 로런스, 이지도어 라비, 닐스 보어, 리처드 파인만 등 당대 물리학계의 거두들이 차출되었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성공은 1945년 7월 트리니티 실험에서 인류 최초로 만들어낸 강력한 핵폭발과 함께 증명되었다.
반면에 미국과 영국이 두려움에 떨고 있던 독일의 핵개발은, 그들의 예측과는 달리 실제로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당시 계획의 책임자를 맡았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삽질을 포함해, 다양한 과학적 오류와 실수로 인해 원자폭탄 개발을 제대로 진척시키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은 하이젠베르크 등이 나치 당국의 지시에 반해 의도적으로 태업을 한 것은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설사 그들이 전력으로 달려들었더라도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훗날 드러난 비효율적인 반응로 설계였다. 이 반응로는 하이젠베르크 자신이 설계한 것으로 기능이 조잡하여 임계 상태를 만들기 어려웠다. 거기에 더해 그는 설계도를 유출시킴으로써 우란프로옉트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고 말았다. 때문에 후세 역사학계에서는 하이젠베르크가 독일의 핵개발 프로젝트인 우란프로옉트의 능력이 생각보다 형편없다는 것을 일부러 연합국에 알리려 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물론 진실은 불분명하며, 다만 하이젠베르크는 전후 네이처 지에 기고한 독일의 핵개발 역사 관련 면담에서 우리는 폭탄을 만들 능력 자체가 없었다고 회고했을 뿐이다.
그 외에도 예컨대 독일의 과학자들은 감속재로 중수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는 흑연도 사용할 수 있었으나, 흑연은 일부 과학자들의 잘못된 실험 결과 때문에 조기에 배제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국력 문제 때문에 실제 핵무기 개발에 이르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며, 심지어 미국이 우려하고 있던 바와는 달리 히틀러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핵물리학을 연구하던 많은 유대인 학자들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계에서 추방되었고 결과적으로 핵물리학에 대한 투자 자체가 매우 빈약해진 상태였다. 심지어 190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필립 레나르트가 유대인의 학문인 핵물리학 따위를 어떻게 믿느냐는 황당한 견해를 보이기도 하였다. 기본 장비랄 수 있는 사이클로트론조차 없어서, 1942년에 세계 최대급 사이클로트론 건설 예산을 주겠다는 알베르트 슈페어의 제안을 받자 오히려 아직은 제대로 만들 수 없을 테니 제발 조그만 것부터 시작하자며 당황할 정도였다. 결국 종전 때까지 독일이 사용할 수 있었던 사이클로트론은 프랑스 점령지에 있는 것을 제외하면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단 1개 뿐이었다.
그 결과 독일이 벨기에에서 손에 넣었던 천연우라늄 및 광석 전량이 처음 독일 손에 들어갔을 때 상태 그대로 미국의 수중에 떨어질 정도로 독일은 핵무기 또는 핵에너지 개발에 기초적인 접근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여기에 독일의 핵무장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기 위한 영국과 노르웨이 저항군의 특수작전으로 노르웨이 중수공장이 파괴되어 독일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중수를 수 톤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등 외부적인 요인 덕분에 설사 전폭적인 지원과 독일 과학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었다 해도 실제 역사에서 벌어졌던 수준 이상의 연구 성과는 거둘 수도 없었을 것이다.
독일에서 일본으로 향한 마지막 수송잠수함인 U-234에 핵물질(공식적으로는 산화우라늄)이 적재돼 있었다. 당시 일본 육군은 니고연구, 일본 해군은 F연구라는 핵 개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었고 흥남 앞바다에서 대기 중 핵실험을 했다는 기록도 있지만 이 물질의 정체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몇 가지 산화우라늄으로 보기 어려운 조사 결과가 일부 발표되었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이 물질이 우라늄 산화물이 아닌 라듐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 물질을 적재한 잠수함이 미군에 투항하고 약 1주일 후에 일본에 대한 원폭 사용이 공식적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미국의 핵공격에 이 핵물질의 정체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명확한 근거는 없다.
2.1. 원자폭탄의 사용
이렇게 해서 등장한 원자폭탄은 제2차 세계 대전 막바지에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1발씩 투하하였다. 이후 몰락 작전과 한국전쟁을 비롯해서 여러 차례 쓰일 뻔했지만 결국 전쟁시의 파괴 목적으로는 전혀 쓰이지 않았다. 적어도 소련의 핵무기 개발 이전까지는 핵무기가 쓰일 만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고, 그 이후 핵무기의 사용은 핵 도미노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조기부터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이용한 평화유지 전략이 바로 상호확증파괴 전략이며, 이런 전략이 처음으로 제기된 것도 바로 저 맨해튼 계획 때의 물리학자들에게서이다.
3. 기본 방식
<압축식 플루토늄 핵폭탄의 기본 방식>
기폭장치(중성자 점화기)가 점화되면 플루토늄 원통의 중심으로 대량의 중성자를 방출한다.
동시에 플루토늄 원통 주변에 있는 폭발물이 폭발하면서 플루토늄 원통을 찌그러뜨려서 강하게 압축시킨다.
내부로 공급된 대량의 중성자와 압축된 플루토늄의 결과로 내부의 핵분열 반응은 빠르게 임계질량에 도달한다.
플루토늄 원통이 파괴되면서 1억도가 넘는 에너지가 사방으로 방출되고 핵폭발이 일어난다.
대체로 우라늄(원자번호 92)과 플루토늄(원자번호 94)을 사용해 만든다. 아무거나 되는 건 아니고 핵분열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우라늄-235나 플루토늄-239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쓴다. 우라늄의 경우 천연 우라늄의 극히 일부인 우라늄-235를 따로 추출해 사용하며 플루토늄의 경우 원자로 안에서 우라늄-238에 중성자맞은 물건이 변신한 것을 따로 모아 사용한다.
이런 핵물질들의 방사성 감쇠는 기본적으로 알파 붕괴를 따르지만(우라늄은 45억년이 지나면 절반으로 줄어든다), 중성자선을 흡수한 경우에는 붕괴하지 않고 핵분열을 통해 감쇠가 일어나며, 이 때 다시 중성자선이 발생한다. 물론 이 새롭게 발생한 중성자선은 또 다시 다른 원자의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고, 따라서 중성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발생했다면, 연쇄적으로 핵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아주 낮은 빈도로 중성자선을 흡수하지 않고도 핵분열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자발적 핵분열로 발생한 중성자선은 핵분열의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트리거로 작동할 수 있다. 다만, 일반적인 경우 자발적 핵분열로 발생한 중성자선은 거의 대부분은 허공으로 흩어지게 되어 유의미한 수준의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그러나, 적당한 덩어리로 모아두면 나오는 중성자의 수가 중성자를 맞고 분열하는 원자 수보다 많아지게 되므로, 1-2-4-8-...식으로 매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 질량 한계를 임계질량이라고 부른다. 자발적 핵분열의 빈도는 정말로 극히 낮긴 하지만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으므로 임계질량 이상으로 뭉쳐놓기만 하면 오래지 않아(사실, 즉각적으로 일어난다) 중성자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결과는 대폭발. 그리고 이 반응은 화학반응을 이용하는 화약류와 달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E=MC² 공식을 따르기 때문에 나오는 에너지량이 무지막지하다.
우라늄 폭탄과 플루토늄 폭탄은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우라늄 폭탄은 주로 작은 두 덩어리들을 합쳐 큰 덩어리(>임계 질량)를 만드는 이른바 포신형 방식으로 폭발을 일으킨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리틀 보이는 우라늄 폭탄이기 때문에 이 방식을 사용했다. 플루토늄 폭탄의 경우 이러한 방법으로 제대로 된 폭탄을 만들 수 없기에 훨씬 더 복잡한 구조가 필요하다. 내파를 이용해 임계 이하의 덩어리를 순간적으로 압축해 이 과정에서의 내파압을 이용해 핵분열 반응이 최대한 지속될 수 있도록 덩어리를 유지하는 방식을 쓴다. 나가사키에 떨어진 팻맨이 이 방식을 따랐다. 우라늄-235를 99% 이상으로 농축하는 일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최초에 만들어진 극소수를 제외하면 모든 핵폭탄은 플루토늄을 쓰며 따라서 사실상 후자의 방법만 쓰인다. 과거에 이 두 폭탄이 길이가 3m가 넘는 초대형폭탄이였던 것에 비해,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작은 건 30cm 정도의 크기이다.
따라서, 이걸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를 거친다.
핵분열 물질을 모은다. 우라늄의 경우 원광이 많이 필요하고 그거 분류 정제하는데 꽤 공이 많이 들지만, 플루토늄의 경우는 그냥 원자로 하나하고 차폐된 소규모 재처리 시설로도 가능하다. 영변에 있다는 것이 이거다. 영변에는 폭탄 만들기 딱 좋은 RBMK와 더불어 마그녹스도 있었다.
폭탄을 설계하고 제작한다. 이건 내파가 가능한 형태의 소형 폭탄을 만드는 것과 동일하다. 나가사키에 떨어진 팻 맨이 이 물건. 단, 내파가 됐는지 안됐는지는 제대로 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경우 컴퓨터 시뮬레이션만 갖고도 된다지만 (미국) 그게 없는 나라는 그냥 터뜨려보기 전엔 모른다.
문제는, 이 내파를 극도로 고르고 정확하게 생성해야 하는데, 이것이 매우 힘들다. 정밀한 내파반사용 렌즈를 만들어야 한다. 중성자 반사재가 있으면 더 쉽다.
그걸 나를 준비를 한다. 전략 폭격기-ICBM-SLBM 세 가지를 다 갖고 있는 나라는 몇 안된다. 그리고 제대로 경량화가 안된 초기형 원자폭탄은 미사일에 싣기엔 너무 무겁다. 폭격기에 싣기도 사실 벅차다. 초장거리 폭격기인 B-29도 첫 핵폭탄인 가젯에 비하면 경량화된 리틀 보이와 팻 맨을 장착하기 위해 방어무장과 각종 장비를 덜어내는 개조를 거쳐야 했다.
여기까지가 기술적인 문제고, 이걸 다 할 자신이 있으면 도전하기 전에 핵비확산을 외치면서 자신들의 패권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기존 핵보유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들, 그 중에서 특히 미국을 말이나 돈이나 무력 중에 하나 이상을 동원해 뚫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지금 핵 있는 나라도 부담되는 판에 더 생기는 것을 용납할 리가 없다. 따라서 핵무기 확산 방지에 편집증적인 집착을 가진 미국의 생각을 돌리는건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1~3은 어떻게든 되는 나라가 그럭저럭 있으나, 대부분이 4에서 막혀서 관두고 있기에 핵무기 보유 국가가 얼마 없는 것이다.
구 소련도 영국도 프랑스도 이스라엘도 전부 미국을 뚫어서 만들었다. 중국은 미국과 소련에서 기본 정보를 빼왔고, 인도와 파키스탄은 알려진 정보와 적절한 스파이 행위와 암시장 구매물품과 근성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아공은 만들었다가 아파르트헤이트와 함께 포기했다. 그리고 북한은 중국, 러시아가 몰래 지원해준 기술과 구소련 출신 핵무기 개발 과학자들로 만들었다. 개발속도가 그래서 더딘 것. 그마저도 미국이 암묵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허락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달리 북한은 당연히 미국의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압박을 받고 있다.
참고로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박정희가 만들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휘소 박사가 연관되었다는 것은 소설가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내용으로, 이휘소 박사는 애초에 핵물리학자가 아닌 입자물리학자이다. 아무튼 10.26 사건 이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단되었다. 사실 21세기의 한국이면 3번 조건까지는 쉽게 달성할 수 있다.
3.1. 사실은 만들기가 쉽다?
가끔 적극적으로 핵무기를 만들면 수 개월에서 몇 년 정도만 있으면 된다는 말처럼 과거에 비해서 우수한 기술력과 정밀 컴퓨터 제어 CNC 등의 비교적 일반화된 현재로서는 핵무기를 처음 만드는 국가라도 제작 자체가 아주 어렵지는 않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상당수 선진국에서 핵무기 제작이 가능은 하다. 여기에 더불어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의 기초과학에서 핵무기 제작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가능하다. 포신형 핵무기는 우라늄끼리 충돌시키기만 하면 사실상 폭발하므로, 핵실험이 필요없으며, 제작도 내폭형과 비교한다면 그나마 간단한 편이다.
일례로 1976년 프린스턴 대학교 물리학과 3학년 존 아리스토틀 필립스는 "테러 집단이 현재 정보를 가지고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하여 약 3개월 동안 연구 끝에 리포트를 내었고, 해당 리포트는 파장을 일으켰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저명한 핵공학자 프랭크 칠턴(Frank Chilton)이 해당 "실제 폭탄 제조법과 다르지 않음“을 100% 보증했다. 덕분에 이 사람의 별명은 A-Bomb Kid가 되었다.
허나 당연히 이미 개발되어있을 핵무기 관련 기술은 어디에서나 극비사항이고 위 사례로 인해서 CIA나 FBI에서 해당 내용에 관하여 보안을 신경 쓰고 있다. 그래서 맨땅에 헤딩하며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한다면 시간과 돈이 아주 많이 들 것이다. 거기다 이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기라도 했다간 외교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즉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작용할 것이므로 '이론상 가능하다' 정도다.
예를 들어 첨단 반도체나 항공기 같은 높은 수준의 기술, 심지어 스텔스 기술마저도 원리 자체는 개나소나 손에 넣을 수 있지만 그걸 실용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핵무기 역시 마찬가지로 원리가 알려져 있다고 기술적 이론이 간단한 게 절대 아니다. 폭축 렌즈의 배치구조, 플루토늄과 핵 기폭용 중성자원의 크기와 배치방법, LiD 농축 등 단순 이론만으로는 간단히 해치울 수 없는 수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MIRV 탑재용으로까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고위력화/소형화 시키는데는 미국이나 소련 같은 초강대국들조차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도 핵무기를 만들 재료를 구하는 것 역시 만만한 일이 아니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손에 넣는 것을 적대국과 주변국들에서 가만히 둘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르헨티나에서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하자 영국과 미국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훼방을 놓았고 결국 아르헨티나의 핵무기 개발을 무산시켰으며, 프랑스의 핵개발을 눈치챈 영국이 먼저 핵무기를 손에 넣자마자 미국 영국 캐나다가 손을잡고 프랑스가 기어 올라오던 사다리를 걷어 차버리기까지 했을 정도.
유독 핵무기에서 이런 주장이 많이 나오는데 아마도 방사선에 대한 공포로 도저히 실용화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이라도 위협 요소로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약에 스텔스 항공기를 만든다고 한다면 그 기체의 비행 성능이나 레이더 RCS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그리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플루토늄을 모아 기폭시켰는데 핵반응은 안 일어나는 조잡한 실패작이 나왔다면, 핵반응이 안 일어났다 하더라도 플루토늄이 광범위하게 살포되어 나름대로 굉장한(?) 테러 무기가 된다. 더러운 폭탄이 이런 원리다. 당장 제대로 된 기술 없이는 효율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기폭 자체가 안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원료를 구하는 것도 어렵고, 세계 강대국들의 치열한 견제까지 덤으로 딸려온다는 것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