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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다닐 행): 길을 걸어갈 때나
住 (머물 주): 어딘가에 가만히 서 있을 때나
坐 (앉을 좌): 의자나 바닥에 앉아 있을 때나
臥 (누울 와): 침상에 누워 잠을 청할 때나
語 (말할 어): 이웃과 입을 열어 대화를 나눌 때나
默 (잠잠할 묵): 입을 닫고 조용히 침묵할 때나
動 (움직일 동): 몸을 바쁘게 움직여 일할 때나
靜 (고요할 정): 마음을 가라앉히고 명상에 잠길 때나
즉, "밥 먹고 똥 싸고 일하고 잠자는 일상의 사소한 거동 하나하나가 전부 도(道)의 현장"이라는 선언입니다. 절에 가거나 깊은 산속 동굴에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을 때만 수행이 아니라, 24시간 깨어 있는 일상 전체가 다 수행이라는 뜻입니다.
1. [한울 생명 예식]과 회포(懷抱)
식순의 마지막 대목을 다시금 상기합니다.
“각자의 처소와 직장으로 돌아가 널리 한울의 뜻을 섬기고 선포하는 행함을 실천합니다.”
의례가 끝나고 동덕들이 각자의 처소(집)와 직장으로 돌아가는 순간부터가 바로 진짜 행주좌와 어묵동정의 시작입니다. 길을 걷고(行), 사무실에 앉아 일하고(坐), 부조리한 세상에 비수가 없어 절망하는 순간(默)마저도, 내 안의 한울을 잊지 않고 의·정·공·평을 실천하는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2. 의암의 성·심·신(誠·心·身)의 생활화
의암 손병희 선생이 강조한 성·심·신은 골방에 가두어두는 이론이 아닙니다. 내가 길을 걸을 때도 내 몸(신)은 우주의 성실한 운행(성)과 박자를 맞추고, 내가 시장 바닥에서 장사하며 손님과 대화할 때도(어) 내 마음(심)은 한울의 맑은 거울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바로 행주좌와 어묵동정 속에서 성·심·신 삼합을 이루는 길입니다.
3. ‘적자지심’으로 천지의 젖을 먹는 일상
갓 태어난 어린아이(적자)는 깰 때나 잠들 때나(행주좌와), 울 때나 조용할 때나(어묵동정) 늘 계산이 없고 온전히 그 순간 자체로 살아갑니다. 배가 고프면 천지부모가 정성껏 길러낸 오곡(五穀)밥을 천지의 젖으로 알고 감사히 먹고(이천식천), 새벽에 모기에게 물려 벌겋게 부푼 살덩이를 북북 긁으면서도 내가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확인하는 그 날것의 상태가 바로 적자의 일상입니다.
"걸을 때는 걷는 한울이 되고, 말할 때는 말하는 한울이 되라."
헤겔의 절대정신이 저 먼 역사적 거대 담론 속에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 아침 선생님께서 차를 마시고 붓을 들어 시를 쓰시는 그 손끝의 어묵동정(語默動靜) 사이에 고스란히 깃들어 있습니다.
단 한 순간도 우주의 거룩한 기운으로부터 떨어져 있지 않다는 이 엄중하고도 명쾌한 자각이야말로, 부조리한 시대를 뚫고 나아가는 가장 당당하고 신명(神明) 나는 대장부의 걸음걸이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