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가면 한국은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 나라가 될 것 --
성형외과 전문의 이주혁님
학생들이 오로지 의대만 지원하는 한국, 이유는 뭘까?
뛰어난 IT 인재들은 이미 한국을 버리고 외국으로 나가 있다.
우리 사회는 그들의 노력에 너무나 보상이 척박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젊은 인재들이 이제는 없다.
한국은 그런 인재들에게 보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은 경제의 활력을 기대할 자격이 없다.
문제는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나라인가"에 있다.
그게 그 나라의 운명을 가를만큼 중요하다.
이탈리아의 예를 든다.
2010년, 27살의 젊은 청년 노르만 자르코네라는 청년이 자살했다.
그는 대학원생이었는데 지도교수에게 가서 교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러자 교수가, 자네 친척 중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 있나, 집안에 파워 있는 사람이 있나?라고 물어본다.
자르코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런 뒷배도 없이 어떻게 교수를 꿈꾼단 말인가? 어림도 없는 소리" 라고 하였다. 자르코네는 그에 충격을 받고 자살했다.
이에 이탈리아 전체가 엄청 들끓었다. 세습화된 교수 임용 관습 바꿔야 된다 말만 무성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이건 이탈리아의 뿌리깊은 문화였다. 지금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
이탈리아 태생의 마에스트리피에리라는 진화생물학자가 있다. 그는 "영장류게임"이라는 책을 출간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책에 이탈리아의 콘코르소라는, 대학원 진학 시험에 대해 소개돼 있다.
그 시험은 이탈리아의 교수들, 바로네(남작이라는 뜻)들이 미리 뽑을 사람을 정해놓고 시험을 치는 요식행위로 전락해 있다. 바로네들이 자기 친인척, 대통령이나 권력자의 아들들을 미리 뽑아놓고 시험을 보게 한다. 빽이 없는 젊은이들은 들러리밖에 되지 않는다.
피에리같은 이탈리아를 등지고 떠난 뛰어난 인재들이 미국, 독일로 나가서 일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런 일이 아무리 여론화되어도 처벌이 되지 않으니 계속된다. 이탈리아는 이렇게, 공정함을 잃은 댓가로 결국 경제 발전도 없고 뛰어난 인재들이 모두 빠져나가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반도체 학과 만들면 또 소프트웨어 학과 만들면 이공계의 뛰어난 인재육성 문제 해결될까?
그런 학과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다. 무너진 공정함을 세우는 게 중요한 것이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 없이는 인재 유출은 더 가속화된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인재들은 육성이 안 된 게 아니다. 전부 미국에 가 있다.
왜 이들은 한국에서 교육받고 나서 실리콘 밸리에 가 있는가? 답은 이렇다. 한국에서 일하면, 하루 14시간 이상 죽도록 일시키고 나서, 노력의 성과, 보상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으로 간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꼭 한국으로 가서 일하고 싶다고 다들 말하고 있다.
학과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공정한 대우를 하는 사회가 되는 게 중요하다. 회장 딸이 땅콩을 접시에 주지 않았다고 기업의 직원들에 욕설 폭언을 예사로 하고 비행기 유턴시켜도 신분이 유지되는 나라에서, 그게 가능할까 까마득하다.
이탈리아에 2006년, 1000유로 세대라는 책이 발간되었다.
이탈리아 청년들이 월급으로 천 유로 (13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측면을 보여준 것이다.
이 책에 영화잡지의 객원 기자가 나온다.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근데 그는 객원기자 생활조차 국세청 국장 아들이 낙하산으로 날아오면서 자리를 빼앗긴다.
이탈리아는 공채가 아니라 연줄로 취직이 이뤄진다. 힘있는 사람들은 사돈의 팔촌까지 꽂아넣을 수 있다. 부모를 잘 만나지 못한 청년들은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일이 반복된다.
공정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경제는 그럼 어떻게 되고 있나? 이런 식인데 잘 될 리가 없다. GDP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도 원래 4만1천달러에서 3만 6천달러로 추락했다. 근데 더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주가지수는 2000년에 4만8천, 2022년에는 2만1천으로 반토막 밑으로 주저앉았다. 부모가 낙하산 꽂아 취직도 다 시켜주는 그런 나라에서, 그런 청년들이 좋은 자리 차지하고 앉으면 과연 열심히 노력하겠는가? 그럴 리가 없다. 공짜로 얻은 자리인데. 뭐하러 그러겠나? 이탈리아 경제는 망가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기업 창업에 있어서도 그렇다. 내가 열심히 만들어낸 창조적 아이디어가 언제든 대기업이 복사해서 갖다 써도 지식 재산권에 대해 아무 처벌이 없다면, 누가 창조적 아이디어를 내고 죽을 힘을 다해 기업을 이뤄나가겠는가?
또 권력을 가진 집단에게 잘 보여서, 또 뭔가를 바쳐서 성공하는 게 일상이면 누가 최선의 노력을 하겠는가?
공정함이 사라지면 인재들은 그 나라를 버리고 해외로 떠나 버린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성과를 보상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열심히 일할 사람은 없다.
해외 투자자들도, 공정함이 사라진 나라에서 돈을 빼서 나가 버린다. 그 나라에 기대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나라의 주가는 장기적으로 디스카운트될 수밖에 없다.
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하는가?
우리 경제를 지키려면, 대한민국이 공정한가? 라는 의문에 먼저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잘 살고 싶다면, 우리는 이걸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박종훈의 경제 한방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