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과 마법의 여신 헤카테
우리가 읽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헤카테 여신은 그리스 신화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신이다. 헤카페는 올림푸스 신족이 아니다. 티탄의 자손이므로 고대 신의 속성을 많이 지니고 있다. 인간에게 좋은 일도 많이 베푸지만 해꼬지도 많이 한다.
그가 하는 주 임무는 풍요와 다산이다. 고대 여신이 하는 일이다. 달의 여신이기도 하다. 달은 밤의 상징이다. 사흘 동안 그믐이 계속하면서 세사을 어둠 속에 묻어버린다. 어둠이 헤카테 신의 상징이 되어서 죽음의 여신이다. 저승과 연결되어서 저승의 신화의 주인공이 된다. 이로서 인간 세상에 일어나는 좋지 않은 일은 헤카테가 한 짓이라고 한다. 헤카테는 그리스 인들이 싫어하는 유령과 마법의 여신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신화 속의 신들도 속성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그 시대에 맞도록 변신한다. 헤카테도 고대 여신의 모습에서 변신했다. 그러나 좋지 않는 방향으로 변신하면서, 헤카테의 운명은 나락속으로 떨어졌다.
본업이 출생, 성장, 죽음의 관장이었다. 헤카테 여신은 마침내 지하(저승) 세계를 그의 관리하에 두었다. 달, 밤, 음산함 등등이 모여서 저승세계의 상징이 되었다. 올림푸스 신족으로 지하를 맡은 하데스에 관하여서는 머리가 섬찍해지는 무서운 이야기는 거의 없다. 저승세계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헤카테가 맡아서 연출하는 것 같다.
신이 지니는 성성(聖性)이 영원히 지속하는 것은 아니다. 성(聖)이 속(俗)으로 바뀔 수도 있고, 속이 성으로 바뀔 수도 있다. 헤카테도 원래는 부를 가져다 주고, 고기가 많이 잡히도록 하고, 축산과 육아도 맡아주는 행운의 여신이었다. 그러나 신세가 추락을 거듭하여 유령과 마법을 담당하는 음산한 여신이 되었다. 밤중에 교차로나 세 갈래 길에 나타나서 방랑자에게 공포를 선사하는 신이 되었다. 어스름 초생달빛이 비치는 교차로에서 헤카테에게 제사의례를 올릴 때쯤이면, 어스름과 어둠이 뒤섞여 있는 곳에서 환영처럼 그림지가 어른거리는 모습을 보고 공포를 느낄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헤카테를 대변하였다. 이로서 점차 환상적 공포의 지배가 되면서 유령 또는 마녀라는 이름을 얻었다.
제우스가 티탄족을 제압하고 나서도 헤카태에게는 모든 권능을 그대로 남겨 주었다. 인기가 없는 밤의 역할, 공포의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자신의 가족인 올림푸스 신족에게는 이런 역할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제우스가 헤카테를 거두어들였다고 말한다.
헤카테는 밤의 고요와 관련되는 여신이 되었다. 죽음으로 여신으로서 유령과 공포와 관련을 맺었다. 이런 역할 때문에 정신착란을 치료하는 역할도 맡았다. 정신착란은 인간의 어두운 일면이기 때문에 헤카테에게 맡겼다. 헤카테 여신에게 주술을 외우면 사람에게 걸린 마법을 치료하고, 변신도 할 수 있다. 변신을 치유할 수도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악독한 여자로 소문이 난 메데이아는 헤카테의 딸 또는 헤카태 신전의 여사제라고 말한다.
사냥신화에서 악티온이라든지, 잔인하게 죽이는 신화 내용은 거의가 헤테카와 관련이 있다. 그리스에는 제우스적 가부장 문화가 꽃을 피웠다. 헬레니즘 문화기에는 가부장적 문화가 더욱 굳건해진다. 고대 여신의 위상이 존재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여인들의 위상도 추락을 거듭했다. 옛날에 횃불로 상징되던 달의 여신 헤카테도 밝은 세상에서는 자리를 잃고 저승의 여신이 되었다. 그러나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지면서도 만간신앙에서는 결코 소멸되지 않고 꾸준히 살아남았다.
교회에서는 이들을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이단으로 몰아 가혹한 방법으로 처단했다. 마녀가 되면서, 다른 존재로 변신을 하여 악의 세계를 만든다는 것이 이유이다. 이후에도 인간들이 만들어 낸 공포의 마녀상은 수도 없이 많다. 카프카의 ‘변신’은 헤카테의 또 하나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