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3토는 경동고 총동창산악회에서 약 10년 동안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종주하기 위해서 정해놓은 날이나 지난 달 낙동정맥이 끝났기에 앞으로 이 날은 경동 동문 산악인들의 친목산행을 하는 날로 유지해 볼까 합니다. 총산에서 새로운 기획산행으로 100명산 산행이나 호남정맥 등 장기에 걸친 계획을 세운다면 이 날을 사용하도록 하고 우선은 매달 특별히 연구하여 산행에 임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이번 3토(12월 16일)에는 지난 번 낙동정맥 완주의 울림이 매우 컸기에 이를 기념하는 산행을 조금 오르기 편하고 서울을 대표하는 산으로 가기로 하여 청계산을 택한 것입니다.(그 동안 낙동정맥을 가는 동안 매우 험하고 긴 코스가 많았기에 마음 편하게 평범한 산행을 하고 싶은 심정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떨어진 서울의 기온(영하 10도 육박)을 무릅쓰고 아침 10시 청계산입구 역에서 12인이 모였습니다. 10시 10분이 조금 지나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참석자(총 13인) : 16조준희, 23김기창, 양수석, 이상묵, 24이규성, 25박우철, 최원일, 29양장근, 30이상화, 31강김구, 신윤수, 39김대휴(12인) + 25배창수(산행 후 연회에 합석)
집에서 나올 때에는 눈이 아주 약하게 날리고 있었는데 산 입구(원터골)에서 등산을 시작하며 눈을 들어보니 나뭇가지에 눈이 내려 나무들이 희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예상하지 못 했던 축복이었습니다. 낙동정맥을 무사히 완주하고 돌아온 용사들을 위해 일부러 하늘이 준비해준 상서로운 눈이었다고 생각되어 마음이 기뻤습니다.
길 위에 옅게 쌓인 눈에 미끄러질 새라 조심하며 여러 개의 계단을 거쳐 계속 올라가서 완만한 곳에서 한번 쉰 다음 계단을 또 올라 정자에 도착하여 다시 한 번 쉬었습니다. 정자에서 왼쪽 완만한 길로 가지 않고 직진하여 가파른 계단 길을 올라갔습니다. 헬기장에 도착하여 다시 한 번 올라가면 돌문바위라서 삼각형으로 된 돌문을 통과하며 세 바퀴를 시계방향으로 돌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돌문바위에서 한 피치 더 올라가면 매바위입니다. 매바위는 서울 시내를 잘 바라볼 수 있는 전망처이어서 그 위에서 경치를 감상하며 동영상도 하나 찍었습니다.(11:45) 매바위에서 오늘의 최고점인 매봉은 지척인지라 쉽게 매봉 정상석 앞에 섰습니다.(11:51) 기념사진을 찍고 식사자리를 찾다가 날이 추워 좀 더 가보기로 하고 매봉을 떠났습니다.
매봉에서 남쪽으로 난 능선을 따라 걷다가 잠시 아랫길로 들어섰다가 다시 올라가니 조선 초기 무오사화 때 이 산으로 피신한 정여창선생이 울며 넘었다는 혈읍재입니다.(12:14) 잠시 일행을 기다려 팀을 구성한 다음 계단을 올라 언덕을 넘어 이수봉 쪽으로 넘어가서 휴식처에 도착했습니다. 시야가 확 트이고 망경대로 올라가는 아스팔트길이 지나가는 곳인데 벤치와 나무 덱크, 사진찍기용 사각형 나무액자틀이 설치되어 있는 곳입니다.(12:36)
마침 덱크 위에서 식사를 끝낸 산객들이 떠나고 있어서 덱크 윈의 자리를 물려받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제가 와인 한 병을 준비했고, 조준희 선배님이 매실주, 양장근님이 중국 백주, 김대휴님이 위스키를 내놓아 조금씩 맛보며 축배를 들었습니다.(지난 5년간의 낙동정맥 추억을 소환해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식사 후 이수봉으로 가지 않고 큰 길을 따라 내려가기로 하여 아스팔트길을 한참 내려오다가 큰길을 떠나 우측의 계단으로 급하게 내려와 다시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서 철망이 쳐진 시설물의 무인정문(군부대?)을 지나 다시 좁은 길로 내려가다가 길은 굽어진 다음 시내를 건너서 조금 더 넓어지더니 옛골 마을을 통과하여 계속되었습니다. 정토사 경내로 들어가 사진을 찍고(14:27) 마을 가운데를 통과하여 연회가 예약된 “매봉산장”에 도착했습니다.(14:33)
14시 반, 연회 장소에 도착할 계획이었는데 약 반시간 늦게 도착한 셈입니다. 토종오리백숙을 시켜서 안주로 하고 막걸리와 맥주를 시켜서 산 위에서 한 것처럼 다시 한 번 축배를 들었습니다.(23김기창님이 산에서 조기 귀가하고, 25배창수님이 연회장소로 합류하여 12인이 모였습니다.)
낙동정맥이 끝났으니 3토의 산행일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당분간은 동문들이 모여서 서울근교 특히, 경춘선에 있는 산 들을 탐방해 가도록 하고, 장래에 총산에서 특별한 기획산행을 계획할 경우 이 날을 이용해서 시행할 수 있게 양보하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습니다.(우선 다음 달 산행은 저와 김대휴님이 책임지고 시행하도록 하였습니다.) 단장과 총무, 재무를 정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임의 명칭도 정해지면 좋겠습니다.(지하철을 무료로 타고 다니며 근교산행을 하자는 의미에서 지공산수회라는 이름이 거론된 적이 있었고, 원래 이 3토산행이 백두대간 산행에서 유래된 모임이니 백두를 넣은 이름으로 정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집행부를 정하는 일과 함께 명칭도 차후 서울 근교 산행을 하며 차차 정해 나가기로 하겠습니다.)
15시 반경, 이렇게 잔치를 끝냈습니다. 다행히도 기념산행에 낙동의 최초 단장이었던 박우철님과 초기에 기획과 실행을 맡았던 배창수님이 참석하여 뜻 깊은 잔치가 되었습니다. 31고승환 총동창회장께서 완주를 축하하며 식대에 보태라고 20만원의 거금을 보내왔고, 이 날 12인의 식대 전부를 23이상묵님이 협찬하여 주셨습니다.(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 후기 -
백두대간 완주 성공 후, 경동이라는 이름하에 낙동정맥의 험준하고 긴 산줄기 걷기를 동문산악인들이 끈끈한 정과 강인한 의지로 뭉쳐서 마침내 끝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산을 지키는 산신령의 도우심이자 각자가 믿는 신의 가호라고 하겠습니다. 우리가 쌓은 금자탑, 벌써 추억 속의 이미지가 되어 저 멀리서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흐뭇하고 보기 좋습니다.(같이 한 동문 여러분, 감사합니다.) 기념 산행을 축하하며 시를 한 수 썼습니다.
낙동정맥 완주를 청계산에서 기념하다
오, 상서로운 눈
산 위로 오를수록 진해지네
백색의 나뭇가지
한 차원 높은 미학
용사들을 반긴다
정맥을 밟던 힘찬 발걸음
청계산의 순한 결을 따라
끊임없는 대화 속에
막히지 않고 오른다
돌문바위 세 바퀴 돌며
고운산 오래가게 해달라고
기도하더니
매바위에서 펼쳐지는
서울 경치 감상하며
내일의 산행도
매진하리라 다짐한다
매봉에서 기념사진
필수 항목이고
은백세계 찬탄하며
혈읍재 도착
무오사화 때
정여창선생
스승과 동료 선비들 참화 듣고
피눈물로 피신하며
넘었다는 혈읍재
이 산에 숨어서
두 번 목숨 구하니
이름하여 이수봉(二壽峰)
사람을 살리는 산
청계산이다
이수봉 바라보는 전망 덱크에
술과 안주 차려놓고 서로 권한다
우리가 이룬 것은 불멸의 금자탑
34번으로 쪼개어
420km를 걸었다
단합된 의지가
상승작용했으니
이것이 삼각산 후예들
우리는 하나였다
(샤모니같은 마을
옛골로 내려와
축하잔지 열었는데
고승환 회장 금일봉과
이상묵님 식대 찬조가
우리를 호궤(犒饋)**했으니
이렇게도 우리는 하나다)
호궤* : 전쟁시 군사들을 배불리 먹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