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6월 11일 시카고 불스와 유타 재즈의 NBA 파이널 5차전
"훌륭한 경기였습니다 마이클. 일단 좀 쉬세요, 얘기는 다음에 다시 하도록 하죠"
...경기가 끝난 후 마이클 조던과 기자의 인터뷰 도중 인터뷰를 멈추고 기자가 했던 말이다.
흔한 마이클 조던의 NBA 파이널 경기 중 하나처럼 보이일지도 모르지만 조던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나이다.
'The Flu Game' 이라 불리는 마이클 조던의 이 경기는 당시 심한 독감에 걸린 상태로 중요 경기를 치뤄낸 마이클 조던의 일화를 의미한다.
4차전까지 양팀은 각각 2번씩 승리를 거둔 2대 2의 상태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던 중이었다. 때문에 이어지는 5차전을 잡는 팀이 우승에
좀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던 만큼 이 경기는 양팀 모두 서로 양보 할 수 없을 절대 중요한 경기였다.
그러나 당시 마이클 조던의 컨디션은 정말 좋지 않았다. 이미 경기전 언론에도 조던의 몸상태가 알려진 상태였고, 팬들 사이에선 조던이
이 경기에 출장을 하느냐 안하느냐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유타 재즈 역시 전통적인 '존 스탁턴'과 '칼 말론'의 '픽 앤 롤' 패턴의 공격 뿐 아니라, 조던의 마크맨으로 겹치는 '제프 호나섹'
이나 '브라이언 러셀'의 포스트업도 유타 재즈의 주력 공격 패턴으로 넣게 될 것이라는 예상들이 여러 스포츠 기자들 사이에서 다수 나왔다.
또한 조던의 컨디션 난조로 경기에 선발로 나오지 않는다면 조던 포지션에 대신 들어가게 될 '스티브 커'나 '론 하퍼'의 레벨이라면 어느정도
해 볼만 하기 때문에 더욱 유타 재즈에게 유리하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때문에 이 경기에서 시카고는 조던 보다'스카티 피펜'에게 볼이 더 자주 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유타는 조던이 아닌 피펜에게 더블팀을
붙일 것이라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즉, 조던이 이 경기에 나오든 안 나오든, 2번(SG) 대결에서는 반드시 승산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
물론 파이널까지 올라온 강한 전력의 유타 재즈인 만큼 상대의 컨디션이 좋든 않좋든 본인들만의 경기를 하리라고 생각했겠지만 중요 경기를
앞둔 조던의 컨디션 난조라는 소식은 시카고에게도, 유타에게도, 언론에게도, 팬들에게도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상당히 충격적 뉴스였다.
몇년 뒤 마이클 조던의 독감설은 다시 한번 미국 전역에 논란으로 다가왔다.
바로 당시 마이클 조던의 트레이너로 활동했던 '팀 그로버'가 이 경기에 대해 사실 마이클 조던은 독감에 걸렸던 것이 아니라, 유타 재즈의
팬에 의한 '식중독 음모'에 휩쓸렸다는 충격적인 발언 때문이었다.
팀 그로버가 미국 ESPN 등 주요 스포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 했던 상황은 이렇다.
유타와의 파이널 5차전을 앞둔 시카고 불스는 당시 유타의 원정 경기를 치뤄야 했기 때문에 시카고의 선수단과 코치진들은 유타시에 있는
'파크 시티 호텔'에서 머물고 있었다.
마이클 조던과 그의 트레이너 팀 그로버 역시 유타 지역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머물렀으며 당시 그 지역에는 호텔이 많지 않았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조던이 묶는 호텔이 어느 곳인지도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 호텔의 룸 서비스는 저녁 9시까지 였는데, 9시 30분경 조던은 그 날 저녁을 적게 먹어서인지 배가 고파했다.
이미 룸 서비스는 끝난 상태였으며 주변지역엔 마땅히 먹을 장소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근처 피자가게에 피자를 주문하였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배달원이 5명이나 배달을 하러 왔다.
게다가 주문했던 피자 가게뿐 아니라 다른 가게에서도 배달을 하러 온 것이다. 비록 다른 지역이며 당시 만큼은 마이클 조던이 '악역'이었던
유타의 시민들이었지만 조던의 명성만큼 다른 지역이라도 팬들이 많았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단순한 팬심일 것이라고 조던은 판단했으며
5명의 배달원들 각각에게 웃으며 팁까지 줬다고 한다.
또한 5명중 몇명은 조던이 피자를 먹는동안 상당히 오랜 시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조던 정도의 유명스타를 보게 되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팀 그로버는 이해했지만,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새벽 2시쯤 조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괴로운 목소리로 자신의 방으로 와달라는 전화였는데, 가 보니 조던이 침대위에서 배를
웅크린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중요 경기를 앞둔 시카고의 에이스의 몸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일이었다.
팀 그로버는 즉시 시카고 불스의 팀 닥터를 불렀고 팀 닥터에게서 조던이 식중독에 걸린 것 같다는 통보를 전해 듣게 된다.
당시 그로버는 조던에게 다른 사람들도 피자를 먹었냐고 직접 물었는데, 조던이 말하길,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조던 본인 혼자만 먹었던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로버는 다음날 있을 파이널 5차전에서 조던이 경기에 영향을 받게 하기 위해서 유타 재즈의 팬 중 한명이 피자 배달원으로
위장해, 유독 물질이 들어갔거나 썩은 피자를 고의적으로 가져와서 조던에게 준 것이 아닐까 하고 본인의 의견을 말했다.
유타시는 팀 그로버의 '식중독 음모론' 발언에 상당히 당혹스러워 했다.
때문에 이에 반발하여 마이클 조던은 식중독도 독감도 아닌 경기 전날 술을 마신 후 숙취였다는 의견도 있었다.
팀 그로버의 이 발언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이 후 더이상 언급되지 않아 '식중독 음모론'은 그대로 묻혀져 갔지만, 이로 인해 조던의'독감설'
은 기자들과 팬들 사이에서 다시 재해석 되기도 했다.
1997년 파이널 5차전 경기 전날 아침에 팀 닥터가 조던의 체온을 체크했던 기록이 있는데, 당시 마이클 조던의 체온이 37.5도 ~ 37.8도를
기록했고 유니폼을 갈아 입지 못할 정도로 몸 상태가 심각 했으며, 구토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시카고 불스의 코치진들은 경기 당일 낮 연습중엔 조던이 슛 동작에서 팔을 뻗기가 힘들 정도로 근육통을 심하게 앓았다고 말 했다.
다들 알다시피, 독감 증상에는 기침이나 코막힘 뿐 아니라 고열, 두통, 근육통, 소화불량까지 한꺼번에 겹쳐서 오기 때문에 약이나 음식을
섭취해도 다시 구토를 반복하며, 구토 이후엔 어쩔 수 없이 속이 비어 배가 고파지는 증상이 오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팀 그로버의
'식중독 음모론' 중 조던이 밤에 허기가 져 피자를 주문했던게 그 이유라는 설들이 기자와 팬들 사이에서 떠돌았다.
어찌 되었건, '독감설'이든 '식중독설'이든 97년 파이널 5차전 경기를 앞둔 마이클 조던의 몸 상태는 상당히 좋지 않았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앞서 언급 했듯이 이러한 이유로 언론과 팬들, 유타 재즈 팀들 사이에서 조던의 출장 여부를 놓고 혼란스런운 상태였는데, 그만큼 조던이
시카고 불스의 에이스로써 차지하는 영향력이 상당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예상을 깨고 시카고 불스의 감독 '필 잭슨'은 마이클 조던을 선발 출장 선수 명단에 넣었다.
이 명단은 경기 몇시간 전 결국 공개 되었고 많은 이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몇몇은 그가 작전을 짜는 방식이 너무나 마이클 조던
이라는 한 선수에게만 기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데까지 이른다.
다른 의미로 마이클 조던 정도 되는 에이스라도 컨디션이 최악일때는 벤치나 후보 선수는 커녕 농구 좀 하는 일반인보다 경기력이 좋지않을
가능성이 난무한데, 굳이 이러한 도박을 파이널이라는 중요 경기에서 해야 했냐는 말이기도 하다.
중요 경기를 앞두고 상대방의 작전에 혼선을 주기 위해 조던의 컨디션이 나빴던 척(?) 연기를 한, 다시 말해 에이스의 전력을 감추기 위한
일종의 유치한 속임수였다면 오히려 이해가 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이클 조던의 몸상태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경기를 앞두고 양 팀 선수들이 가볍게 몸을 풀 때도 조던은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인채 두통을 견디는 것 처럼 보였고, 경기 도중엔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겨우 1쿼터가 종료 됐을 뿐이며, 많은 시간을 뛰지 않았음에도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땀을 비오듯이 흘리는 모습도 중계 화면에 비쳤다.
얼음 주머니를 머리에 얹고 두통을 이겨내려는 조던의 모습은 오히려 안쓰럽게 보일 정도였고 작전 타임시에도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말할 때 조던은 집중하지 못 하는 것 처럼 보였다.
조던을 무리해서 뛰게하는 필 잭슨 감독의 경기 운영 방식은 누가 봐도 실패 할 것 처럼 보였다.
팽팽하던 양팀의 승부가 클라이막스를 달리게되는 경기 후반, 마이클 조던은 교체 후 벤치에서 휴식을 취할 때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경기에 투입되어 시합에 임할때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훨훨 날아다녔다.
'독감설'은 연기였다고 느껴질 정도로 그는 한계를 넘어섰고 경기 종료 25초전에는 회심의 3점슛까지 터트린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 듯, 그날도 어김 없이 그는 아래와 같은 기록을 남긴 채, 유타 재즈 와의 1997년 NBA 파이널 5차전 경기를 마친다.
첫댓글 각본이라면 욕먹을 스토리건만;;;;;;; 너무 말이 안되니.....
만약 식중독이 사실이라면 이 양반은 특유의 쪼잔한 복수심으로 경기에 임했을거 같네요. 그나저나 그렇게 아프면 수비라도 대충할거 같은데 스틸도 3개나 했네요.
이 때 호나섹과 매치업 상황이 많았던걸로 기억하는데 호나섹 득점을 두자리수 아래로 막았다는것도 대단하군요.
브라이언 러셀도 10득점이 겨우 넘었고...
악마니까 가능했던 스토리...ㅜ ㅜ
인생이 드라마...
항상 극적인 순간이 만들어지고, 그걸 이겨내니...
만화나 영화로 만들었으면 욕먹었을 스토리...
아프긴 아팠나봐요~ 야투율이 50%를 넘지 않네요.......... 무튼 대단한 양반이에요~
마사장다운 스토리ㅋㅋ
이경기 라이브로 봤는데 저는 조던 몸상태를 모른 상태에서 봐서 이상하게 몸이 느리고 쳐진다 싶었는데 저런 스토리가 있었던 걸 경기 후반에야 할게 됐습니다.
저도 예전에 고딩때 열 38도 나는데 모르고 농구한적이 한번 있었는데 정말정말 슛이 안들어갑니다. 몸도 무겁고 아무것도 안되는데 그중에 슛은 정말 안들어가더라구요.
잉? 예전부터 식중독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예전에 MBC에서 했던 다큐에서도 지난밤 먹은 피자로 밤새 구토증상을 보였으며, 식중독 증세까지 보였다고 했죠. 독감이 아니라는건 알았지만 저렇게까지 상세하게는 모르고있었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도 지난밤 먹은(?) 상한 롤케잌먹고 식중독 걸려봤는데 진짜 수액맞고 안누워있으면 죽을정도로 힘들고, 농구경기를 뛴다는건 아예 엄두도 못낼뿐더러 절정기때의 몸살보다 더 시달렸었는데 그몸으로도 저렇게 뛰었다니.. 그때 신었던 신발이 왜 1억1천만원에 팔렸는지, 왜 저 양반이 사람이 아닌취급받는지, 왜 유타팬들이 그렇~~게 싫어하는지 이해가 갑니다..^^
;;;;;마이클 조던ㄷㄷㄷ
조던이기에 가능한 스토리죠...농구의 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