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24년 인내와 고통에 정당한 배상이 있길 바란다”[입장문] 정의당(10월 24일)
어제 대법원에서 장애인 접근권 보장에 관한 국가배상 소송의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렸습니다. 장애인 접근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방치해 온 국가의 배상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소송입니다.
장애인의 시설 접근권 보장을 규정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은 1998년 처음 시행됐습니다. 바닥면적이 300㎡(약 90평) 이상인 소매점(편의점 등)에 한해 경사로 설치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2019년 기준, 전체 소매점의 97%가 이 기?? ?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4년간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전체 소매점의 3%에만 출입할 수 있었던 겁니다. 권리 보장을 위한 시행령이 도리어 권리를 가로막은 셈입니다.
해당 시행령은 2022년에야 개정됐습니다. 24년 만에 바닥면적 기준을 50㎡(약 15평)로 조정했습니다. 현재 소송의 1심 재판부가 “장애인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한 국가의 고의·과실을 인정하지 않아 장애인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번 소송은 1998년부터 2022년까지 24년간 장애인들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것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핵심 쟁점은 비현실적인 시행령을 24년간 개정하지 않은 국가의 고의·과실 여부, 즉 ‘행정입법부작위’의 위법성 여부입니다.
장애인들은 오랫동안 이 시행령을 개정하라고 촉구해 왔습니다.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당시에도 요구했고, 2014년에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2017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정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가는 2022년까지 시행령을 방치해 온 것입니다. 명백한 국가의 과실입니다.
공개변론에서 나온 피고(대한민국 정부)의 논리는 당황스럽습니다. 소매점 대신 온라인 구매를 하면 된다, 편의점 대신 대형마트를 이용하면 된다, 활동보조사를 통해 대신 구매하면 된다는 말을 태연하게 내놨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황당한지 대법관들조차 혀를 찼습니다. ‘온라인 구매를 하라는 말은 장애인에게 집에만 있으라는 말과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지체장애인 수는 약 118만명 정도에 달합니 다. 정부는 이 118만명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주장하는 셈입니다. 그것이 바로 ‘차별’입니다. 당당하게 차별을 이야기하는 정부의 태도가 경악스럽습니다.
정의당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똑같이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지난 24년간 권리를 박탈당해 온 장애인들의 인내와 고통에 정당한 배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법원의 상식적인 판결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