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축제의 무대다.최고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정상을 놓고 다투는 경연장이다.그런데 야구팬들을 흥분시키는 가을축제의 고조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독점중계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의 횡포였다.
지난달 30일 기아와 LG의 플레이오프 4차전을 KBS 1TV로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예의없는 방송’에 화가치밀었다.중간에 갑자기 중계를 끊더니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경기후반에는 방송을 중단했다.채널선택권이 없는 시청자들은 멍하는 관심없는 화면을 바라봐야만 했다.
시청자들은 3회초가 끝난 뒤 난데없이 뉴스속보 자막이 떠 깜짝 놀랐다.
무슨 큰 사건이라도 터진 양 사전에 시청자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화면을 바꿔 버렸다.제10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한 김대중 대통령의 귀국보고회였다.한참 뒤 중계를 재개한 KBS는 8회초 아예 중계를 끊었다.‘KBS 뉴스9’ 때문이었다.
그 뒤 아무 잘못없는 신문사에 전화가 빗발쳤다.한 팬은 “KBS에 항의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그걸 알고 전화를 안받는다”며 “야구팬들을 어떻게 보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달 29일 3차전을 중계한 SBS는 그래도 나았다.정규방송을 이유로 경기가 끝나기 전에 중계를 중단한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자막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케이블채널인 SBS스포츠30을 통해 경기를 끝까지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그러나 2TV와 스포츠채널 등 가장 많은 채널을 갖고 있는 KBS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었던 것이다.
KBS는 제대로 프로야구를 중계할 능력이 없으면 내년부터라도 독점중계권을 반납하는 게 낫다.
올초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독점계약을 맺으며 지불한 77억원이 돈많은 KBS에는 대수롭지 않은 액수인지 모르겠지만 KBS가 아니더라도 야구 시청자들을 생각하고 성심성의껏 중계할 방송사는 많다.예전에 MBC SBS 등 방송3사가함께 프로야구를 중계할 때는 적어도 이렇게 예의가 없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