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선 조선일보 기자가 3월 9일 올린 기사 '히말라야 간 C 변호사 실종 한 달 만 시신 발견'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버킷 리스트 실현이 참혹한 결말을 맺을 수 있음을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그런데 처음에는 아스레했던 기억이 아찔한 날카로움으로 느껴진다. 2008년 10월 그냥 형님 등과 어울려 다녀온 기억 때문이다. 우리는 아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남체 바자르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방향으로 직진하는 오른쪽 대신 왼쪽으로 우회해 렌조라 패스를 거쳐 고쿄 리에 도착해 그유명한 호수 물빛을 구경하고 촐라 패스를 넘어 로부체 마을 통해 고락 셉까지 갔다.
제가 산행 대장으로서 여정 초반 이런 그림을 그리자 당시 가이드가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 일행이 감당할 체력이 되느냐고 대놓고 이의를 제기하지는 못하고 우리를 재보던 기억이 또렷하다. 보통 EBC 향해 직행했다가 돌아와도 보름 남짓 걸리는데 두 패스를 돌아 다시 오른쪽 루트로 하산하면 조금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안전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물론 당시는 철 모르던(?) 때라 이 친구가 가이드 비용을 더 받아내기 위해서인가 의심했더랬다.
그런데 두 패스를 넘을 때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우리가 참 무모했구나 하는 현타가 왔다. 특히 촐라 패스 넘는 빙하 오르막이 장난 아니었다. 그리고 빙하 호수 지나 로부체 내려오는 길이 얼마나 끝도 없이 이어지는지 한도 끝도 없었다. 모두가 기진맥진했다.
그리고 하루 뒤 고락 셉에서는 저녁도 다음날 아침도 먹지 못하고 내게 빨리 내려가자고, 고산병을 나으려면 그 수밖에 없다고 성화였다. 나 혼자 저녁도 아침도 먹고, 새벽에 EBC 가는 길도 미리 밟아본 뒤에 혼자만 여유를 차려 일행을 화나게 만들었죠.
내려오는 길에 콩마 라 패스를 건넜는데 길고 막막하긴 했지만, 우리는 내려오는 길이라 고산병이 나아지고 나아질 것이란 믿음 때문에 엄청 빠르게 하산했던 기억이 있다. 따라서 C 변호사가 왜 변을 당해야 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우리가 지나갔던 10월과 그가 변을 당한 12월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아래 블로그에 게재된 사진들을 보면 보면 이곳에 얼마나 대단한 풍광과 많은 위험이 함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병선 기자는 개인적으로 고교 후배이며 산에 대한 애정과 사랑, 관심이 많은 것을 함께 나눴던 후배다. 정 기자가 지적한 대로 C 변호사가 이곳을 현지 가이드와 단 둘이 가는 일정을 짠 것부터가 화를 부른 것이었다. 실종된 지 두 달 가까이 됐는데도 동행 가이드의 신원조차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뼈아프다.
조선일보 기사에 앞서 투어리즘메일 닷컴(http://www.tourismmail.com/)의 지난달 8일 기사를 공유한다. 당연히 C 변호사의 실명과 사진도 게재했는데 여기는 공개하지 않는다. C 변호사의 시신을 찾은 시점은 지난달 7일이었다. 조선일보 기사는 한 달 뒤에야 이를 전달한 것이다.
투어리즘메일 닷컴 보도 이전에 1월 24일과 다음날 C 변호사 실종 사실을 알리며 그의 행적을 아는 이들의 제보를 바라는 기사가 두 건이나 있었다. 이 점을 밝히는 이유는 실종 시점을 1월 23일로 보는 것이 맞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투어리즘메일 닷컴, 카트만두, 2월 8일] 2025년 12월 31일부터 실종된 한국 국적 C 변호사의 시신이 토요일(7일) 오후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쿰부 지역에서 발견되었다. 그의 유해는 해발 5300m 고지, 로부체 마을 인근 콩마라 고개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예비 조사 결과 그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지역을 이동 중이던 C 변호사는 12월 31일 그룹과의 연락이 끊기자, 현지 및 한국 팀이 참여한 광범위한 수색 작전이 벌어졌다. 한국인 가이드로부터 정보를 받은 후 수색을 강화한 이 그룹은 금요일(6일) 오전 4시에 팡보체에서 임무를 시작했다. 약 300m를 내려가 콩마라 고개 지역을 샅샅이 뒤진 끝에 시신을 발견했다.
파상하무 농촌 자치-4 구역 의원인 파상 누르부 셰르파는 이 발견이 한국 관련 당국에 보고된 사실임을 확인했다. "시신은 네팔 주재 한국 대사관과 네팔 한국 트레킹 운영자 협회의 지원을 받아 부검을 위해 파플루로 이송되었다"고 밝혔다. 이 작전은 현지 자원봉사자들과 외교 사절단 간의 협력을 포함하며, C 변호사의 유해를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협력적 노력을 강조했다.
아마다블람 청년 클럽 회장 소남 도르제 셰르파는 클럽이 수색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점을 강조했다. 이번 주 초, 회원들은 텡보체 주재 한국 대사관 팀과 전략을 논의했다. 그는 "C 변호사와의 연락이 끊긴 후 우리는 현지 지식과 지침을 활용해 어려운 지형을 수색했다"고 말했다. 이 팀의 성공은 험준하고 고지대에 걸쳐 있는 콩마라 고개 주변을 하루 종일 수색한 데 따른 것이다.
히말라야 안전 트레킹 원한다면 전문가 조언 들어야
‘산악인의 버킷리스트’ 대충 준비하면 禍 당해
[조선일보, 3월 9일] 최근 서울시 서초구 소재 K 법무법인 소속 C 변호사(67)가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섰다가 실종된 지 한 달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작년 연말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선 C 변호사는 지난 1월 10일 귀국 예정이었다. 하지만 C 변호사는 출근도 안 했고 연락이 되질 않았다.
소속 법무법인은 그가 히말라야에 간다고 한 뒤 연락이 없었기 때문에 바로 확인에 나섰다. 법무법인은 C 변호사의 히말라야 입산 기록은 확인됐지만, 하산 기록이 없다는 점에서 사고 가능성을 직감했다. 바로 국제 히말라야 실종자 사이트에 C 변호사의 실종 사실을 신고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C 변호사는 히말라야 트레킹이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지 가이드와 함께 히말라야 ‘3패스(Three Passes Trek)’ 트레킹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3패스는 네팔 쿰부(Khumbu) 지역에서 해발 5000m급 고개 세 곳을 연속으로 넘는 고난도 트레킹 루트다. 에베레스트 등반 지역이다.
가장 높고 험난하며 빙하가 있는 콩마라 패스(5535m), 빙하 횡단 구간에서 아이젠 착용이 필수인 촐라 패스(5420m),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고쿄 호수 등 전망이 뛰어난 렌조라 패스(약 5360m)를 통과하는 코스다. 일정은 보통 보름 전후 걸린다.
체력은 물론 고산 적응 능력과 날씨 운까지 모두 요구돼 산악인들 사이에 ‘히말라야 종합판’이라 불리는 곳이다. 일반적인 일정은 루클라~남체 바자르에서 시작해 콩마라~로부체·딩보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와 칼락파타르, 촐라~고쿄, 렌조라~남체~루클라 구간을 거친다.
C 변호사는 2024년 12월 23일 쿰부 지역에 진입하고 나서, 27일 지인에게 보낸 사진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사진 속 배경은 팡보체로 추정됐다.
지난 1월 30일 C 변호사의 실종 사실을 접한 대학 동기이자 판사 출신인 K 변호사는 오지·네팔 전문 여행사인 혜초여행사 석채언 회장을 직접 찾아가 수색을 간청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 K 변호사는 혜초를 찾아간 이유에 대해, “히말라야 현지 사정을 가장 잘 알고 구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사람이 석 회장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K 변호사의 간절한 부탁을 받은 석 회장은 바로 네팔 지부에 구조대 급파를 지시했다. 또 그 자리에서 현지 지사와 통화해 실종자 정보를 확인한 뒤, 전단을 제작해 C 변호사의 트레킹 루트 추적에 착수했다.
지난 2월 4일 혜초 카트만두 지사 직원과 주네팔 한국 대사관 영사관 직원들이 루클라에 집결했다. 이곳은 에베레스트 등정이나 EBC 트레킹을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이들은 C 변호사가 마지막으로 보낸 사진을 분석한 결과, 사진 촬영 장소가 팡보체라는 점을 확인한 뒤 팡보체 이후 루트를 중심으로 수색을 시작했다. 혜초 네팔지사 셰르파 직원과 현지 경찰, 딩보체 거주 셰르파, 아마다블람 유스클럽 구조대원까지 가세하면서 지역 셰르파 네트워크가 총가동됐다.
수색은 2월 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구조대가 광범위한 수색범위를 두고 고민하던 순간 뜻밖의 단서가 포착됐다.
일본인 트레커의 제보였다. C 변호사의 실종 게시글을 읽은 일본인 트레커가 “작년 12월 말, 콩마라 패스 쪽에서 한국인을 봤다. 가이드와 함께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댓글을 남긴 것이다.
댓글을 확인한 수색팀은 실종자의 이동 경로를 3패스 중 가장 험준한 구간인 콩마라 패스로 압축했다. 추쿵~콩마라 패스~로부체 구간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2월 7일 구조대는 마침내 콩마라 패스~로부체 하산 지점의 빙하 지형 아래에서 C 변호사의 시신을 발견했다. C 변호사의 시신에는 배낭도 없고, 신발마저 벗겨진 상태였다. 사고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눈폭풍과 급변하는 날씨가 반복되는 동계 시즌 히말라야에서 시신을 발견한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민관 합동 수색팀의 공조로 일주일 만에 시신이 수습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혜초여행사 소속 셰르파들이 시신 수습을 도왔고, 대사관 소속 한정희 영사가 신원 확인을 담당했다. 구조대는 헬기를 동원해 시신을 루클라로 이동한 뒤 카트만두 병원으로 옮겼다. 시신은 유족과 협의를 거쳐 국내로 운구했다.
이 사건은 자칫 히말라야에서 영원히 잠들 뻔한 시신을 찾았다는 의미를 넘어, 시신을 찾는 과정에서 국내 여행사와 네팔 셰르파, 그리고 주(駐)네팔 한국 대사관(대사 박태영)의 협조가 완벽하게 맞물렸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남아 있다. 여러 제보와 사진에서 C 변호사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가이드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이 가이드는 사고 신고는 물론 구조 요청도 하지 않았다.
체크포인트 어디에도 그의 이름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대 관계자는 “네팔 경찰이 C 변호사와 트레킹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가이드의 신원과 행적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팔 주재 한국 대사관 측과 전문 산악인들은 이번 사건에서 보듯 히말라야 트레킹을 꿈꾸는 트레킹족들에게 안전한 트레킹을 하기 전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을 당부했다.
첫째, 검증된 여행사 선택 둘째, 현지 인증 가이드 채용 셋째, 체크포인트 기록 남기기 넷째, 하산 중심의 일정 짜기 등 네 가지 원칙을 지켜야 안전이 보장된 트레킹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