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깨비 뉴스]
‘벽돌’ 다이나택에서 3D 게임폰까지 휴대폰은 어떻게 달라졌나?
휴대폰 기술과 디자인의 발전 속도가 그야말로 눈부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당시 유행하는 휴대폰의 트렌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제조사별로 매달 새로운 디자인에 다양한 기능을 갖춘 신제품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다. 바 타입에서 플립과 폴더를 거쳐 이제는 휴대폰의 액정 부분을 회전시키거나 꺾기도 하는 등 개성만점의 휴대폰들이 쏟아지고 있다. 디자인에 포커스를 맞춰 휴대폰 발전사를 되짚어 보자.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대한민국 사람의 76%(2005년 4월 방송위 통계) 정도가 휴대폰을 쓰고 있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지금은 없으면 불편할 정도인 휴대폰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은 불과 최근 5~6년 사이의 일이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 휴대폰 기술과 디자인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세계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바 타입에서 플립형으로, 플립에서 폴더로, 폴더에서 슬라이드의 발전 단계를 거쳐 지금은 휴대폰의 컨셉트에 맞는 다양하고 혁신적인 디자인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잠시, 휴대폰 디자인의 역사 속으로 빠져보자.
최초의 휴대폰 디자인은 ‘바’ 타입

세계 최초의 휴대폰은 1983년 모토로라가 미국 시카고 지역을 중심으로 내놓은 하얀색의 ‘다이나택‘(DynaTAC)이다. 무게 1.3kg, 크기 228×127×45mm(길이×폭×두께)로 모양새와 무게가 벽돌과 비슷해 가방에 넣어 다니기에도 힘들 정도였다.
1988년, 모토로라는 우리나라에 바 타입의 ‘다이나택 8000’을 출시했다. 이것은 다이나택의 절반 정도인 700g 밖에 나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벽돌’이라는 별명을 떼어내진 못했다. 당시 다이나택 8000은 240만원이나 했지만 연속통화시간이 2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요즘처럼 휴대폰을 붙들고 사는 모티즌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겠지만 그 당시야 그다지 통화 할 일이 많지 않았으므로 대기 시간 26시간에 2시간 연속 통화면 충분했을 것이다.
88 올림픽기간 중에 우리나라의 자체 기술로 선보인 최초의 휴대폰은 삼성전자의 ‘애니콜 SCH-100’으로 역시 바 타입이었다. 199×69×46mm의 크기에 700g의 무게로 다이나택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것은 지금 우리가 쓰는 휴대폰과 달리 통화와 종료 버튼이 휴대폰 아래쪽에 있었다.
애니콜 사업에 막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이건희 회장은 휴대폰을 유심히 살펴보고 나서 이 버튼들이 아래에 있는 것보다는 위에 있는 것이 쓰기 편하겠다는 의견을 냈고, 이것이 반영되어 지금의 위치에 통화와 종료 버튼이 놓이게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세계 최초의 휴대폰인 모토로라의 ‘다이나택’. 너무 크고 무거워 들고 다니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사진은 다이나택의 후속 모델인 ‘다이나택 9800’이다.(사진 왼쪽) 우리나라 최초의 휴대폰이다. 바 타입으로 다이나택의 절반 정도 크기와 무게를 지녔다.(사진 오른쪽)
바->플립->폴더로의 진화

모토로라에서 선보인 세계 최초의 폴더형 휴대폰 ‘스타택’. 오랫동안 꾸준한 인기를 얻은 장수모델이다.(사진 첫번째)
애니콜의 플립형 휴대폰인 ‘SCH-790’(사진 두번째). 삼성전자에서 선보인 최초의 폴더형 휴대폰 ‘SCH-800’. 스타택과 생김새가 비슷하다(사진 세번째). 국내 최초의 듀얼 폴더 폰 ‘SCH-A2000’(사진 네번째).
바형 단말기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것은 키패드 부분을 가리는 덮개가 달린 플립(Flip)형이다. 플립형은 전화를 걸 때는 살짝 퉁기듯 덮개를 열어 키패드를 쓰고, 전화를 받을 때는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통화 버튼을 이용해 바 타입처럼 썼다.
플립형의 대표 모델로는 삼성전자의 ‘SCH-790’을 꼽을 수 있다. 이 휴대폰의 제원과 기능을 살펴보면 ‘삐삐 호출 시 자기번호 송출’이라는 것이 있다. 출시되던 당시의 트렌드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후 플립형은 아래로 여는 디자인에서 위로 밀어 올리는 슬라이드 업 스타일로 영역을 넓혔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휴대폰 인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플립형은 폴더(Folder) 타입으로 진화했다. 플립형은 키패드를 보호해주지만 바 타입의 연장선상에 있었기 때문에 액정이 작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금 더 넓은 액정 화면에 키패드도 보호할 수 있는 폴더형 단말기가 나온 것이다.
세계 최초로 폴더형 휴대폰을 선보인 회사도 역시 모토로라다. 모토로라는 지난 96년 폴더형 휴대폰 ‘스타택’(StarTAC)을 출시했다. 스타택은 폴더 타입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장수한 모델로 손꼽힌다. 스타택은 크고 무거웠던 휴대폰을 작고 가볍게 바꿨고,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디자인인 폴더 타입에 블랙의 바디를 채용해 비즈니스맨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2000년 5월 제품이 단종될 때까지 4년여 동안 국내에서만 무려 130만대가 팔렸고, 이후 중고 휴대폰 시장에서도 한동안 그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모델이 30만대 정도 판매되는 휴대폰 시장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130만대라는 숫자는 경이적인 것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최초로 폴더형 휴대폰을 출시했다. 1998년 10월, 세상에 선보인 ‘SCH-800’이 그것이다. 이것은 88×50×27mm의 명함 크기 정도의 초소형(당시로서는 그랬다) 단말기로 휴대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전의 바 타입이나 플립의 길고 묵직한 디자인에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많은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삼성전자에서는 일반 폴더 타입의 불편함을 개선해 외부 액정을 갖춘 듀얼폴더 스타일의 ‘SCH-A2000’을 내놓기도 했다. 이 제품들을 기점으로 국내에서는 폴더형 휴대폰들이 잇달아 나왔고 지금까지도 휴대폰 디자인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혁신 '슬라이드'

‘스슬이’란 애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스카이 슬라이드폰 ‘IM-5100’(사진 첫번째). 애니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슬라이드 폰 ‘SCH-E170’. 반자동 슬라이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사진 두번째). 가장 최근에 선보인 슬라이드 스타일 폰인 애니콜의 ‘SCH-S310’(사진 세번째).
폴더형이 시장을 주도하던 때에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새 디자인이 혜성처럼 나타났다. 이름하여 ‘슬라이드’(Slide) 방식. 어퍼 부분을 열지 않는 대신 위로 밀어 올리는 방식이었다.
슬라이드 폰은 2002년 5월, SK텔레텍에서 ‘스카이 IM-5100’을 출시하면서 신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스슬이’란 별명이 생겨날 만큼 슬라이드 폰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후로도 SK텔레텍은 한동안 슬라이드 방식만을 고집했다. 간간이 폴더 타입을 내놓기도 했지만 슬라이드의 인기에 밀려 큰 빛을 보지는 못했다.
슬라이드는 어떻게 보면 바 타입과 폴더 타입의 복합적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폴더 타입처럼 어퍼와 키패드 부분을 분리했고 통화를 할 때는 바 타입처럼 쓸 수 있다. 또한 폴더처럼 어퍼로 덮을 필요가 없어진 대신 그 공간에 대형 LCD를 달 수 있게 되었다.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도 많아져 대형 LCD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고, 여기에는 슬라이드 디자인이 아주 잘 어울린다.
SK텔레텍에 이어
삼성 애니콜에서도 ‘SCH-E170’을 슬라이드 스타일로 선보였다. 이 휴대폰도 ‘애슬이’란 별명을 얻었고, ‘스슬이’의 뒤를 이어 ‘대박’을 터뜨렸다. SCH-E170이 이전 슬라이드 폰에서 조금 발전된 것이 있다면 살짝만 밀어도 어퍼 부분이 올라가는 반자동 슬라이드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삼성 애니콜은 최근에도 슬라이드 타입 휴대폰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TV CF에 자주 나오는
블루투스 폰 ‘SPH-V6900’이나 ‘비트박스 뮤직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SCH-S310 ’ 등이 가장 최신형 슬라이드 폰이다.
굳이 대세라는 말을 갖다 붙인다면 최근 휴대폰 디자인의 대세는 단연 슬라이드다. 지난 달 코엑스에서 열린 'EXPO COMM WIRELESS 2005' 전시회에서 미리 선보인 휴대폰 중에도 슬라이드 형이 많았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특허청 발표에 따르면 슬라이드 폰 관련 특허출원이 폴더형을 앞질렀다. 특허청에 따르면 슬라이드 폰 관련 출원은 2001년 14건에 불과했던 것이 이듬해 29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03년에는 종래의 주력 모델인 폴더형(77건)을 추월한 115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124건이 출원됐다고 한다.
찍기 좋고, 보기 좋게

△좌우로 180도씩 360도 회전하는 모토로라의 ‘스핀모토 MS280’. |
휴대폰 디자인 트렌드의 주도권은 여전히 슬라이드 방식이 쥐고 있지만, 제조사들은 기능과 용도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변화의 시초는 2003년 2월, KTFT에서 선보인 스윙(Swing) 타입의 ‘KTF-X3100’이었다. 어퍼 부분을 옆으로 밀어서 시계추처럼 돌려 뒤집는 스윙방식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말기를 정면으로 보면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180도까지만 돌려지는 한계를 넘지 못해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스윙 타입은 두 부분으로 나뉜 휴대폰의 어퍼나 키패드 부분을 좌우 180도 또는 360도 회전시키는 로테이터 방식을 말한다. 로테이터 방식은 모토로라에서 2002년 유럽에서 선보인 GSM 방식 휴대폰인 모토로라 ‘V70’이 그 시초다.
V70은 신세대를 중심으로 유럽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어 히트 상품으로까지 자리매김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지난해 2월, V70의 로테이터 기술을 적용한 ‘스핀모토(SpinMOTO) MS280’이 출시되었지만 유럽에서 만큼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LG전자에서 선보인 최초의 스위블 방식 휴대폰 ‘KH5000’. 액정화면이 270도 회전한다(사진 첫번째).
‘효리폰’이란 별명을 얻은 최초의 폰. 스위블 타입에 100만 화소 카메라를 달아 눈길을 끌었다(사진 두번째). 액정만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팬택&큐리텔의 ‘PT-S100’. 아래쪽 카메라부가 회전한다(사진 세번째). 우리나라 최초의 카메라폰 ‘SCH-X590’. 11만 화소밖에 되지 않았지만 카메라폰 역사의 시작을 알린 휴대폰이다(사진 네번째).
로테이터 방식이 휴대폰 디자인의 외전쯤이라고 한다면 폴더형은 ‘휴대폰 디자인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국내 휴대폰 시장은 고전적인 폴더 타입의 디자인에서 기능적인 발전만 더하다가 카메라를 단 카메라폰이 등장하면서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국내 최초의 카메라폰은 삼성전자의 ‘SCH-X590’이다. 당시 11만 화소의 CMOS 카메라를 장착해 이용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전까지 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휴대폰으로 사진 찍는 일’이 가능해지자 사진을 좀더 쉽고 편하게 잘 찍을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 생겨났다. SCH-X590은 카메라를 180도 회전할 수 있도록 해 셀프 카메라도 손쉽게 찍을 수 있었지만 고정형 카메라폰의 경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등장한 것이 바로 '스위블‘(Swivel) 타입이다. LG전자가 2003년 5월 내놓은 ’KH5000‘은 세계 최초로 출시된 스위블 방식 휴대폰으로 액정화면이 270도 회전돼 캠코더처럼 자유로운 액정 조절과 촬영이 가능하다. 또한 “작업중이야”라는 광고카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한눈에 사로잡은 애니콜의 ’SCH-V420‘ 역시 스위블 방식을 채택했다. 역시 스위블 타입의 리얼 캠코더 폰인 팬택&큐리텔의 ’PH-L4000V‘는 어퍼 부분을 돌리면 ‘ㄱ’자 형태가 되어 캠코더처럼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위블 방식이라고 하면 대부분 어퍼 부분이 회전하는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팬택&큐리텔의 ‘PT-S100’은 싱글 타입 휴대폰이면서 아래쪽에 달린 카메라가 180도 회전한다.
진화하는 기능에 맞춰 변화하는 디자인
가로 슬라이드 방식을 최초로 선보인 스카이의 DMB폰 ‘IMB-1000’ . 삼성에서 선보일 DMB폰 ‘SB120’. 액정이 180도 회전한다. LG-SV360은 게임기보다 더 게임기처럼 생긴 3D 게임폰으로 세계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SCH-S250’은 세계 최초의 500만 화소 폰카로서, 스트레치 방식을 채택했다.
최근 카메라는 물론 MP3 재생, 3D 게임, 위성 DMB 방송까지 휴대폰으로 볼 수 있게 되면서 휴대폰은 점차 획기적인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 지난 해 삼성에서 선보인
500만 화소 디카폰인 ‘SCH-S250’은 ‘스트레치’(Stretch) 방식을 채택했다. '잡아당긴다'는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 스트레치 방식은 액정화면의 덮개를 당겨 쓰는 디자인이다.
이밖에도 SK텔레텍에서 선보인 위성 DMB폰인 ‘IMB-1000’은 방송 시청에 적합한 가로형 슬라이드 디자인이고, LG전자의 DMB폰인 ‘SB120’은 360 회전하는 회전형 폴더 디자인을 채택했다. 또한 LG전자의 게임폰인 ‘SV360’은 폴더를 가로로 여닫을 수 있게 해 폴더를 덮으면 바 타입의 휴대폰으로, 폴더를 열면 휴대용 게임기처럼 쓸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휴대폰 디자인은 새롭게 추가되는 기능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지금 이 순간도 어떤 디자인을 선보여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휴대폰 교체주기가 빠르고 그만큼 신제품 출시도 빠르다. 그러면서도 휴대폰에는 늘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제조사들은 그 기능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앞으로 휴대폰이 얼마만큼 더 발전해 나갈 것인지는 그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할 것이다.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혁신적인 스타일의 휴대폰이 나타나 소비자들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을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더 멋지고 쓰기 편한 휴대폰이 나온다는 것만 확실할 뿐이다.
기사제공=

홈페이지: http://www.ilovepc.co.kr/
박선정 객원 기자
lunarsj@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