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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일로 詩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골드
어느 詩人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5계절이 있다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여름사이에 5월이 있다고........ 5월은 四季로부터 독립된 계절의 여왕임을 선언하고 그 여왕을 받드는 시적인 언어다. 2009.5,3 사계로 부터 독립한 그 찬란한 5월의 첫째 일요일, 서울 광주 목포에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 친구들이 매년 정례모임으로 갖는 합동산행을 희리산 해송자연휴양림에서 가졌다.
아침 7시 종합운동장역을 출발할 때 남쪽지방은 비가 온다는데 비가 그치지 않으면 어떠나 걱정 이었는데 희리산에 도착하니 마침 비도 멎고 5월의 따스한 햇살이 눈부신 미소로 우리를 맞이했다. 촉촉이 젖은 부드러운 흙산의 산길을 밟으며 친구들과 어울려 산행을 시작하니 일순의 이 호흡이 참으로 큰 복락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비 그친 짙은 숲의 향기, 이름 모를 산새들의 청아한 노래 소리, 친구들의 떠들석한 세상 사는 이야기, 여기 저기 촌계집의 부끄러운 머리칼처럼 제멋대로 엉클어진 연둣빛 잎새들이 부르는 생명예찬의 노래위에 쏟아져 내리는 햇살, 가볍고도 가벼워서 어찌할 수 없는 질량의 나약함으로 저 여린 잎들은 지 어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새 봄을 맞이해 성장통을 시작한 솔가지의 松筍 끝자락에 자리 잡은 신비한 새끼 손톱보다 더 작은 어린 솔방울은 연보라빛 붉은 쥐눈박이 눈으로 하늘을 우러르고.................
마한, 진한, 변한 3韓시대 이전부터 산이 마을을 안고 긴 정한을 아로새겨 내려왔던 그 유장한 세월은, 또 마을은 사람을 안고, 사람은 마을이 정겨웁고, 마을은 또 산이 정겹다고 했는가? 깨달으면 부처라지만 육순이 된 지금 이 나이에도 술 한잔 마시면 그 술을 잘 절제하지 못하고 주는대로 받아마시고, 해야 될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을 구분하지 못하고 술자리를 같이 한 친구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힌 일이 그 무릇 기하이며, 무엇 하나 이루워 놓은 일도 없이 내 생명 하나 유지하려 錢穀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가치관에 목매달아 살아 온 알량한 이 속물근성을 어이하랴. 나란 인간이 과연 이 사회나 내 가정 또 내 주변의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에게 어떤 화상의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인지 화두는 계속 이어졌지만 희리산은 말이 없었다. 자고로 산은 默言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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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하면서 내가 발견한 희리산은 잡목이 거의 없이 온통 소나무로 구성된 朝鮮 산하의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산이었다. 숲길 양옆으로 기기묘묘하게 우거진 소나무가 마치 우리 일행을 열병이라도 하듯 그 짙은 솔향을 내뿜으면서도 우리에게 우산이라도 받쳐주듯 햇살을 차단하며 불어오는 바람결에 금현을 탄다. 학이 춤을 춘다면 이미 소나무는 거문고를 뜯기 시작하였으니 곡주라도 한 잔 마시면 희리산을 타고 있는 우리 동창 모두가 신선이 아니고 무엇인가
드디어 329 미터 희리산 정상에 올랐다. 사방을 둘러봐도 점점이 산, 산, 산 그 산들은 둥근 원으로 내 앞에 다가섰고 나는 그 둥근 원의 중심점에 서있었다. 그 둥근 원속에는 하늘과 하늘 , 산과 산, 마을과 마을, 시내와 바다도 자리를 잡고 저마다 이 세상을 경영하는 CEO로 제몫을 다 해낸다. 신비로운 대자연, 우리 일행도 이 자연속에 몸을 담았으니 하늘위에서 본다면 이미 희리산의 푸른 숲에 가리워져 그 모습인들 숲이겠는가? 사람이겠는가?
희중이와 춘례씨랑 같이 송순을 따며 후미그룹으로 산을 내려오니 벌써 친구들은 흥겨운 술판이다. 참으로 좋은 날, 참으로 좋은 친구들과 함께, 참으로 좋은 희리산 해송자연휴양림에서 참으로 좋은 안주인 무안 뻘낙지 5접, 홍어, 민어, 돼지고기 편육에 전복까지 나왔으니 난리가 났다. 고추를 갈아 담근 아련한 옛고향의 미각을 되살려주는 전라도 배추겉절이와 참나물, 취나물무침에 솔김치까지 곁들어 술 한잔 걸치니 이 봄날의 향연이 꽃향기에 취하고 술잔에 조팝꽃잎 떨어지니 이 아니 신선놀음이 아니련가 산낙지 대가리를 입에 물고 몬도가네식으로 다리를 훓으니 해조음소리와 함께 물새 울음소리도 들려오고......... 또 숙이씨는 큼직한 전복을 반으로 뚝뚝 썰어 50명이 넘게 참석한 동창들에게 한볼테기씩 하라고 우리 입에 다북다북 넣어준다. 엄마 손길같은 따순 정이 내 가슴에 스며들 무렵, 이 봄날의 향연을 준비하고 산행을 기획하고 집행한 47동창회 정해택회장과 신수현 산악대장 그리고 박희중 박관재 총무단 또 광주 목포 동문회 모임에서 온갖 먹거리를 준비하시느라고 갖은 수고를 다하셨을 음지에서 고생한 친구들에게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이 지면을 빌려 전한다. 붉은 카네이션과 하얀 안개꽃을 담북 묶은 꽃다발을 그들에게 안겨드리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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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점심을 끝내고 누가 먼저라고 할것도 없이 우린 흥겨운 놀이마당을 벌렸다. 난 41년 전 성철이가 전국 고교 가곡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먹은 "그집 앞"을 다시 듣고 싶어 추억의 앙콜송을 연발했다. 그렇지만 성철이도 세월앞엔 어이하랴. 부부가 합창으로 그리운 금강산을 열창했는데, 성철이 보담 숙이씨의 목소리가 더 고우니 이를 어찌하랴. 대의는 장난기 가득 한 개구장이 모습으로 실실 실웃음을 흘리며 마치 선생님이라도 된 듯 사회를 보고, 평생을 조용필 모창연구에 심신을 다 바친 윤정하 교장선생님의 조용필 노래는 언제 들어도 좋기만 하고, 석윤이의 젊었을 적 18번 대동강 푸른 물은 에고 좋다 좋다 라는 뒷 추임새가 본노래보다 더 압권이었다. 진겸이의 와이당과 노래도 그럴 듯 하기만 하다.
오후 3시 여흥이 끝나고 우리 일행은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목포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뵈오려고, 기준이는 진도에 일이 있어 같이 목포차에 올랐다. 광주와 목포 합동팀은 고창 고인돌 휴게소 잔디밭에서 서울팀과 사이좋게 나눈 술과 안주로 2차로 또 술자리를 펼쳤다. 고인돌 휴게소 잔디밭에서 근 1시간 넘게 술을 마시며 남녀 동창들 사이에 오고 간 말 한마디를 여기 소개한다.
"뭐라구야, 니 각시 빼고 다 영업용이라구야 에끼 이 썩을 놈아 염병하고 있네!" "그래도 이 가시네야 난 배란기 있는 년이 좋더라."
이 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그 뒤로도 격의 없이 오간 와이당이 참 많았지만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우리가 남녀공학을 다녔다는 게 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친구들아. 2010년 정기 합동 산행 때는 졸업 40주년과 51년생을 기준으로 합동 육순잔치를 벌이면 으짜겠냐 잉~~~~~~ 그랄라면 지금부터 농사 열심히 지어야 한당께~~~ 그래갖고 설라무니 한 100명이상 참석하는 전국 잔치마당을 거시기하고 거시기하게 한 번 열어 보장께 건강하거라 잉~~~늙어 갈수록 뭐가 좋당가 건강해야지 그라고야 제발 술 좀 작작 찌끌어라 잉~~~ <끝> 2009. 5.6 골드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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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랜만에 옛 친구들와의거운 시간이었군요 물 흐르듯 쓰여진 글솜씨도 날이 갈수록 매끄럽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인연들이지요. 이 번 합동산행 찬조금, 29명이 580만원을 부주하였답니다.
처음 들어보는 산 이름인데, 그 모임에서도 "골드"가 휘어잡었군요. 어디가나 목소리 큰사람이 제일이던데.....
남녀 공학은 뭐고 저 늙은 아저씨들은 누구신가? 모두 골드 형님들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