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 隨處作主(수처작주)
지난이야기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었습니다. 원활한 대인관계를 들여다보면 “공통의 대화주제”가 윤활제 역할을 하지만 근간은 “믿을 信(신)”입니다. “信(신)”은 “사람(人)변에 말씀(言)”으로 대화를 하더라도 믿음이 가게 말을 바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주인의식을 갖고 생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주인의식”이란 것은 “정신” “마인드”의 문제이기에 그리 행동해야 하는 상황은 일상에 널려 있고 몸에 배어 습관화 되어야 하는 정신이다.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할 때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정비에 사용되는 소모성 자재는 대부분이 외산이었다. 자재를 발주처가 구입을 해서 주던 우리가 구입을 하던 헤프게 사용하면 외화를 낭비하는 것이다. 조금 남은 스프레이 캔을 버리는 것이 다반사였는데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현장에 정비하러 들어간 후 자재가 부족하면 사무실에 와서 가져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니 한편으로 이해가 갔지만 볼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수거함을 만들어 놓고 사용한 캔을 모아두게 했다. 간단한 정비를 하러 나갈 때는 사용하던 스프레이 캔을 가져가라 했더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캔을 두 개, 세 개 갖고 현장에 가는 등 생활화 되었다.
사용한 면장갑도 빨아 쓰게 하니 처음에는 불만도 많았지만 우리 팀의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았었다. 빨아 쓰는 장갑은 버플이 생기지 않아 오히려 좋다는 직원들도 있고 세 번 정도 재사용을 한 다음에는 발전소 인근 농부들에게 주면 농부들도 고마워했다. 나만 특별히 주인의식이 강했던 것이 아니라 물건 아끼는 것을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고 베이비붐 세대의 몸에 밴 습관이었다.
요즈음 낚시를 하러 가면 도처에 쓰레기가 널려있다. 다시는 낚시를 하지 않을 생각인 듯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낚시인들이 많으니 인근 주민들이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이곳의 주민이고 저수지의 주인이라면 쓰레기를 버릴 수 없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재미있게 즐기다가 흔적 없이 간다면야 인심 좋은 남도의 농민들과 새참도 나눠 먹고 가져간 冷막걸리를 땀 흘린 농부들과 같이 한잔 같이 하는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데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가는 자잘한 재미들을 모른다.
隨處作主 立處皆眞 (수처작주 입처개진)
“내가 어디에 있더라도 늘 주인이 되어 살아야 한다. 내가 어느 곳에 있던 그곳이 가장 중요한 곳이다.” “세상의 주인이 바로 나이며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하면 내가 있는 곳이 모두 참되고 진리의 중심이다.” 어디를 가든 주인의식을 갖고 행동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지금 생활하는 이곳의 주인도 내 자신이라는 뜻이다.
전출을 가는 직원은 주거지가 수도권이고 적성상 본사 근무가 적합지 않은 직원이었다. “수처작주”이전 “적재적소”가 되어야 하니 능력과 적성이 현장근무에 맞는다면 현장으로 보내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전출직원의 송별식을 하는 날 수처작주 이야기를 해주었다. “수처작주 라는 말이 있습니다. 본사에 있든 사업소에 가든 주인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새로운 임지에 가면 그곳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임지에서도 객처럼 행동하고 주위에서 객으로 인정한다면 아웃사이더가 되어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됩니다. 본사에 남은 식구들은 본사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하고 사업소에 가는 식구들은 사업소의 주인처럼 생활해야 합니다.” 내가 건배사로 “수처”하면 “작처”하시기 바랍니다.
東西洋과 古今을 막론하고 주인의식이 강조되고 있다. 세계적 기업인 월마트 로비에는 매일 매일의 주가를 표시하는 간판이 있다. 금일 주가현황 아래 조그만 글씨로 “Tomorrow Depends on You"라고 써져있는데 월마트의 미래와 내일의 주가도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다는 의미로 서양에서도 隨處作主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15.06.28 전력사업처 임순형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