怨歌行 원가행
班婕妤(한나라의 시인)
新裂齊紈素 제나라의 올이 곱고 흰 비단을 새로 자르니
皎潔如霜雪 조촐하고 깨끗함은 눈과 서리와 같았었지요
裁爲合歡扇 마름질하여 금슬 좋은 합환선을 만들었으니
團圓似明月 둥글고 둥근 모양은 휘영청 밝은 달이었지요
出入君懷袖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님의 소매 품에 넣고서
動搖微風發 움직여 흔들 때마다 산들바람이 발하였지요
常恐秋節至 절기가 가을에 이를까봐 늘 조바심이 납니다
凉飇奪炎熱 서늘한 돌개바람이 더위와 열기를 빼앗으면
棄捐篋笥中 대나무 상자 속에 넣어두고 거들떠보지 않아
恩情中道絶 은혜와 정마저 오가는 중간에 끊어지곘지요
晩步 저녁에 걷다
李滉(조선의 시인)
苦忘亂抽書 건망증이 괴로워 어지러이 책을 뽑아
散漫還復整 어수선한 책들을 또 다시 정리해 본다
曜靈忽西頹 신령한 태양은 홀연 서쪽으로 기울고
江光搖林影 강물 빛은 숲 그림자에 흔들리고 있다
扶筇下中庭 대지팡이 짚고 뜰 가운데로 내려서서
矯首望雲嶺 머리를 곧추고 구름 산봉우리를 본다
漠漠炊烟生 아득히 멀리 밥 짓는 연기 피어오르고
蕭蕭原野冷 쓸쓸한 바람 불어 들녘 언덕은 차갑다
田家近秋穫 시골 농가에서 가을걷이가 다가오니
喜色動臼井 우물가 방앗간에는 기쁜 빛이 감돈다
鴉還天機熟 갈까마귀 돌아와 하늘 조화 무르익고
鷺立風標迵 해오라기가 서 있으니 풍표가 통한다
我生獨何爲 나는 혼자서 무엇을 하며 산단 말인가
宿願久相梗 오랜 소망도 서로 소통 막힌지 오래다
無人語此懷 이 마음을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으니
搖琴彈夜靜 고요한 밤에 요동치며 거문고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