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우(關羽)의 보은(報恩) -
그때 관우(關羽)는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를 비껴들고 조조(曹操)의 앞으로 적토마(赤兔马)를타고 달려 나온다.
그의 뒤에는 관평(關平 : 관우의 아들), 주창(周倉)과 함께 창검(槍劍)을 든 오백명(五百名)의 군사(軍士)까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것이었다.
이제 조조(曹操)는 꼼짝없이 죽게 되었다.
관우(關羽)는 조조(曹操)와 대화(對話)할 수 있는 곳까지 달려와서 말(馬)을 멈추었다.
그리고 수염(鬚髥)을 한번 쓸어내리면서 조조(曹操)를 향해 가벼운 목례(目禮)를 해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승상(丞相), 오랜만에 인사(人事) 올립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曹操)는 태연(泰然)한 얼굴로,
"운장(雲長)! 그간 별고(別故) 없으셨소?" 하고 답례(答禮)의 인사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관우(關羽)는
"그렇습니다. 저는 책사(策士)의 명(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하고 대답(對答)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정욱(程昱)이 다시 놀란다.
"어, 엇!" (공명의 명을 받고? 그렇다면?....)
"운장(雲長)! 나는 멀리서부터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의 서늘한 기운(氣運)을 느꼈소. 허창(许昌)에서 헤어진 후 나는 운장(雲長)의 꿈을 자주 꾸어왔다오. 언제 다시 만나서 함께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런 모습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소이다." 조조(曹操)가 이렇게 말하자,
관우(關羽는),
"승상(丞相), 말에서 내리십시오. 저와 함께 가주시기 바랍니다." 하고 점잖은 어조(語調)로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曹操)는 큰 소리로 외치며 말한다.
"운장(雲長)! 우리가 나누었던 정(情)을 다 잊은 거요?"
"베풀어 주신 은혜(恩惠)는 영원(永遠)히 잊지 않을 겁니다. 하나, 안량(顔良)과 문추(文醜)를 죽여 은혜(恩惠)에 보답(報答)하였으니, 오늘 만은 사적(私的)인 감정(感情)을 배제(排除)하겠습니다."
"운장(雲長)! 당신(當身)이 나의 다섯 관문(關門)을 지나며 여섯 명에 이르는 장수(將帥)들을 죽인 것은 까맣게 잊었소? 【오관 참장(五關斬將) → 관우(關羽)가 허창(許昌)을 떠나 하북(河北)의 유비(劉備)를 찾아가면서 다섯 관문(關門)을 지나며 조조(曹操)의 장수(將帥) 여섯을 죽인 사건事件)】 엉? 내 부하(部下)들을 많이 죽였지만 난 그대가 형제(兄弟)들과 재회(再會)할 수 있도록 그냥 보내주라고 명(命)을 내렸소!"
"....." 조조(曹操)가 목에 핏발을 세우며 이렇게 외치자 관우(關羽)의 얼굴이 굳어진다.
(아!... 그랬었구나!....)
"하하하 핫!..." 조조(曹操)가 갈등(葛藤)하는 관우(關羽)의 표정(表情)을 보고 실성(失性)한 사람처럼 웃었다.
그리고 관우(關羽)를 타이르는 어조로,
"운장(雲長)!... 우린 정말이지 서로 마음이 잘 맞았다오. 하나, 이렇게 적(敵)이 되어 만나게 되다니... 이보다 가슴 아픈 일이 어디 있겠소. 나는 이번 전쟁(戰爭)에서 패(敗)하여 부하도 많이 잃었어 이젠 정말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소. 하여 내 부탁(付託) 하나 하겠소." 하고 말하면서 말 안장(鞍裝)에 꽂힌 자신(自身)의 칼(劍)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에서 내렸다. 그러자 조조(曹操)를 따르던 장수(將帥)와 병사(兵士)들 모두가 함께 말에서 내렸다.
조조(曹操)는 칼을 든 채로 관우(關羽)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나 조조(曹操)는 호걸(豪傑)이라 자부(自負)하며 떳떳이 살아왔기에 굴욕(屈辱)을 당(當)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소. 운장(雲長)그대가 아직 옛정을 잊지 않고 있다면 이 검(劍)으로 나를 베어주시오!" 조조(曹操)는 이렇게 말하며 관우(關羽)의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승상(丞相), 고정하십시오!..." 조조(曹操)의 장수(將帥)와 병사(兵士)들이 조조의 말을 듣고 애절(哀切)한 소리를 질러대었다.
그나저나 정작 조조(曹操)의 이런 소리를 듣게 된 관우(關羽)는 얼굴이 창백(蒼白)해 질 정도로 굳어졌다.
"그대 같은 대영웅(大英雄)의 손에 죽을 수 있다면 나는 여한(餘恨)이 없소!" 조조(曹操)가 관우(關羽)를 향(向)해 거침없이 말하였다.
"승상(丞相)!"
"승상(丞相)!" 장료(張遼)와 정욱(程昱)의 만류(挽留)의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승상(丞相)의 뜻이 그러시다면 저희도 따르겠습니다!" 조조(曹操)를 따르던 장수(將帥)는 물론 병사(兵士)들까지 울부짖으며 그 자리에 모두가 꿇어앉았다.
그러자 조조(曹操)는 오히려 큰소리로,
"울 것 없다! 이렇게 울어대면 대영웅 관우 장군(關羽 將軍)의 입장(立場)이 난처(難處)해질 것 아닌가 말이야!"
"......"
"운장(雲長)!... 날 죽이고 싶지는 않을 거요. 하나, 군령(軍令)을 어길 수는 없는 법, 죽이시오. 원망(怨望)하지 않겠소. 웃으면서 죽음을 맞이할 거요. 나중에 저승에서 만납시다!"
조조(曹操)는 관우(關羽)의 앞에 꿇어앉으며 자신(自身)의 칼을 양손으로 받들어 올려 보였다.
"어서 날, 죽이시오...."
관우(關羽)는 조조(曹操)의 언행(言行)을 보고 놀라면서 눈이 커지며 어안이 벙벙한 상태가 되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관우(關羽)가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左右)로 흔든다.
그리고 이어서 병사(兵士)들에게 말한다.
"길을 내 거라,.. 보내주어라."
"아버지! 군령장(軍令狀)은 어쩌고요!" 양(養)아들 관평(關平)이 관우(關羽)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관우(關羽)는,
"어서!" 하고 군령(軍令)으로 명(命)한다.
관평(關平)이 명을 받아,
"흩어져라! 길을 내라!" 하고 수하(手下)의 병사(兵士)들에게 명(命)한다.
그러자 군사(軍士)들이 양쪽으로 흩어지며 길을 내었다.
꿇어앉은 조조(曹操)가 자신(自身)의 부하에게 명한다.
"가라!" 조조(曹操)의 명을 받자,
"어서 말에 오르자."
"어서 빨리."
조조(曹操)의 수히(手下)들이 관우군(關羽軍)이 터준 길을 따라 황급(遑急)히 뛰어 지나간다.
그들 모두가 지나가도록 조조(曹操)는 그대로 꿇어앉아 있었다.
관우(關羽)가 말에서 내려 조조(曹操)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를 일으켜 세운다.
그런 뒤에,
"승상(丞相)도 가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曹操)는 관우(關羽)를 걱정하는 소리를 한다.
"운장(雲長)!.. 지금 교전(交戰) 중인데 나를 보내주면 곤란(困難)해질 거요. 유비(劉備)와 공명(孔明)같은 편이니 용서해 줄진 몰라도, 강동(江東)의 주유(周瑜)와 손권(孫權)은 절대 (絕對)아닐 거요."
그러자 관우(關羽)는 조조(曹操)가 갈 수 있도록 옆으로 한 발 비키며 말한다.
"괘념(掛念)치 말고 가십시오."
"갈 수 없소!" 조조(曹操)는 고집을 피웠다.
"쫓아내라!" 관우(關羽)가 병사들에게 고성(高聲)을 질러대었다.
"엣!" 관우(關羽)의 병사들이 조조의 양 팔을 붙잡고 잡아당겼다.
"난, 갈 수 없어! 갈 수 없다고!... 이보시오, 운장(雲長)!..."
조조(曹操)는 어린애처럼 소리를 지르고 울면서 관우(關羽)의 군사에 손에 이끌려 협곡(峽谷) 밖으로 쫓겨났다
관우(關羽)는 조조(曹操)를 보내놓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지난날을 회상(回想)하였다. 이게 무슨 기가 막힌 인연(因緣)이란 말인가? 불과 수년 전, 하비성(下邳城) 에서부터 허창(许昌)에 이르기까지 조조(曹操)와의 질긴 인연(因緣)은 그가 하북(河北)의 원소(袁紹)에게 의탁한 유비(劉備)를 찾아가면서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질긴 인연(因緣)의 시작이었다니?... 관우(關羽)는 워낙 의리(義理)를 중하게 여기는 사람인지라, 지난날 조조(曹操)의 은총(恩寵)과 오늘의 몰락(沒落)을 눈앞에 바라보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매우 난처(難處)하였다.
더구나 아무 죄도 없는 조조의 부하들이 조조(曹操)와 같이 죽겠다고 땅에 꿇어앉아 애원(哀願)하는 모습을 보고선 차마 칼을 쓸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관평(關平)과 주창(周倉)이 관우(關羽)의 앞으로 달려왔다.
관평(關平)이 말한다.
"아버지, 돌아가서 뭐라 하실겁니까?"
그러자 눈을 감고 있던 관우(關羽)가 천천히 눈을 뜨며,
"내가 알아서하마." 하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갑자기 허리에 찬 요도(腰刀)를 뽑아들었다.
"장군!"
"아버지!"
주창(周倉)과 관평(關平)은 달려들어 관우(關羽)의 팔을 붙잡았다.
"안 됩니다. 안돼요!"
"고정하십시오!"
관우(關羽)가 자결(自決)을 할 심산 (心算)으로 뽑아 든 칼을 두 사람이 만류(挽留)하며 붙잡았다.
그러나 관우(關羽)는,
"책사(策士)를 볼 면목(面目)이 없다." 하고 말하면서 칼을 목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주창(周倉)과 관평(關平)은 관우(關羽)의 한 손을 각각 붙잡고 꿇어앉으며,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장군! 안 됩니다!" 하고 외치며 매달렸다.
그러자 어느 순간 관우(關羽)가 칼을 바닥에 내던진다.
그리고 망연한 얼굴로,
"자결(自決)은 못난 짓이지. 군법(軍法)을 어겼으니 돌아가서 책사(策士)를 뵙고 마땅히 군법(軍法)에 따라 형을 집행하게 해야 할 것이야. 그것이 장수된 자의 도리(道理)겠지."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관평(關平)과 주창(周倉)은 그 말을 듣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였다.
"돌아가자!"
관우(關羽)는 앞으로 닥칠 신상(身上)의 고충(苦衷)을 마땅히 받아들일 각오(覺悟)를 하면서, 조조(曹操)에게 받은 은혜(恩惠)에 대한 보은(報恩)을 홀가분하게 처리(處理)했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自信感)이 넘친 어조로 외치듯이 말했다.
삼국지 - 191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