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명로 241번 길은 우리 동네 도로명 주소이다. 도로 하나를 건너 동쪽은 사직동이요. 남쪽은 사창동 북쪽은 신봉동이 연결되어있는 경계선을 이루며 서쪽으로는 주욱 봉명동에 이른다. 가까운 곳(사직동)에 바로 공설 운동장과 야구장이 있고 주변에 각종 운동기구가 있어 아침으로 운동을 하러 오는 사람이 많다. 그 밑으로는 수영장과 로울러 스케이트 장. 국민생활관이 쌍둥이처럼 서 있어 쌍둥이 체육관이라 불리기도 한다. 공설운동장과 야구장 주변을 걷기도 하고 각종 운동기구를 이용한 운동하기에 적절한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술의 전당이 바로 옆에 있다. 가끔은 예술의 전당 공연실에서 공연을 보기도 하고 대 전시실과 소 전시실에서 각종 작품을 감상하며 문화생활하기에 참으로 좋은 곳이다. 예술의 전당을 지나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양병산 아래 직지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동산처럼 얕은 양병산은 산을 넘어갔다 되돌아 와도 한 시간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니 양병산을 올라갔다 내려와도 그렇게 힘들지 않다. 그것조차도 힘이 든다거나, 다리가 아픈 사람은 흥덕사지 절터를 돌며 운동하기도 한다.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단독주택이 많은 241번 길 골목엔 정겨운 이웃이 있다. 우리 집 앞에는 차안 가득히 과일과 채소, 생선이며 식료품등 식 자제를 싣고 다니는 만물상 트럭이 있다. 새벽 여섯시 반경이면 동네 아줌마들이 모인다. 아침부터 시끌벅적 장을 보러 온 이웃과 정을 나눈다. 아파트에서 보기 힘든 정다운 이웃과의 만남은 이렇게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요즈음 보기 드문 이 골목의 정경들이 항상 나를 기쁘게 한다. 동네에서 장을 보다 보니 먼데 시장에서 무거운 물건을 가져오느라 힘 드리지 않아도 된다. 물건이 싸면서 신선도 또한 좋으니 동네 분들이 모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로 정담을 나누기도 하고 농사지은 채소며 호박 가지와 고구마 등을 나누기도 하며 요즈음 보기 드문 241번 길의 아름다운 정경이다. 뒷집에서 10키로 나 됨직한 고구마와 토실토실 반짝이는 알밤까지 낑낑대며 먹어 보라고 가져왔다. 여기서 난 실수를 하고 만다. 잠시 들어와 차라도 한잔 하자며 집으로 들어오게 했어야 했는데 그냥 보내고 말았다. 내가 베푸는 것보다 항상 더 많은 것을 받으니 늘 미안하다.
오늘도 만물상 차 앞에 동네 분들이 모였다. 잠에서 깨어 대문을 열면 습관처럼 트럭 앞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돌아서는 곳. 이른 아침 장사를 하러 트럭이 떠나기 전 모인 동네 분들 서로 정담을 주고받으며 하루를 연다. 이런저런 이야기 때론 칭찬도 하고 흉도 보면서 모였다 헤어진다. 이웃집 이층 마당처럼 넓은 공간에서 의자를 마주하고 앉아 마시는 커피, 그 기쁨과 사랑 행복을 누가 알겠는가. 유난히 원름이 없고 단독으로 주인세대가 많이 살고 있어 아주 조용한 곳이라서 더 좋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로 하루를 열까. 아침 단골다방으로 모이란다. 몇 분이 매일 아침 식후면 모이는 장소이다. 모여 앉은 집에서 커피를 내 오는 게 아니라 바로 옆집에서 커피를 타서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 담장으로 넘겨준다. 그 모습이 왠지 정겹다.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커피의 은은한 향을 양념처럼 첨가한 이웃과 나눌 정, 사랑, 희망과 기쁨의 맛을 듬뿍 넣어 이층 베란다에서 건네받은 아주 맛있는 커피다.
앞집 단감을 누가 자기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따가는 사람을 보고 주인인줄 알았고. 거침없이 고추장을 항아리 채 자전거에 싣고 가는 것을 보면서 누군가 주인이 준 것을 싣고 가는가 보다. 붙잡지 못하고 착각했던 이야기도 하며 동네 지킴이도 되지 못한 우리들의 순수함을 이야기 하며 웃기도 한다.
첫댓글 글을 읽으며 조용한 어느 한동네의 아름다운 삶에 모습이 담겨있는듯 정겨운 모습이 스쳐가네요~^^
정겨운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저도 청주고 뒤편 단독 주택에 살때 직장 생활 하며 바쁘게 사느라고 서로가 왕래 없이 살았는데
제가 회사 퇴직을 하고 반상회때 제안을 했지요. 한달에 한두번씩 모여서 골목 청소 한번씩 하고
막걸리 한잔씩 하자고 했지요 매월 한두번 우리집 마당에서 파전 부치고 막걸리 한잔씩 했지요. 그때 참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어디서 살고 있는지 보고 싶어지네요.
우리 베레나 자매님 글은 항상 재미가 있어요. 감사합니다.
홍의원사도요한님~! 언제나 조용하고 인자하신 형님에 성품상 그러고도 남았을겁니다 안봐도 그때 그동네 골목 모습 그 풍광이 그려지네요 늘 건강하세요~^^
@오용균(요셉)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 하세요.
옛날시골집 골목 골목 정겨웠던
모습의 그림이그려지는 모습에
살짝 입가에 미소가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