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리웁고 가슴 아픈 것 5 약속한 저녁 7시가 되자 머얼리서 빨강색 프라이드 한 대가 해순이가 서 있는 곳으로 달려오면서 빵빵 거린다 후배 경희의 애차이다 조금은 오래되고 낡은 차이지만 경희가 즐겨 타고 또한 해순이 일행들이 다른 곳으로 놀러갈 때 요긴하게 쓰는 차이기도 하다 경희차의 조수석에 타고 읍내를 막 벗어날려고 하는데 바로 앞 사거리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보경이가 보인다 어디를 갔다 오는지 아래위로 멋지게 빼입고 얼굴은 화사하게 화장을 하였다 경희에게 차를 도로가에 세우라하면서 해순이는 차창을 열며 보경이를 부른다 “보경아! 어디를 다녀오는데 그리 화사해 누가 보면 애 둘 나은 엄마로 보지 않겠다“ 해순이가 농담조로 말을 건넨다 신호만 뚫어저라 바라보던 보경이는 깜짝 놀라 보니 같은 동네 해순이 언니이다 “응 남편집 친척 칠순이라 잔치에 다녀오는 길예요“ “아니 그런데 남편은 어디 가고 혼자 오는거야 잔치집에 같이 갔을 것 아니야“ “남편은 잔치집에서 친구들한테 잡혀 못 나오고 나만 몰래 빠져나오는 길이야 나 원래 노는데서는 쑥맥인것 언니가 알잖아“ “ 뭐 하긴 너는 꼭 멍석만 깔아 놓으면 고물난 악기 같더라 호호호“ “경희차구나. 그나저나 언니는 경희하고 어디로 가는데 이 시간에 차를 타고 있는거야“ “응 우린 대흥사 입구 레이크 하우스에 저녁 먹으러 가는 길이야“ 대화만 들으며 침묵을 지키던 경희가 말한다 “너도 바쁘지 않으면 같이 가자” 해순이가 은근히 권유한다 그러자 싫지 않은 듯 보경이는 무엇을 한참 생각하다가 흔쾌히 응하고 뒷좌석에 올라 타며 무조건 ‘고’라고 크게 외친다 큰 소리에 어안이 벙벙해진 해순이와 경희는 제가 왜 저러지 하는 심정으로 서로의 얼굴만 멀거니 바라보며 갸우뚱한다 차가 읍내를 벗어나 두륜산 도로로 접어들자 길가 가로수 잎마다 가을빛이 묻혀 있고 진한 가을내음이 밭뚝따라 몽클몽클 피어난다 가을이 오면 단풍이 들고, 단풍이 들면 서리도 끼고, 긴소매 두꺼운 바지를 입어야지 해순이는 지나치는 농촌의 풍경에 마음을 보내며 가슴이 ‘쏴- 아’ 하고 허전해온다 차가 대흥사 입구로 진입하고 어둠이 내려앉은 두륜산의 적막감이 평소보다 더 시려오고 불 박힌 음식점들에서는 왁자지껄한 소리, 웃음소리,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모두 힘겨운 하루 삶을 어디론가 내려놓고 몸만 빠져 나와 여기에서 휴식을 즐긴다고 해순이는 생각한다 정신과 몸이 완전한 하나여야 비로소 하나의 인격을 가진 인간이 될텐데 어디 그런 인간들이 존재하기는 한가 바쁜 생활속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면 정신은 여기에 몸은 저기에 내려놓고 다닌다 해순이도 간혹 정신을 놓아버려 가스레인지에 올린 콩나물국을 태운적도 있고, 시내버스 속에서도 버스비를 지불할 지갑이 없어 당황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초기 치매라 생각해도 틀리지는 않는 말 늘 아이들에게 무엇을 사준다고 하면서 잊어버리는 날이 많아 어느날엔가 수첩에 꼬박꼬박 적어 다니기도 하였다 아니면 그 생각만 줄곧 하면서 중얼대었다 하지만 하나를 생각하면 다른 일들이 어그러지고, 그러다 하루가 가고 또다시 힘든 불면의 밤이 찾아오곤 하였다 레이크 하우스앞 주차장에 차를 세운 3명의 일행들은 통나무로 지어진 실내로 들어가 두륜산 케이블카가 훤히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스테이크 2 맥스를 두 병 주문한다 잔치집에서 실컷 먹고 왔다는 보경이몫을 제외하고 해순이와 경희몫을 시켰다 통나무로 지어져 고풍스런 이미지를 주는 레이크 하우스의 실내는 모두 오래된 고목으로 탁자며 의자를 만들었고 높은 천정위에는 떨어질듯한 갸날픈 하얀 백열등이 매달려 흔들거린다 카운터 맞은편에는 DJ박스가 있고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노래가 은은하게 울려 나오고 있다 소설가 조해일씨 작사의 ‘갈 수 없는 나라’ 가 청순한 음색의 여자가수의 음성으로 들린다 갈 수 없는 나라 사랑 없는 마음에 사랑을 주러 왔던 너 너의 작은 가슴 그러나 큰마음 정의 없는 마음에 몸바쳐 쓰러진 너 너의 작은손 그러나 큰 슬픔 네가 헤메어 찾던 나라 맑은 햇빛과 나무와 풀과 꽃들이 있는 나라 그리고 사랑과 평화가 있는 나라 그러나 그곳은 갈 수 없는 낙원 네가 가버린 갈 수 없는 나라 맞아, 갈 수 없는 나라에 우리들은 늘 그렇게 희망만 안고 사는거야 현실의 고달픔도 내일이면 즐거움이 외로움도 행복이 될 수 있을거야 라며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소시적부터 꿈이 많았던 해순이는 생각해본다 어리게 보이는 아르바이트 아가씨가 주문한 음식을 가져왔고 해순이와 경희, 보경이는 서로의 잔에 맥주를 따라 즐거운 가을밤을 보낸다 약간 시장했던 탓인지 정신없이 먹던 해순이와 경희는 어느 정도 배가 차자 유리잔에 담긴 맥주를 홀짝거리며 수다속으로 빠진다. 좁은 읍내 마을이라 특별한 빅뉴스는 없지만 그래도 사람사는 곳이라 잔잔한 사건들도 많아 한번 수다를 피웠다 하면 보통 12시가 지나서 점원의 따가운 눈총이 있어야 겨우 자리를 일어난다 모두들 엉덩이는 왜그리 무거운지 그중 맏언니인 해순이가 특히 심하다 술이 약간 오르자 경희의 목소리톤이 높아지며 목에 걸린 복숭아씨를 뱉듯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 언니! 나 정말 이래가지고는 살 수가 없어 그 웬수놈이 어제는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평소 안하던 짓을 하잖아 아이들과 내 먹으라고 생크림 치즈케익을 사 가지고 들어와서 잔치를 벌리는 거야 처음에는 왜 그러지 하는 의심으로 살펴 보았는데 사람이 변한 듯 케익을 짜르고 자른 조각을 내입에 먹여주고 해서 난 깜빡 속았어“ 경희가 참았다는 듯이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 왜!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모양이지 너에게 마음고생을 그렇게 시키드먼“ 해순이는 조심스럽게 말을 하고 보경이는 반쯤 남은 술을 다 비우고 다시 한잔을 따른다 “ 그 웬수같은 서방놈이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 조금 있다가 어느 년인지 전화가 오자 급히 식탁에서 일어나 목욕탕 에서 샤워한다 머리를 감는다 하면서 부산을 떨다가 새 옷으로 갈아 입고 나가잖아 이 야밤에 어디를 가냐고 물어도 대답도 안 하다가 10번 물으니 그제서야 서울 친구가 내려와 급히 만나야 한다나 중요한 비즈니스라 하잖아 못 만나면 뭐라 그러더라 한 2000만원 정도 되는 공사일을 놓칠수도 있다고 하잖아 그래서 정말 큰 일이구나 하며 나도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데려서 바쳤지 뭐야 그런데 나간 다음 목욕탕에 벗어 놓은 와이셔츠에서 여자 머리털같은 긴 머리칼이 무수히 많이 붙어 있잖아“ 경희는 너무 억울했던지 숨도 안쉬고 얘기를 한다 “그래서 그 자식 가만 놔뒀어 그냥 개똥처럼 콱 밟아 죽여 버리지 “ 해순이도 열이 나 주먹을 불끈 쥐고 얘기하고 보경이는 한술 더 떠 “경희야! 그 새끼 니 서방이지만 나도 한마디 해야겠다 니가 인물이 남보다 못하냐 성격도 나쁘냐 오직 한 길만 바라보고 살고 있는데 아휴! 내서방이 그랬으면 밤에 잘 때 좃대가리 가위로 잘라 꼬챙이에 꽂은 다음 3년을 말려 시부모한테 보낼거야 병신같은 자식들! 말없이 순종하지, 애도 쑥쑥 잘 나아 길러주지 쥐꼬리만한 봉급 모아 저축해 집도 장만하지, 시부모 생활비며 용돈도 드리니 호강스러워 그래 아니 누가 그런 일을 한데 지새끼들이 만나는 년들한테 얘기해봐 그날로 당장 나몰라라 하면서 도망가 버리지“ “더 심한건 벗어논 양복 주머니에서 무슨 무슨 영수증이 그렇게 많은지 목포 백화점 옷 산 영수증에다 귀금속 산 영 수증까지 있었어 아마 지금 사귀는 년에게 사준 걸거야 아니 내가 옷 한 벌 살려고 하면 돈이 없다 사업이 힘들다 주부가 가정에서 생활하는데 그냥 평범한 일상복 한 벌만 있으면 되지 무슨 필요가 있느냐 핀잔만 주던 웬수놈이 그렇게 돈을 펑펑 쓰고 다니면서 안 그런척 시치미야 뭐 경제가 어려우니 만일을 위해 생활비도 아껴 쓰고 아이들 학원비도 줄이고 꼭 필요한 지출 아니면 쓰지 말라던 놈이“ 해순이는 경희의 눈물 어린 하소연을 듣다가 자기의 처지도 별반 나을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들어주는 자기나 훈수 드는 보경이나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경희나 모두 어찌 그리 지지리도 궁상인지.......... 우리 모두는 갈 수 없는 나라를 그리며 살고 있는 것일까 우는 경희의 뒤로 보이는 두륜산 가을이 너무 짙다 저기 어둠이 머무는 곳에서는 모두 잠만 자고 있을까 보이지 않 곳에서도 묵묵히 뒷바라지 해주는 자기들의 고생은 간과해도 되는 것일까 남편과 아내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까지 종속적인 관계로 끌고 왔는지 선조들이 원망스럽기만하다 남자면 주고 여자면 반드시 종일까 요샌 호적도 여자이름으로 바꿀수 있다 하던데 그럼 세월이 많이 변한 것일까 레이크 하우스 창문으로 보이는 가을이 너무 외롭다 아무도 없다면 저기 보이는 어둠을 열고 가을로 먼저 들어가 보련만 가련한 경희와 착한 보경이를 양팔에 감싸듯 끌어안고 가을산에서 가을단풍으로 온 맘과 몸을 물들여 보았으면 거긴 적어도 삶의 고역과 슬픔은 없을테니까
첫댓글 모네타님..잘봤어요..ㅎ그동안 바빠서 게시판에 못왔는데 이제야 보네요...환절기에 감기로 고생좀 하고오늘 여인네들의 수다...가슴아프게 보고갑니다..다음편을 기대하며좋은주말되세요...감사합니다..^^
보라공주님^^;;어서오세요~ㅎ여인네들의 수다는삶의 활력소고 즐거움이지요..감기조심 하세요~^^
ㅎㅎㅎㅎ보라공주님 오셨다 가셨습니다주말이어 컴에 못 들어왔는데오늘 확인하였습니다고맙습니다활기찬 월요일 되십시오건강 조심하시고요
모네타님^^;;방가워요~ㅎ삶의 진솔한 야기가미소띄게 하네요..ㅎ저도 이제는 메모하는 습관을가지고 있습니다..ㅎ시장에 갈때도 적어서 가고요..안그럼 빼트리고 올때가 간혹있거든요..ㅎ언제나^^행복하시고건강하시와요^^!
감사합니다생각나는대로 써 본 글인데즐감 하셨으면고맙습니다오늘도 활기차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첫댓글 모네타님..잘봤어요..ㅎ
그동안 바빠서 게시판에 못왔는데
이제야 보네요...
환절기에 감기로 고생좀 하고
오늘 여인네들의 수다...가슴아프게 보고갑니다..
다음편을 기대하며
좋은주말되세요...감사합니다..^^
보라공주님^^;;
어서오세요~ㅎ
여인네들의 수다는
삶의 활력소고 즐거움이지요..
감기조심 하세요~^^
ㅎㅎㅎㅎ
보라공주님 오셨다 가셨습니다
주말이어 컴에 못 들어왔는데
오늘 확인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활기찬 월요일 되십시오
건강 조심하시고요
모네타님^^;;
방가워요~ㅎ
삶의 진솔한 야기가
미소띄게 하네요..ㅎ
저도 이제는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ㅎ
시장에 갈때도 적어서 가고요..
안그럼 빼트리고 올때가 간혹있거든요..ㅎ
언제나^^행복하시고
건강하시와요^^!
감사합니다
생각나는대로 써 본 글인데
즐감 하셨으면
고맙습니다
오늘도 활기차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