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알지 못한다.
술의 그 오묘한 향기로움
그 따스함, 그 명랑함을
알지 못한다.
힘겨운 삶을 부드럽게 하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게 하는,
삭막한 삶을 정겹고 흥겹게 하는
그 오묘한 힘을 알지 못한다.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그 흉폭한
파괴성, 악마의 속삭임같은
달콤함이 있음을 안다.
누구나 간절히 원하지만 가까워질
수 없고, 이룰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면 된다
고들 말들 하지만 삶에는 저마다
불가능한 것들이 분명 있다.
내게 술이 바로 그런 것 중 하나다.
술을 생각하면 마음은 복잡해진다.
동경과 호기심과 억울함과
안타까움의 감정이 뒤섞여
혼란스럽다.
"이 좋은 술을 어째 못 마실까?"
때로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으로
또 때로는 적대감과 의심의 눈길에
실려 오는 말들을 종종 듣곤한다.
술과 노래만큼 우리의 삶을
아름답고 즐겁고 따스하고 애잔
하게 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때가 있다.
그런데 술이 주는 그 감미로움을
그 친근감을, 그 따스한 위로와
힘을 나는 알지 못한다.
삶의 희노애락애오욕을 오롯이
맨 정신으로 감당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애주가들은 알까?
내가 술에 대해 모르는 것만큼
이나 술이 적대하는 사람들의
그 애환을 온전히 알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째 술을 마시면 내 몸은
흐느적거리고 경련을 일으키고
고통으로 아우성을 칠까?
남들처럼 있을 것은 다 있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술에 대해 생각하면 무엇보다도
억울한 감정이 크게 밀려온다.
## 『어느 애주가의 고백』
얼마전 호기심에서 읽은 책이다.
부제는 - 술취하지 않는 행복에
관하여 - 내가 사랑한 술, 놓쳐
버린 삶 그리고 시간. 마음 속
마지막 잔에 담긴 이야기다.
어느 애주가의 술에 대한 느낌과
생각과 탐구한 내용을 소개한다.
- 알콜이 없는 세상을 산다는 것.
술과 이별하겠다는 결정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소름이 끼쳤다. 그건 나로서는
상상조차 싫은 일이었다.
- 자칭 애주가라는 사람들 대부분은
알콜 중독이나 의존증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술을 마실 때 나 역시 일행 중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견딜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서
부끄러운 짓을 하고싶지
않았던 것이다.
- 술은 언제나 슬프거나 지루
하거나 화난 사람에게 출구가
되어주었다. 망각 속으로
탈출은 인간의 본능이다.
- 규칙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자살 가능성이
평균보다 50% 높다.
쌍둥이의 음주 행동 연구를
보면 유전적 요인이 알콜 의존증
발생 위험도의 46~60% 차지.
- 중독 물질이 본인과 주변에
미치는 폐해 장기연구, 1~100
수치화 발표 (2010, 영국 의사
단체) 대마초 10, 니코틴 10
코카인 30
헤로인 55, 알코올 72
술의 폐해가 월등히 높다.
특히 잘못 마신, 감당하지
못하는 음주로 저질러진
음주운전으로 타인의 목숨을
앗아가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돈키호테식 만용에, 그리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들어
가벼운 처벌을 하는 판사들에
어이없어 하고 분노가
치민다.
- 술은 불안과 정신적 상처로
생긴 괴로운 내면과 죄의식을
완화시키는 최고의 약이다.
스트레스에 이만한 것도 없다.
- 1인당 연간 알콜 소비량
전세계 평균 6리터
독일 12.1리터, 한국 12.3리터
(2015 WHO)
- 세계암연구기금 권장 소비량
남성 와인 1잔 혹은 맥주
큰병 1병 여성은 그 절반
술과 친해져 즐기고 싶어도
불가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술과 너무 친해져 낭패를 보고
고통을 당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치기도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의
삶은 모순이 많고 불공평한
것은 진리인 것 같다.
정도程度와 한계限界를
지키려 애쓰며 사는 것이
건강과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