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상인들과 여행자들로 북적거리는 도시 '모젤로리앙'에는 3대 명물이 있었으니, 바로 모젤로리앙 특유의 해산물 요리인 '라미스테라 찌개'-모젤로리앙 연안에서만 잡히는 흰수염 새우를 듬뿍 넣은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와 시청 앞의 거대한 인어 상-높이가 거의 3미터에 달하는- 그리고 항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대부호인 에슈피시드가의 저택이다. 그 저택은 겉보기에는 단지 커다란 저택일 뿐이지만 강력한 마법의 결계의 영향으로 주인 이외의 아무도 그곳을 찾아 들어갈 수가 없었다. 주인이 왜 결계를 치고 있는지는 모른다. 몇몇 도전심 강한 젊은 마법사들이나 모험단들이 도전을 했었지만 모두 실패하고, 몇 년 전 긴 금발에 흰색 망토를 두른 한 아름다운 남자가 숲으로 들어가 뒤 아무런 소식이 없다. 사람들은 그가 그 저택을 찾아서 그곳에서 살고 있다고도 했고, 몇몇다른 사람들은 숲에서 헤매다가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아빠! 나, 집 밖으로 나가고 싶어!"
커다란 식당, 벽에는 흑청색 머리카락을 가진 긴 생머리의 여인이 흰 백합을 손에 들고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는 그림이 걸려있다. 방의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식탁이 있고 거기에서 몇 안되는 사람들이 둘러 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렌?"
긴 금발의 남자가 고기를 쓸던 칼을 멈추며 물었다.
"나랑 항상 '집밖' 숲에서 산책을 하고 있잖아, 하하!!"
"슈레드는 좀 조용히 해!"
"너, 선생님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_+?"
"선생님은 무슨.-_-; 제대로 가르쳐준 적이나 있어?"
"렌~! 불용(화이어드래곤-_-;)을 소환하는 수가 있다..-_-+++"
슈레드가 짐짓 화가 난 듯 렌에게 말했지만 렌은 들은척도 하지 않고 묵묵히 식사를 하고 있는 아빠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계속해서 말했다.(슈레드는 무시당했다.-_-;)
"아빠는, 우리 집 주위에 숲밖에 없다고 늘 강조하지만. 난 마을이 있는 걸 봤단 말야."
"여어~ 렌. 마을이 뭔지는 알아?"
슈레드가 빈정거리면서 말하자 렌이 슈레드를 무서운 눈길로 쨰려봤다.
"책에서 봤어. 집들이 모여서 있고 사람들이 왔다갔다하고."
"푸웃. 그래?"
사실, 렌은 태어난 후 이 저택에서 단 한번도 나간적이 없었기 때문에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었다. 접하는 사람이라고는 요리사, 정원사, 집사, 아빠, 슈레드 정도 였기 때문에 아빠의 서고에서 본 책들에서 접한 것이 전부였다.
"전번에 아빠가 잠깐 집에 안계실 때, 탑에 올라갔었어. 숲 너머로 마을이 있고, 배도 있던걸."
렌은 아빠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난 16년동안 아빠한테 속고 살았다는 소리지.-_-;"
계속해서 묵묵히 식사를 하던 라엔(렌의 아빠)은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레..렌. 설마 아빠가 널 속였겠니?"
"뭐, 뭔가 내가 알 수 없는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겠지. 아.빠? 이제 진실을 말해주세요."
"진실이라니..."
"왜 날 가둬 키웠는지?.-_-+"
라엔은 무척 당황한 듯 얼굴이 빨갛게 되어 버렸다. 한참을 접시에 얼굴을 묻고 있더니 곧 고개를 들었다.
"(후훗) 렌, 니가 본 것을 말이다..일종의 신기루 같은 거야.!"
푸하핫. 슈레드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의자를 뒤로 빼고 킥킥 거렸다. 다행히 렌은 아빠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슈레드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신기루?"
"그래. 신기루 말야. 환상이랄까? 네가 책에서 읽은 것들을 상상하면서 간절히 보고 싶어 하니까 그게 네 시야에 나타난 거란다.(움화핫!)"
"으음...?!"
안타깝지게도 렌은 너무 어리게 키워 졌다. 나름대로 독서를 통해서 지식을 얻고 있었지만 사고 능력이 어린애 수준이니 속이기도 쉬웠다.
동조 되어 가고 있는 듯한 렌을보며 라엔은 힘을 얻었다. 아까의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꼿꼿히 피곤 말을 이었다.
"다음에 다시 아빠랑 탑에 올라가 보자. 아마도 허허벌판 밖에 없을 꺼야. 그럼 렌이 환상을 본것이라는 걸 알수 있겠지?"
"..그치만."
"왜 그러니?"
"난 부우-- 하는 소리도 들었어. 뱃고동 소리."
"하하. 그건 환청이야.^^*"
사악한 녀석. 자기 딸을 저렇게 속이다니. 슈레드는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지만 어쩔수 없이 가만히 있었다.
"렌. 집 밖에 사람들이 있고 마을이 있다면 내가 널 왜 저택에서만 키우겠니...? 이 주위에는 이상한 몬스터들도 많고 너 혼자 다니기에는 너무 위험해."
"알았어. 그럼 집 밖으로 나간다는 소리는 안할게."
의외로 렌이 쉽게 뜻을 굽히자 라엔은 안심을 했다. 녀석. 쉽게도 넘어가는 구나. 녹색의 눈을 반짝거리면서 렌이 말했다.
"우리 모두 식사를 계속하지.*^^*"
"아, 난 서재에 가볼래. 계속 식사하세요."
"그래.^^*"
렌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서재는 저택의 서쪽 끝 쯤에 있었다. 렌이 나가자 슈레드가 입을 열었다.
"대단하군.-_-;;"
"뭐가?"
"너의 그 거짓말 솜씨말야."
"하하.^^; 내가 한 거짓말하지."
"언제까지 속이고 키울 꺼야?"
"글세... 왠만한 마법을 모두 익힐 때 까지는 노출되는게 위험해."
잠깐의 정적이 이어졌다. 다시 묵묵히 식사를 하다 라니엔이 일어섰다.
"난 마법이나 걸러 가야겠어.--;.. 저녀석 언제 다시 탑에 올라갈지 모르잖아?"
"진정한 환상을 보게 할 셈이군."
"어쩔 수 없잖아. 사방을 황무지로 보이게 만드는 수 밖에."
라엔은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식당에는 슈레드만 남았다.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던 슈레드는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미안... 라엔. 하지만 네가 이런다고 해서 위험이 다가오지 않는 건 아니잖아. 부딪히는게 오히려 좋을지도... 하하.. 더구나 렌은 실전경험이 너무 부족하다고......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