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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캐스팅 ; http://cafe.daum.net/youllsosul/AVPs/78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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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r o l o g
그날의 기억은 과다 섭취한 알콜 덕에 지우개로 머릿속을 박-박 지운듯 나지를 않는다. 그러니 앞에 놓인 사진
과 함께 나를 보자고한 남자의 말이 하나도 이해가 되지를 않는게 당연했다. 주문한 아이스티만 연신 먹어대며
사진을 뚜러져라 쳐다본다. 한장의 폴라로이드 사진속, 눈이 반달이 되도록 웃고있는 여자는 내가 분명하고, 그
옆에 내 웃음은 비교도 안될만큼 예쁘게 웃고있는 남자는...
"도지혁.."
톱스타 도지혁이다. 앞에 있는 남자가, 처음에 사진과 함께 자신을 도지혁의 매니저 김필동이라고 소개 했을때
는 내가 알고있는 그 엄청난 톱스타 도지혁 일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사진을 보고서도 믿기 힘들엇다. 비슷한
사람이겠지, 생각 했다. 그 사람을 만난적도, 스친적도 없으니까. 게다가 가장 중요한건‥, 정말이지 중요한건
말이다.
"도..지혁"
오빠, 오빠! 하는 소녀팬 명찰 일찍이도 떼어버린, 그에 대한 관심은 이미 개나 줘버린지 오래된 사람이라고.
데뷔한지 내가 알기론, 5년이 넘었지? 데뷔했을때는 그래, 우와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라고 생각했었다. 모델 뺨치는 긴 기럭지와 딱 벌어진 어깨의 완벽한 바디라인, 잘나고 반듯하게 생긴 전형적인 미남형 외모에다가 웃을때는 어찌나 예쁘게도 웃는지. 나뿐만 아니라 여성의 호르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외적인 모습에 빠져 나이 불문하고 '빠순이' 이름표 일찍이 달았으니 말다했지 뭐. 게다가 그의 첫 데뷔 작품은 드라마도 아닌 영화였고, 조연도 아닌 주연이라 사람들의 궁금증은 커지기만 했고 기대는 높기만 했다. 그리고‥,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배우 도지혁씨의 영화 '살인'이 개봉과 동시에 관객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신인배우 도지혁, 등장과 동시에 스타덤에 오르면서 차기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신인 답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최초 남우주연상, 신인상 두 부분 후보에 올라가..]
영화는 엄청난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그는 그 영화 한편으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 후에 찍게된 드라마 역시 시청률 40%의 기록을 세우며 그 해 도지혁 신드롬을 일으켰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절대적으로 완벽할수는 없는법.
도지혁이라는 스타에 팬이 되어 열심히 신문 스크랩도 하며, 간간히 내는 OST앨범도 꼬박 꼬박 사며, 그가 찍는 영화라면 개봉날 무슨수를 써서라도 달려갔지. 그렇게 딱 3년을 열심히 팬노릇을 했다. 하지만, 스타일리스트인 세나가 열심히 내가 팬질을 하고 있을때쯤 그사람의 코디를 맡게 되었고, 그 해 12월의 겨울. 내 마음속에 영원했던 스타 도지혁은 저 밑바닥까지 추락하였다.
[야..완전 어이없지 않아? 으허..진짜 저 개뼉다구 새끼 진짜 저 시발놈!!!]
'말도 안돼..그럼 진짜로 짤린거야?'
[어.....으아!!! 아니 어떻게 어? 말이돼? 못생겨져서 짜증이나?! 저거 진짜 사이코 아니야? 회사에서 맨날 뒤처리 해주니까 지 멋대로지!! 으허, 저 새끼 진짜 내가 확 다 불어 버릴까보다 진짜!!!]
아마 세나가 아니였다면 화면으로만 보여지는 그에게 홀딱 빠져서는 여태 좋다고 헤벌레 하고 있겠지? 그날‥, 6개월을 넘게 도지혁의 스케줄 때문에 바빠서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세나를 만나 그의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가 엄청난 꼴초에 음주가무를 즐기는건 물론 여자관계가 복잡하며 성격은 무대뽀 다혈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자면 무조건 관심을 갔지만 재미가 없거나, 실증이 나거나, 자기 눈에 차지 않으면 내치는게 재주란다. 세상에, 정말이지 그날의 충격은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수가 없다.
"공노라씨? 기억..안나시는 건가요? 15분째 계속 사진만 보고 계시는데.."
"아‥! 죄, 죄송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나서"
"지혁이 친구들 말로는 노라씨도 많이 취해있었다고 "
어제,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들과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좋다고 들이부은것은 기억 난다. 그렇게 싫어하는 클럽을 내 발로 들어간것 역시, 기억은 난다. 춤도 못추는데 술기운에 몸을 맡겨 흔들거린것 역시‥, 그래 다 기억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 아주 작은 기억조차 내 머릿속에는 남아있지 않은체 까맣기만 하다. 술을 잘 못해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오는게 느껴지면 입에도 데지를 않는데‥, 내가 어제는 정말 미쳤나보다. 정말. 정‥말.
"네, 필름이 끊킨걸 보니 그랬을거 같긴 한데‥, 대체 이 사진은.................. 뭘까요?"
그는..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다, 라는 표정이였다. 그래 내가 질문해놓고도 참 말같지 않는 물음이였어. 사진속 인물, 당사자인 내가 받아야할 질문인데‥, 나는 고개를 힘차게 저으며 꽉막힌 머리를 툭, 툭 쳤다. 계속해서 답답한 머리를 치며 기억해내려 노력하는 내게 굳이 기억해낼 필요없다며 가져온 서류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하더니 <계약서>라고 써있는 종이를 건낸다. 뭐지‥, 이 불길한 기운은?
"무슨 계약을.."
"연예 계약서 입니다. 기간은 1년, 그 시간 동안 지혁이와 연예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싸인만 하면‥"
"네? 무슨..말도안되는! 잠시만요!"
내 예감이 어느정도는 맞았다. 불길한게 느껴진다 했더니, 뭐? 계약연애? 말을 이어하기가 힘들어 컵에 있는 얼음 하나를 와그작 깨물어 입안에서 산산조각을 냈다. 머리가 저려오는 지끈함에 복잡한 정신이 조금은 제자리에 돌아왔다. 후- 하- 맘속으로 심호흡을 서너번 하고 앞에 놓인 사진과 계약서를 그에게 밀어냈다.
"제가 왜요? 해야할 이유가 없잖아요. 안해요 저는! 일때문에 이만 일어날게요"
그 클럽이 유명한 곳이라 연예인들도 가끔 룸을 잡고 논다고 하던데, 내가 운이 안좋게도 도지혁이 있는 룸에 들어가 놀았나봐. 차라리 동방신기던가, 왜 하필 도지혁이래? 신기한건 사실이지만 환호를 지를정도의 좋은 감정은 없어진지 오래이기에 기억도 안나는 사진 한장으로 알지도 못하는 그놈이랑 엮일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나를 부르며 계약서와 사진을 부랴부랴 챙기는 매니저였지만 나를 붙잡기엔 내 걸음은 우사인볼트 저리가라..정도까지는 오바고 무튼, 엄청나게 빨랐지. 매장과 그렇게 멀지 않은 까페였기에 10분정도 지름길로 걸으니 금새 도착했다. 그의 매니저를 만나는것 때문에 준비하고 뭐하고 하다보니 평소보다 늦게 오픈했다. 고개를 흔들며 가방에서 키를 꺼내 자물쇠를 따고 셔터를 올려 오픈을 한다. 점심때 바짝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된장.
3년전 엄마의 도움으로 홍대에 작게 차리게된 나만의 옷 창고. 처음엔 삐그덕 거리는 소리만 난무했다. 혼자서도 거뜬히 잘 할수잇을 거라는 자신감이 너무더 컸던게 문제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개인 사업이라는건 생각보다 어렵고, 장애물이 너무도 많았다. 워낙 옷매장이 많은 곳이였기에 좀더 특별해야했고, 새로워야 했다. 인테리어도 눈에 들어오게 하기위해 세번이나 보수 공사를 하고‥, 자리 잡는데만 2년이 걸린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건 요새 단골 손님이 많아져 전보다는 매상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이너스인 내 통장은 차갑기만 하다. 초반에 인테리어 때문에 대출을 받은 빛이 아직도 내 머리끄덩이를 잡고 놓아주지를 않으니 벌어들이는 수입의 반은 은행으로 넘어가 버려 실질적으로 내게 남는 돈은 한달에 50만원도 안될듯 싶다. 관리비도 두달이나 밀렸는데‥. 득구 알바비 빼면,
"큰일이네"
엄마한테 초반에 땡겼던 100만원을 생각 없이 일시불로 줘버린게 화근이다. 빌어서라도 반만 갚았으면 괸히 관리비는 안밀렸을거아냐. 주인집 아저씨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르니 한숨이 땅이 꺼질듯 세어나온다. 바닥 청소하는 오른 팔이 '툭-'하고 떨어질것 만큼 온몸에 힘이 빠진다. 아침부터 일이 꼬이더니 오늘 일진이 매우 사나운가 봐.
"이봐, 공씨"
손님이라도 북적이면 좋으련만 왜이렇게 한산하기만 한지 바닥 청소를 끝내고 카운터에 앉아 매장에 틀어 놓을 노래를 고르고 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기분나쁘게 들려온다. 이봐 공씨? 고개를 드는데 듬직해보이는 상체만 눈에 들어오는걸 보니 키가 꾀 큰 사람이군, 이라는 심심한 생각을 하며 천천히 고개를 올렸다.
"누구세요?"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선글라스로 얼굴 반은 가리고 눈앞에 서있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굉장히 기분나쁘게 느껴지면서 어떻게 내 성을 아는지 의문이 들었다. 자주 오는 손님도 아니고, 대학 동기도 아니고, 고등학교 친구들 역시 아닌데‥, 분명 내 주변 인맥중에는 이렇게 훤칠한 사람은 눈에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까. 고개를 갸웃하며 쳐다보는, 내 얼굴을 보는건지 매장을 보고있는건지 도통 선글라스때문에 알수가 없는 그를 한참 뚜러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정확히 5분정도를 말없이 쳐다보고 있을때쯤,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매장 안으로 세어 들어왔다. '맞잖아!', '대박!! 야 봐봐', '헐 쩔어. 진짜 맞아?' 등등의 말들이 유리벽을 통해 내 귀로 들어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수많은 인파가 매장앞에 몰려 들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뭐야 대체..?
"누구신데‥"
"진짜 모르겠어?"
설마, 설마...설마??! 상상할 수 없었다. 차라리 그가 선글라스를 계속 쓰고 있었음 했다. 그렇게 빌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알리가 없는 그는 답답하다는 듯한 한숨을 내뱉더니 선글라스를 벗었고 카운터에 두 팔꿈치를 올려놓고 좀 더 가까이 얼굴을 내보였다. 웅성거렸던 밖은 환호로 바뀌었고, 그의 등장으로 인해 이곳은 홍대인지 콘스트장인지 분관안되게 발칵 뒤집어졌다. 말도 안돼 정말..말도, 이건 정말 말도 안돼!!
"설마 이렇게 까지 했는데도 모르는척 하면, 드라마 너무 본거다 너"
"말도..안돼. 왜 여기에"
"나도 참 말도 안되는짓 하고있다"
자꾸만 놀란 가슴에 입이 벌어지려 하니 두 손이 바삐 움직였다. 그런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눈빛이 거슬렸지만 그래도 '헉'소리나게 잘난 실물은 내 온몸에 닭살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목소리도 라디오나 TV로 듣는 것보다 훨씬 듣기 좋았고, 키도 생각보다 엄청났다. 내가 이런 사람이랑 사진을 찍었었구나...순간 그 매니저가 부랴 부랴 챙겼던 폴라로이드가 무척이나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본능적인 무언가가 올라와 이렇게 말했다.
"싸인좀..해주시면 안되요?"
라고. 사람이 참 간사한게 말이다. 그렇게 싫다고 세나만 만나면 욕이란 욕은 다 퍼부으면서, 잘만 하는 연기를 못한다고 손가락질 하고, 계속 보니 질린다 하고, 잘난 이름 대신 재수똥이라고 부른게 엊그제면서 그 재수똥이 막상 내앞에 서있으니 좋다고 싸인을 해달라고 한다. 질러버렸으니 주어 담을 수 없지만, 내가 말해놓고도 이건 좀..아닌거같아!
"형 말로는 꿈쩍도 안할거라 하던데, 역시나 연기였어?"
연기? 연기는 아니였다고 100% 장담할 수 있다. 단지 지금 난 여성적인 본능에 의해 몸과 마음이 따라 노는 것 뿐이라고. 그리고 이름 하나로도 파장력이 엄청난 스타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도지혁인데. 그런 사람이 우리 매장에 왔다고 소문이 홍대 전체에 떠돌아 다니면 확실한 증거 하나는 남겨둬야하잖아.
"그런건 아니고, 사장으로써 비즈니스 마인드가 좀 투철하다고나 할까요?"
"뭐라는거야, 일단 시끄러우니까 한시간 정도만 문좀 닫자"
"안돼요. 그쪽 매니저 때문에 늦게 열었는데‥, 그리고 안한다고 말했어요. 연기 아니라 정말 안할꺼에요 저"
"일단 저거 문좀 닫고 얘기하자고"
살짝 보이는 셔터를 가르키며 말하는 그의 요구를 받아들이기엔 호기심 가득한 팬들의 눈들은 너무 무서웠다. '쟤가 누군데', '왜 같이 있는거야' 라는 반응들도 들려오고 있고, 친한 동생들이나 언니들의 의심에 눈빛도 날카로웠다. 매상이 껑충 오르는게 아니라 더 떨어지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한숨을 간신히 삼키고 다시 말을 이어했다.
"안돼요"
최대한 단호하고, 강력하게!
"닫어"
하지만 만만치가 않은 놈이다. 역시 재수똥은 재수 똥인것 같다.
"안된다니까요"
"닫자고 좀"
내가 안된다는데 무슨 자격으로 매장을 닫으라 말아야! 싸인이고 뭐고 내쫓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다. 계속 시간 끌어봤자 좋은 얘기 오고갈것도 아닌데‥, 그래! 이런 기회가 흔치는 않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재수똥이잖아. 세나 자존심을 묵사발 시킨 그 나쁜놈. 아무리 간사해도 우정의 피가 펄펄끓는 나라고! 자기가 톱스타면 다야? 나한테는 재수똥에 불과해.
"몰라요! 전 지금 장사 해야하니까 문 못닫아요. 그리고 지금 굉장히 영업 방해되고 있는거 알아요? 빨리 나가주시던가 아니면 오빠,오빠 애원하는 소녀들 위해 우리 매장 옷 한벌씩 쿨하게 쏘시던가"
내 말에 황당하다는듯 실소를 내뱉는다. 뭐 이런게 다있지, 라는 표정으로 뚜러져라 쳐다보는데 그 시선이 무서워 괸히 계산기를 두들기며 일하는'척'을 했다. 그래도 톱스타인데, 이런 대우 받으면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겠어. 열받아서라도 일단은 가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디까지나 그건 나의 생각이였나보다. 그는 팬들이 가득 몰려있는 문쪽으로 향하며 내게 나즈막히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내 손 놔뒀다 국 끓여먹을것도 아닌데"
라고. 그러고는 셔터를 지 멋대로 내려버린다. '오빠 얘기좀 할게'라는 가식적인 멘트를 날리면서 말이다.
저! 재, 재수 똥!!!
* * *
맨날 득구와 마주앉아 얘기하면서 밥먹었던 테이블에 무덤덤한 표정을 풀지않는 재수똥이랑 마주하고 있다니. 정말이지 기가 막히는 일이다. 대체 그 폴라로이드가 뭐라고 도지혁이라는 대단한 스타가 여기까지 찾아오는거야. 자꾸만 머릿속이 지끈거린다.
소란스러웠던 밖은 그가 부른 매니저와 경호원들 때문에 조용해졌고, 매장 안은 아까와는 달리 틀어놓은 노래만이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정말 오늘 일진한번 드럽게도 꼬인다. 손톱을 깨작되며 만지작 거리기를 반복하다 아무말 없는 그가 답답해 내가 먼져 말을 꺼냈다. 얘기좀 하자며 입 꾸욱 닫고 있는건 무슨 경우래.
"할 얘기 있으시다며요. 뭔데요"
"...."
매장 안을 두리번되며 구경만 할뿐 내 말을 듣고도 반응이 없다. 대체 뭐하자는 건지, '저기요!'하고 소리치니 어이없게 '뭐'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진짜 뭐 저런놈이 다있지?! 아까 싸인해 달라고 말한게 죽도록 후회가 됐다. 분명 날 쉽게 봤을꺼야.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걸 잘 참아내며 말을 이어했다. 흥분하지말자 공노라, 주문을 외우며.
"뭐가 뭐예요. 할얘기 있다고 셔터 맘대로 내린건 그쪽이잖아요"
"이렇게 코딱지만한데서 벌면 얼마나 벌어?"
"네?"
"수입이 좋지는 않겠네"
뭐하자는거야 이 인간..참자, 참자 해서 어느 정도는 표정 안 굳히고 있었는데 지금 뭐 취조하는것도 아니고. 참고 싶어도 참을 수 없게 하는 그의 행동에 정말이지 화가 났다. 기분 상한건 둘째치고 자존심까지 건들이는 그에게 엿이라도 날려주고 싶은 심정이였다. 날 진짜로 만만하게 보고 있다 이거지?
"그거 물어보자고 지금 이 난리를 피우신거예요?"
굳은 표정으로 묻는 내 얼굴을 빤히 보다가 주머니를 뒤적거리고는 핸드폰을 꺼내 내게 건낸다. 한국말을 못알아 듣는것도 아니고‥, 뜬금없이 이건 왜 주는건지 이해가 안됬다. '뭐 어떡하라고'를 속으로 내뱉으며 쳐다보는 내게 그가 입을 열었다.
"관리비? 뭐 그거 밀렸다며. 주인이라는 사람 계좌 메모장에 입력해. 오후중으로 입금해줄게"
"...지금 뭐하시는거예요?"
"계약금 대신 관리비 라는거 우리 쪽에서 정산 해주는걸로 하자고. 밀린거 외에 앞으로 계약 기간까지는 계속"
드라마에서 보면 꼭 등장하던 레퍼토리. 식상하게 또 저렇게 엮이는거야? 하면서도 보게되던 그런 드라마 한장면의 여자 주인공의 상황이 나한테 현실적으로 찾아올줄이야. 그것도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와 내가?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닐테고‥, 자꾸만 헛웃음이 나와 실성한 사람처럼 세어나오는 웃음을 흘리니 그가 '야'하고 부른다. '호'라고 대답해버릴까 라는 유치한 생각을 꾸욱 참으며 '뭐요'라고 대답했다.
"넌 술이 떡이되도록 취해서 기억이 안나겠지만 사진 찍어달라고 한건 너야. 니 잘못도 분명 있는거니까 하라고"
"제가 기억안난다고 그쪽이 말 지어내는 걸수도 있잖아요"
"내 친구가 그날 동영상도 찍어놨던데, 그거라도 보여줘야 믿겠어?"
"협박하는거예요??"
"그럴지도"
아무리 생각해도 재수똥은 굉장히 강한놈이다. 뭐 어떻게 빈틈을 주지 않으니 치고 들어갈 곳이 없다. 말싸움에서 왠만하면 안지는데, 공노라의 입빨 실력이 꾀나 죽었구나.
"후..대체 내가 왜 해야하는 건데요?"
"몇달전부터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기자놈이 있는데 그 기자가 우리가 있던 룸에서 같이 찍은 사진을 주었어. 친구라고 말했는데 안믿더라? 자기는 그냥 기사 내버리겠대. 아는지 모르겠는데 이번만 스캔들 다섯번 넘게 터져서 또 나게 되면 굉장하겠지.. 그래서 우리 대표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대"
"에?? 하, 말도안돼! 그런게 어딨어요. 내가 한다고 한적도 없는데!"
"그니까 왜 사진을 찍자고 했냐고"
맨 정신도 아니고 전혀 기억없는 만취의 어젯밤 사건으로 이런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하는건 내 입장에서 너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으하, 황당하고 올라오는 화에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피었다. 손 부채질을 연신 하고 있지만 쉽게 가라앉기란 어려웠다. 사진 한장이 평탄하게만 살아 왔던 내게 이런 말도안되는 사건에 휘말리게 하다니. 난 아직 어리다구, 그의 쌩쌩한 팬들과 엄청난 줌마 팬들에게 맞아 죽고 싶지는 않다구 정말. 하- 이건 정말이지 말이 안된다 정말.
"그리고 이미 밖에서 난리쳤던 쟤들이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도배되고 있을텐데,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니겠어? 그니까 얼른 니내 주인 계좌번호나 눌러 맘변하기전에"
"그럼 맘 변하세요 그냥!!"
"지금 이 일이 단순 스캔들로 끝나버리면, 난 잠깐 이미지 깍이고 잠수 타다가 좋은 작품 하나 건져서 컴백하면 땡이고 넌 평생을 도지혁 꼬신 여우로 찍혀 낙오될꺼야. 게다가 잘나가는 연예인, 유명인, 재벌집딸도 아닌 평범한 옷가게 사장과의 스캔들인데..누가 먹잇감이 될지 잘 생각해봐 "
정말 이거 진짜!!! 내 의사는 중요한게 아니였다. 예의상으로 매니저가 내게 찾아온거고, 안한다고 하니까 이 인간을 보내서 내 맘을 흔들다가 넘어 갈것처럼 보이면 솔직하게 말하려 했던 거였어. 처음부터 작정하고 여기 온거였다고. 이렇게 자기들 멋대로인게 어딨어 정말!
말없이 그를 째려보며 거칠게 나오는 숨을 쉬어대며 좋지도 않은 머리를 급히 굴려보았다. 만취, 폴라로이드, 도지혁, 계약..연관성 없는 네 단어들이 일렬로 정리되어지지 않은체 자기들끼리 꼬이고 꼬여 답을 결정할 수 없게 내 모든 정신을 흐트러놓았다. 무슨 말을 해야할거 같긴 한데 굳은 입이 움직이질 않는다. 화라도 내면서, 왜 니들 맘대로야! 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그것 역시 목까지만 차오를뿐 불안한 사람처럼 두 눈을 깜빡거리기만 하고 있다.
"아, 그리고 한달에 내는거 외에 이거 하면서 은행빛좀 생겼다며. 그거는 이미 해결했으니까 알고 있고"
"에? 그, 그 큰돈을요? 아니..내 뒷조사는 언제 다 그렇게 했대요? 빛있는건 어떻게. 생각해보니 두달 밀린건 또 어떻게.."
"연예인 키우는 기획사 힘은 너가 생각하는거 이상으로 엄청나"
지금 이 일들이 단 하루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니. 내 상황이 정말 뭐같긴 하지만 놀랍도록 신기하긴 하다. 생각해보니 내 핸드폰 번호 알아냈을 때부터 대단하다고는 생각했다. 잘나서 퀴즈 대회같은곳에 나간적도 없고, 특출나게 예쁘지도 않아 학교 유명인물도 아니였고, TV에 출연한것 역시 없는 그쪽 세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니까.
"계약서에 싸인은 저녁에 만날때 하는걸로 하고 그때 더 자세하게 얘기하자고"
"잠깐만요! 저는 아무말도 안했는데요?!"
"이미 은행빛 정리했는데? 밀렸다는거는 너가 안가르쳐줘도 알아서 정리할 수 있을거 같으니까 패스고. 그럼 끝이네"
"이봐요!! 이런게 어딨어요. 말도 안되 진짜!!"
"말이 되게 해줄테니, 열내지좀 말고 있어. 스케줄때문에 가니까 조금있다 연락한다"
자기 할말만 하고 내렸던 셔터를 올리고 가버리는 재수똥. 우와, 진짜 뭐 저런게! 다있어 정말!!!
* * *
장사는 할 수가 없었다. 그가 떠난 후 내 정신도 똑바르지 못했고, 주변 친한 언니, 동생들 외에 인사도 몇번 안놔눴던 사람들까지 쉬지 않고 찾아와 질문을 하는 통에 다섯시도 안되서 문을 닫아버렸다. 득구에게 오늘은 쉬라는 카톡을 남기고 카운터에 쓰러지듯 엎어졌다. 인터넷을 확인한건지 핸드폰은 아까부터 세나의 전화로 시끄럽게도 울리고 있고, 아- 다 귀찮다 정말, 온몸에 힘이란 힘은 다 빠진듯 기운이 없다. 그가 와서는 내 온몸에 기를 쪽,쪽 빨아먹고 갔나봐.
"으..재수똥!"
오늘의 재수는 정말 똥이였나봐. 재수똥이랑 괸히 엮여서 오늘 내 운수가, 아니 앞으로의 운수까지 온통 똥으로 뒤집어 써버렸다. 차라리 당신의 실체를 알기 3년 전 '사랑해요 오빠'했던 소녀 감성 풍부했던 그때나 좀 나타나주지. 왜하필 지금이야? 정말 복잡하다 복잡해. 아무리 생각해도 답도 없는 상황이라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는데‥, 이대로 정말 그의 팬들에게 찍혀 우리나라에서 살 수 없게 되는건 아닌지 무서움에 두 눈이 질끈 감아진다.
[다함께 손을 잡아요~ 그리고 하늘을 봐요 우리가 함께 만들 세상을 하늘에♪]
하지만 또다시 울리는 핸드폰에 무겁게 내려 앉았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간다. 이번만 11번째 울리는 핸드폰. 이 기지배의 집착에 박수를 '짝짝짝', 그래도 세나한테는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엎드렸던 몸을 일으키고 전화를 받는다. 소리 빽빽 지르고 난리 치겠지? 벌써부터 무섭다..
"세나야..안받으려 했던거 아닌거 알지? 인터넷..봤어? 많이 난리 났디?? 휴.. 그래 내가 어쩌다보니 그 재수똥이랑 엮이게 됐는데, 이게 좀 복잡해서 전화로는 설명하기가 그래. 미안. 소리치지만마, 난 너가 소리 꾁 하고 지를때가 제일 무섭더라"
[...]
"최세나..많이 화났어? 나도 억울하다고 지금.. 일단 만나자. 재수똥 생각하면 머리가 터질꺼같아"
[재수똥이라..]
"그래, 그 재.......뭐야, 너 목소리가 왜 이렇게 거칠...."
잠깐, 잠깐! 두툼해도 너무 두툼한 목소리에 급히 핸드폰을 떼어 번호를 확인하는 나. 그리고 최쎄나라는 수신자가 아닌 모르는 번호가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으악!!!'하고 소리를 질러버린다. 당황한 마음에 그대로 종료 버튼을 눌러 핸드폰을 옆에 놓인 소파에 던져버린다. 맙소사! 공노라 오늘 진짜 왜이래? 아무리 생각해도 '재수똥이라..'했던 그 목소리가 진짜 재수똥 목소리 같아 온몸이 벌벌벌 떨린다. 왜 생각도 없이 번호 확인 안하고 전화를 받은 건지. 머리카락을 잔뜩 움켜잡고 마구 마구 헝크러트린다.
[다함께 손을 잡아요~ 그리고 하늘을 봐요 우리가 함께 만들 세상을 하늘에♪]
또다시 소파쪽에서 울리는 핸드폰. 그냥 전원을 꺼버릴껄 하는 후회가 밀려오지만 계속 해서 울리는 발랄한 핸드폰 벨소리는 내 목을 서서히 조르는듯한 느낌을 줬다. 후회보다 일단 살고 보자라는 맘으로 조심스레 소파쪽으로가 핸드폰을 들고 수신자를 확인한다. 아까와 같은 번호. 당황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는거야 공노라.
"에..아, 여보세요?"
[받네? 용기가 대단해]
"아~ 도지혁씨구나! 제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태연스레 말을 이어하자 헛웃음이 들려온다.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안봐도 눈에 선하니 생각만해도 무섭다. 그는 생각한것 이상으로 내게 강한 인상을 '콱' 심어놓은듯 하다.
[재수똥이겠지. 도지혁이아니라]
큰일이야. 뭐라고 반격해야 하는거지?
"에?? 재수..뭐요? 무슨 말씀 이신지.."
[죽을래, 오리발 내밀지 마라]
"어? 난 오리가 아니라 사람발 밖에 못내미는데? 아하하하"
오 마이 갓! 이런 시덥지 않은 농담은 좀 아니잖아.
"큼, 장난이구요. 지금 저 무지하게 바쁘거든요?! 끊을게요!"
그래. 일단 생각나는 말도 없고, 후퇴하자.
[손님이 많아?]
"네! 무지요!"
[거기 옷매장은 개미새끼들이 손님으로 오나봐. 셔터도 닫혀있는데 손님이 많이 온다는걸 보면?]
헐!!!
[쇼하지말고 나와라]
이런 재수똥!!!!!!!!!!
* * *
두근두근 프롤공개 샤쌲!
빠른 전개를 원한다는 몇분의 쪽지에 의해 약간 수정이 들어가서 늦은 시간에 올리게
되었네요. 정말 오래도록 수정하고, 다시보고 쓰게된 제 애착많은 소설!
모두들 재밌고, 행복하게 봐주셨음 너무!너무너무 좋겟어요 >_<
늦은시간이니 저는 내일 출끈을 위하여! 모두들 good 밤~!
첫댓글 재미있을거같네요..ㅎ여주이름왕독특!!ㅋ
추천합니다
ㅋㅋㅋㅋ 재미있네요..담편도 기대할께욤
저도 빠른전개좋아요~~ ㅋ 업쪽 해주세요~
우와 재미있어요 ㅋㅋ다음편도 기대기대
재미있어요ㅋㅋ다음편 기대할게요ㅋ
기대할꼐욤
재밋어용!! 담편기다릴게용
담편기대할게요~
굿
재밌어요 ㅋㅋㅋ
담편기대기대요~
오오!!!!!!!!!!
다음편 정말 기대가 되네용
재밋네요
담편기대요......
ㅋ너므재밌어요^^담편기대+_+
ㅋㅋㅋㅋ뭔가 설레는 시작이네염
재밌어용!ㅎㅎ
재밋어요ㅋㅋ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