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나트륨 혹은 칼륨
김홍식
건강하던 분이 어느날 응급실로 실려왔다. 가족들에 의하면 며칠 전부터 식욕 부진, 구토증, 집중 곤란, 두통이 심해지면서 점차 안절부절못하더니 정신이 혼미해졌다는 것이었다.
뇌에 무슨 큰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긴장하며 응급실 의사와 상의하여 뇌단층 촬영을 비롯한 각종 검사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의외로 다른 모든 검사는 정상이었고 140이어야 정상인 혈중 나트륨의 수치가 105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부리나케 소금이 많이 들어있는 수액을 투여하기 시작한 후 가족들에게 환자의 평소 건강상태를 물어 보았다. 결론은 고혈압이 있고 신장이 약한 환자가 저염식을 하는 상태에서 콩팥에서 소금기가 많이 빠져 나가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나트륨이 120이상으로 회복되면서 환자는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나트륨은 체중의 0.09%(60g정도)만 있으면 되지만 몸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성분이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섭취하는 나트륨은 대부분 소금에서 온다. 예전에는 소금이 귀해서 로마시대 군인들의 급료가 소금으로 지급되었다고 한다. 봉급을 뜻하는 ‘salary’는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에 기원을 두고 있다.
소금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문제가 된다.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되면 고혈압, 뇌졸증, 위암, 골다공증, 요로결석, 콩팥 기능악화 등을 가져올 수 있다. 너무 섭취가 적어 부족할 때는 뇌세포가 부어올라 응급실에 실려왔던 환자처럼 될 수가 있다.
소금의 역할은 음식의 맛을 내고 식품을 오래 보존시키는 것이다. 사람 중에도 소금처럼 맛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인사를 상냥하게 하고, 잘 웃고,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며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상대방을 무작정 비방하지 않고, 때에 따라 적절한 조언으로 깨달음을 얻게 해주는 이도 ‘소금’같은 사람일 것이다.
소금 같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정직하고, 약속을 잘 지켜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서 사회가 썩지 않고 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금방 드러나지는 않지만 겪어 볼수록 호감이 가고 사귀고 싶은 분들이다.
우리 몸에는 나트륨 외에도 적은 양이지만 꼭 필요한 다양한 전해물질들이 있다. 칼륨이 그 중 하나이다. 칼륨은 초록색 야채와 오렌지에 풍성한데, 주로 세포 내에 존재하며 소량은 혈중에 녹아 있다. 수소 이온과 함께 몸의 산, 알칼리성을 유지해 주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혈중 칼륨 농도가 너무 낮으면 근육마비, 부정맥, 영양 부족이오며, 과다하면 부정맥으로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 그렇기에 칼륨은 매우 일정하게 혈중에서 유지되고 있다. 항상 자기 자리를 지키며 꾸준하게 본인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 같다고나 할까. 유명인사들은 아니어도 정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다. 이런 분들 덕분에 우리 사회의 심장은 뛰고 있는 것이다.
마그네슘은 우리 몸에 매우 적은 양이 있지만 세포 내에서 300 여 가지 화학반응의 촉매로 작용한다. 현미같이 정제하지 않은 곡물, 견과류, 녹색 야채에 많은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우리의 세포는 마비되고 만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정신장애, 불안, 신경과민, 우울증, 고혈압, 심근경색증, 부정맥이 나타난다. 심장을 멎게 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부정맥이 마그네슘 주사 투여 후 없어지는 것을 여러 번 임상 경험하였다.
멎으려고 하는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마그네슘 같은 사람은 어떤 분들인가? 자신의 귀한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분들, 예를 들면 장학사업을 하는 분들이 떠오른다.
요즘 미국이나 한국에서 자신의 부를 사회에 되돌리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마그네슘이 다시 충전되는 우리사회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