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백서른세 번째
동요 자전거 생각나세요?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 사람 비켜나세요, 우물쭈물 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교통안전 교육 현장을 지나치다가 우연히 들었는데,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어린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 동요가 불리고 있다는 게 마뜩치 않았습니다. 병아리 같은 아이들에게 이 동요를 부르게 하면서 신호등을 보는 법, 건널목을 건너는 요령 등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집에 와 검색해 보니 전남 고흥에서 출생해서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가했던 목일신 동요작가가 작사한 동요였습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 자전거에 대한 꿈이 있었고, 자전거를 가진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이 동요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가사를 그대로 읽으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가진 자, 힘센 자가 힘없는 사람을 윽박지르는 노래로 들립니다. 우리네 정서에서 경로敬老는 당연한 것인데 오히려 노인보고 비켜나라는 것은 불경이지요. 더구나 1930년대부터 불리던 노래이니 우리네 정서에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당시 서민들에겐 흔하지 않았던 자전거를 탄 사람은 일본 순사를 상징했던 것이고 힘없는 노인은 조선인을 상징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작가의 경력으로 보아 그럴 듯합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렇게라도 가르쳐야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노래 가사 중 ‘저 노인’이 ‘저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역시 불경스러워 그랬나 봅니다. 문제는 깊은 속뜻을 알지 못한 채 그냥 부르고 듣게 되면 역시 힘센 자가 약한 자를 협박하는 모양새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약자를 밟고 올라서서라도 강자가 되라고 가르쳤기에 무심히 불러온 노래입니다. 보행자/약자보다는 운전자/강자가 더 조심하는 사회 전반의 인성교육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첫댓글 갖은자의 힝포보다는 안전한길로 인도하는 배려하자는 뜻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