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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일차(10.8) 소식>
이른 아침에 송광사 입구의 벚꽃나무 길에 다녀왔습니다. 아침 물안개가 자욱한 벚꽃나무 길에서 평온을 느낄 뿐입니다. 자연은 원래 그러할 것입니다. 그러나 매일같이 들려오는 소식은 ‘언론인 대량 해직, 위기’ 등과 같이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암울한 단어뿐입니다. 시대를 과거로 되돌리려 노력(?)하는 세력에 국민 마음은 아프기만 합니다.
<아이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푸르게 멀리 멀리 퍼져나가서 바람(風)을 닮았다는 ‘징’이 순례길에 울립니다. 그 소리 한번 울릴 때마다 순례자들은 몸을 바로 세웁니다. 그리고 다시 걷습니다.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다시 몸은 내던지듯이 다시 땅에 귀의합니다. 그 과정 하나 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징소리 아무리 크게 울려도 때를 놓치기 일쑤입니다. 열손가락 끝을 가지런히 모은 합장 역시 쉽지 않습니다. 일전에 수경스님도 휴식시간에 계족정진(鷄足精進)을 예로 들며 합장이 쉽지 않다 이야기한적 있습니다.
이번 순례에는 쉽지도 않은 합장을 하고 또 오체투지를 합니다. 사실 오체투지 예법 본래의 뜻에 평화의 의미가 담겨 있다합니다. 신체의 다섯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작고 크고의 차이는 있지만 둥글둥글 합니다. 그 의미는 악업(惡業)을 둥그렇게 돌려 선업(善業)으로 전환시킨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사회의 악업인 반목과 대립, 그리고 갈등을 화합과 평화의 선업으로 바꾸는 행위가 오체투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그것이 합장이든 오체투지든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과정 하나 하나에 배어있는 마음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 어린 천사들이 길에 몸을 뉘였습니다. 그리고 눈을 들어 앞을 봅니다.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천상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 시간마다 동무와 장난치며 진행팀을 긴장시키면서도 하루 종일 오체투지로 길을 함께하였습니다.
김호진(고산산촌유학센터 6학년) 학생은 “내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기 위해 온몸을 땅에 던지는 것이 오체투지”라고 어른스럽게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신부님과 스님들께서 힘드실 것 같다.”며 걱정도 합니다. 장난스러운 얼굴에 어른스러움이 묻어나네요. “그래도 생명, 평화를 위해 하시는 것 같다.”고 하고 “세상에 불안한 것이 많은 것 같아요. 어른들께서 아이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오체투지를 열심히 해서 생명과 평화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작은 소망을 얘기하였습니다.
아이들 입에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그립다.’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걱정없는 세상보다, 아이들조차 경쟁의 한복판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이후로 자유시간이 없어진다는 소리가 전혀 농담 같지 않은 세상.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산 너머 불어오는 바람의 시원함과 고마움을 알지 못하는 교육을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안타깝습니다. 사람다움과 생명 평화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채 박제된 수많은 지식만 알리는 사회가 안타깝습니다. 어른들이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자연의 선물이자 우리의 미래라는 우리 아이들 마음에 박제화된 지식이 아니라 살아있는 자연이 함께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남녀노소가 함께하였습니다.>
오늘은 정말 출발장소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 대학 캠퍼스 건너편 논산 방향 **m 지점’. 설명하는 사람도 어렵고 찾아오는 사람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침 출발장소에는 어김없이 하루를 함께하기 위해 하루 순례길을 참여하신 분들이 순례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맨 먼저 ‘고산산촌유학센터(http://cafe.daum.net/Confucian)’의 꼬맹이들이 순례길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부터 함께 하였습니다. 이 꼬맹이들은 오늘 참가뿐만 아니라 절과 오체투지를 잘 하기 위해 얼마 전부터 정기적으로 연습까지 하였다 합니다.
덕분에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차량을 통제하는 진행팀원들은 순례 초반 학생들의 혈기왕성한 놀이에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합장을 하고 오체투지를 합니다. 어느 아이는 오체투지로 몸을 뉘이고, 어느 아이는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은 상태로 조용히 합장을 합니다. 어느 아이는 일어선 상태로 반배를 정성스럽게 합니다.
물론 아이들인지라 오체투지를 하면서도 장난끼가 동하는지 앞사람의 다리를 잡고 남들은 뭐하나 바라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쉬는 시간마다 아스팔트 도로가 매트인양 놀다가도, 징소리 한번 울리고 출발하면 어느새 생명평화를 찾아 다시 길을 떠나는 순례자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한순간 한순간을 집중하며 생명평화를 찾아가는 오체투지 순례에서 아이들에게 배우는 시간입니다.
오늘 아이들만 순례길을 이끈 것은 아닙니다. 오전 무렵. 아침부터 서울을 출발한 도선사 신도분들이 도착하였습니다. 길가에 도착한지라 모여 인사도 못하고 순례길을 함께 하였습니다. 버스를 이용하여 아침부터 순례단을 찾아 떠나온 피곤한 길이지만, 도착하자마자 연세 드신 어른도 합장을 하고 조용히 길에 몸을 뉘입니다. 그리고 대지와 호흡합니다.
오늘 도선사 모임을 이끌어주신 도선사 이해남 총무과장님은 “오체투지를 해보니, 성직자들께서는 낮추며 사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매우 중요한 덕목임을 가르쳐 주시는 것 같다.”고 합니다. 오늘 도선사 신도분들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오체투지로 혹은 정성껏 반배로 몸을 뉘이며 오체투지 순례를 함께 하였습니다. 이 분들 앞에서는 고산산촌유학센터의 어린이들이 장난기 어리지만 진지한 모습으로 앞장서고 있었습니다.
이 모임 뿐만이 아니라 오늘 순례단은 연로하신 분들이 합장한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순례길에 나섰고, 다시 징소리에 따라 정성껏 반배하고 걸음을 움직였습니다. 쉬는 시간 누구보다 밝은 웃음으로 주변사람들과 담소를 나눕니다. 그리고 하루 일정이 끝난 이후 오히려 젊은 진행팀에게 수고한다는 말을 하며, ‘내일 또 오마’ 하시고 떠나는 어르신들도 있습니다.
남녀노소. 여기 순례길에서 남녀노소의 차이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고 우리 사회와 국민의 평온을 위해 기도하는 그 마음이 중요할 뿐입니다. 나 자신을 바로 세우고, 그 세워진 마음으로 우리 공동체를 염려하는 순례는 오늘도 계속되었습니다.
<반응은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입니다.>
오늘 역시 오체투지 순례단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순례단이 내걸은 것이 무엇이냐고 연신 물어오는 취객도 있었고, 일손을 멈추고 담 너머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시민도 있었습니다. 건너편에서 길을 가던 트럭이 빵빵거리면서 운전자가 손을 흔들자, 이를 바라보던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이 환하게 웃으면서 화답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실 17번 국도는 차량도 빠르지만 교통량이 많아 안전을 위한 중앙 분리대가 있습니다. 지점을 잘못 찾으면 한참을 돌아와야 합니다. 한 운전자는 차량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도로의 중앙분리대까지 다가와 진행팀원을 부르며 이름도 밝히지 않고 음료수를 한 봉지 담아 건네주며 힘내라 말하고 길을 떠납니다. 또 다른 운전자는 뒤쪽 차량은 아랑곳하지 않기로 작심한 듯 아예 멈추고 순례단을 향해 힘내라 외치다 떠나기도 하더군요. 순례단을 한참 바라보다 사라졌던 차량은 물 2박스를 싣고 다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오후에는 수경스님의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모두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오른편 무릎이 붓고 고통이 와서 쉬는 시간마다 얼음 찜질 주머니와 소염진통제를 발라야만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수경스님이 오늘 하루 참가자가 이렇게 와 있는데, 수선 떨지 말고 하루 예정된 길을 가자며 재촉하고, 전종훈 신부님은 얼음주머니를 잡고 ‘100m 달리기로 오늘 예정 구간을 가자’며 재촉하고, 문규현 신부님은 바로 옆에서 굳어진 얼굴로 바라볼 따름입니다. 얼마 전 무릎 고통이 심하여 무릎 수술을 담당하였던 의료진에게 점검을 받은지 1주일도 되지 않아 다시 통증이 와서 모두 걱정이 많습니다. 힘겨운 하루였습니다.
순례단은 오늘 오후 봉동읍 관내에서 가장 번잡한 거리 100m 정도를 걸어 이동한 후 일정을 종료하였습니다. 봉동읍 치안센터 마당에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큰 나무가 있어, 순례단 모두를 넉넉히 반겼습니다. 그 큰 나무 아래서 하루 일정이 힘겹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오후 순례단에 합류한 분 중에서 유독 이강실 목사님이 눈에 뛰었습니다. 이강실 목사님은 세분의 성직자 외에 미리내 성지의 강정근 신부님과 부론성당의 안승길 신부님 등과 함께 오후 내내 오체투지로 순례를 참여하였습니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목장갑을 끼고, 무릎에는 순례단에서 임시로 변통한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힘겹게 힘겹게 오체투지로 일정을 진행하셨습니다.
현재 전북진보연대 상임대표로도 활동하고 계시는 이강실 목사님은 “저는 스님과 신부님들께서 하시는 뜻에 적극적으로 찬동하고 한번이라도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에 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걱정했던 것 보다 의외로 잘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는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겠다는 신앙적인 힘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함께 땅에 누워 보면서 이분들처럼 하심을 해야겠다는 바람을 가졌다.”고 하셨습니다.
이강실 목사님은 오체투지 순례의 의미를 “첫째, 이명박 정부의 갖은 자들을 위한 정책에 대한 또 다른 저항의 방식이며, 둘째, 한편으로는 자기성찰을 위한 수행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개인적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하시며, “문제는 우리 인간들이 한 몸임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는 분열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항상 한 몸 평화를 주장합니다. 공동운명체 속에서 더불어 살고 상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한 몸 평화이며 사람, 생명, 평화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셨습니다. 또 종교차별을 예로 들며 “이명박 대통령은 참다운 예수님의 제자가 아닙니다. 예수님은 한 몸 평화를 실현하신 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와 반대로 분열만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 목사님은 오체투지 순례가 참여자의 수와 무관하게 “혹 성직자들만 순례를 하실지라도 사람, 생명, 평화라는 화두를 놓치지 마시고 매순간 진실한 뜻을 이어나가시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오전 11시 무렵 ‘도선사 108산사 순례단’이 합류하였습니다. 함께 참여하신 이을상님은 “수행하시는 모습이 경외스럽고, 아울러 국민의 아픔을 대신해 주시니 감사하기 때문이다.”며 긍정적인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이을상님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관련하여 “우리 사회는 너무 경제적인 것에 치우쳐 있습니다. 잘 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의 간격도 크고 차별도 심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서로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희망하였습니다. 오전 일정을 오체투지로 함께하신 이을상님은 “성직자들께서는 언제 어디서든지 생명평화와 함께하신 부처님처럼 항상한 마음으로 남을 위해 살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송희철, 송재권, 윤병일(서울) / 안승길 신부(원주 부론성당) / 강정근 신부(안성 미리내 성지) / 정준식(이천) / 김형근, 최정옥, 이규현, 강상근 외 15명(평화동성당) / 조태경, 김혜정, 이영미 외 14명(고산산촌유학센터) / 이해남 외 33명(도선사) / 양성영외 11명(민노총전북본부) / 야운스님(남원 대복사) / 혜우 스님(문경 봉암사) / 이강실 목사(전북진보연대상임대표)님 등이 참여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10월 9일(목) : 봉동읍 봉동치안센터(시작) - 전주과학산업단지(종료)
● 10월 10일(금) : 전주과학산업단지(시작) - 왕궁 보석박물관 앞(종료)
● 10월 11일(토) : 전주 치명자산 성지 11시 미사 진행(오전~점심까지만 순례 진행)
● 10월 12일(일) : 휴식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김태환 선생님이 수액시트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마중물에서 햅쌀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전주 덕진성당의 정명숙님께서 음료수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서울 우이동 도선사에서 후원금 및 점심식사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화물연대의 김태원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현대자동차지부전주공장 위원회에서 후원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민주노총전북본부에서 후원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의 이미영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남원 대복사의 야운 스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문경 봉암사의 혜우 스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완주경찰서 정보관 이현섭님께서 음료수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건설노조전북 본부장 정광수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인후동 성당의 강경래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천주교 봉동성당에서 숙박장소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완주 경찰서에서 순례단의 안전을 위해 수고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