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송 저자거리를 지나
새해 들어 맞은 첫 절기는 소한으로 수요일이었다. 대한보다 춥다는 소한인데 아침 최저가 영하권이라도 올해는 혹심한 추위는 아니었다. 전날 벗과 함께 함안 근교 산행을 나섰다가 하산주를 겸한 저녁 자리를 가졌다. 귀로에 집 근처 상가에서 같은 아파트단지 사는 초등 친구와 퇴직 선배와 함께 신년을 맞은 교례회인지 교배례인지 잔을 기울였더니 날이 저물어 골목은 어둑했다.
이른 아침 전날 다녀온 산행기를 남기고 베란다를 내다보니 하늘이 흐려 햇살은 비치지 않았다. 연일 산책이나 산행을 나다녀 무리하지 않은 일정을 생각했다. 점심 식후 우체국에 택배를 부칠 일이 있어 집에서부터 산책 정도 걷는 동선으로 길을 나섰다. 반송시장을 지나니 저자거리는 상인들이 물건을 펼쳐 놓아도 오가는 손님은 적어 한산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는 가게도 있었다.
재건축된 고층 아파트단지와 인접한 우체국을 찾았더니 코로나 방역 안심콜 방문자 전화부터 걸어야 입장이 가능했다. 우체국은 금융과 우편 업무로 나뉘는데 나는 언제나 우편 업무를 보는 일이다. 발송할 택배 상자에 수취인 주소를 적어 탁송대로 보내려니 사무직원은 의자에 앉아 컴퓨터로 자료를 입력하고 곁에 보조원이 컨베이어벨트로 짐을 보냈다. 그 보조원은 우체국장이었다.
우체국에 택배를 탁송하고 원이대로를 건너 종합운동장 만남의 광장으로 나갔다. 광장에는 아무도 없어 썰렁했다. 프로농구 경기라도 있는 날이면 실내체육관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만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하긴 경기가 있어도 어쩌면 코로나 여파로 무관중으로 시합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실내체육관에서 가까운 보조경기장을 찾아 잔디밭 바깥 트랙을 따라 걸었다.
여름이면 파릇했을 보조경기장 천연잔디는 시든 채 겨울을 나고 있었다. 창원 도심에서 천연 잔디 운동장을 거닐 수 있는 곳이 두 군데다. 사림동 사격장을 찾아가면 거기도 관리가 잘 된 잔디 운동장이 있다. 예전엔 축구장을 겸했으나 근래 산책 전용으로만 쓰여 인근에 사는 가람들이 즐겨 찾았다. 집에서 다소 거리가 있지만 나는 사격장 운동장으로도 산책을 가가는 경우도 있었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잔디밭은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산책하기 좋은 곳이었다. 아침이나 저녁에 나가기도 하지만 한낮에 걸어도 좋았다. 내 말고도 중년의 사내와 아낙이 몇 보였다. 보조경기장 잔디밭 바깥 트랙을 따라 몇 바퀴 걷고는 국궁 궁도장에서 창원과학체험관을 지나 충혼탑 사거리로 향했다. 노변에는 높게 자란 메타스퀘어 가로수가 나목이 되어 겨울 운치를 더해주었다.
창원수목원으로 건너가 보려다가 교육단지 앞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극동방송국과 인접한 여학교는 내가 거제로 옮겨가기 전 근무했던 여학교였다. 엊그제 졸업식을 마치고 시설 개보수 공사에 들면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한다는 현수막이 교문에 걸려 있었다. 요즘 학교에서는 교실 천정의 석고보드가 석면이 검출되는 유해 물질이라고 방학을 틈타 교체 공사를 하는 데가 많았다.
야구장을 지나니 국화공원 화초는 모두 시든 채 겨울을 나고 있었다. 창원대로와 인접한 공원은 수목이 우거져 빼곡할 정도였다. 축구장에는 운동을 마친 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테니스코트에는 게임에 열중인 사람들이 있었다. 교육단지의 각 급 학교 가운데 한 중학교는 아직 방학에 들지 않았는지 운동장에는 공을 차며 노는 이이들이 보였다. 도서관과 전문계 고등학교는 조용했다.
폴리텍대학 구내를 지난 대상공원 들머리는 울창하던 소나무 숲이 많이 잘려나갔다. 창원이 계획도시로 출범하면서 도심에 살려둔 대상공원 숲의 면적은 꽤 되는 편이다. 근래 연고가 있는 여러 기 무덤을 이장시키고 대규모 민간공원으로 개발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원이대로를 건너 집 앞 농협 마트에 들려 동태를 비롯한 몇 가지 생필품 시장을 봐 양손에 들었더니 묵직했다. 21.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