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금품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업가 박우식씨가 작년 6월 민주당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에게 돈을 건넸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당시 대화 녹취록에서 박씨는 “송영길이는 당대표를 만들려고… 자기가 이번에 역할을 해야 된다고 해서, 우리 애들이 직접 갖다 준 거예요”라고 밝혔다.
이 녹취록은 총 118분 분량으로 이정근 전 부총장이 그동안 어떤 식으로 자신에게 돈을 요구했는지 등을 박씨가 민주당 인사들에게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대화가 이뤄진 상황에 대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씨는 이 전 부총장 요구로 어쩔 수 없이 돈을 건넸다는 등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이 전 부총장 지역구인 서초갑 시·구의원 등 당 사람들을 만나 이정근의 민낯을 알리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녹취록은 그 과정에서 기록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거 하나 주면 민주당 초상 치를 것”
박씨는 지난 2019~2022년 각종 사업·인사 관련 청탁 명목으로 이 전 부총장에게 약 10억원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을 지난해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데 이어 10월 19일 알선수재·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 4월 12일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고 9억8000만원 추징을 명령받았다. 박씨는 이 전 부총장 재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해 그의 혐의를 증명하기도 했다. 현재 박씨는 뇌물공여·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녹취록에 담긴 대화의 대부분은 박씨가 주도하고 있으며, 함께 있던 민주당 인사들이 중간중간 일부 내용에 대해 질의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녹취록에서 박씨는 이 전 부총장의 부정 청탁·알선 의혹에 연루된 민주당 인사들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내가) 변호사들 다 선임해버렸어요. 변호사비 3억 들었어요. 그러니까 이정근이 거기에 노영민, 송영길, 류영진 식약처장(에게 청탁한 것), 이거 하나 (변호사에게) 주면 더불어민주당은 아마 초상 치를 겁니다. 일단은 죄가 있든 없든 소환은 하게 돼 있어요.”
여기서 언급되고 있는 류영진 전 식약처장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식약처장으로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검찰은 류 전 처장이 코로나 사태 당시 이 전 부총장의 청탁을 받고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와 식약처 공무원 만남을 주선한 과정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이 전 부총장의 한국복합물류 상임고문 취업 과정에 관여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박씨의 언급은 이 전 부총장이 이들에게 청탁한 내용을 자신의 변호사와 공유하면 당 전체가 뒤흔들릴 거란 의미로 보인다.
녹취록에서 박씨는 노 전 비서실장과 송 전 대표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민주당 인사(이하 민) “노영민한테는 또 뭘 부탁하겠다는 겁니까?”
사업가 박우식(이하 박) “거기에 보면 대우건설 사장을 자기가(편집자주: 전 부총장을 의미) 노영민한테 2억 주고 부탁하기로 합의봤다,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편집자주: 자리를 청탁한 사람으로 추정) 돈 2억을 줄 테니까 안 되면 돌려달라고 해서 ‘오빠 기분 나빠서 내가 때려쳐야 되겠어’ ‘혹시 오빠 아는 사람 없어’ 하니까, 그런 내용이 다 있어요.”
민 “이제 노영민한테는 대우조선 사장 건으로 이제 또 돈을….”
박 “대우조선이 아니라 대우건설.”
민 “건설이요. 대우건설을. 그리고 송영길이 아까 이름이 나오던데 송영길이 또 뭘로…”
박 “송영길이는 당대표를 만들려고, 그때 다리를 다쳤을 때예요.… 근데 뭐 자기가 이번에 역할을 해야 된다고 해서, 우리 애들이 직접 갖다 준 거예요. (이에 이 전 부총장이) ‘응 오빠 빌려주면은 꼭 내가….’”
민 “돈을 줬어요? 또 얼마 줬어요?”
박 “제가 미안하지만 메모는, 왜냐하면 난 차용이니까. 나는 정치자금을 준 적은 없으니까. 전부 차용이니까. 메모는 내가 다 해놨습니다. 그 천, 천을 넣어도 나온 금액이 있을 거 아니에요. 딱딱 맞게끔 내가 다 회계 처리를 해놨기 때문에, 그리고 걔가 시인하는 말이 중간중간 많이 있어요.”
박씨는 대화에서 송 전 대표 또한 이 전 부총장 행실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을 거라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다.
민 “아니 그러면 우리가 이제 아까 당 얘기를 좀 하셔서, 당에서도 선생님 이 문제를 좀 다 알고 있나요?”
박 “알고는, 송영길 비서실장 번호가 누구예요?”
민 “최○○이 이야기하는 거예요?”
박 “네네 전화해가지고.”
민 “○○이 정도는 사실 그렇게 큰 그거는(직함은) 아닌데 비서실에 있어요.”
박 “아니 송영길한테 얘기하고, 나는 사실 송영길하고는 친하지는 않아요. 사실 그 위에 형하고 내가 친해요. 부장판사하던 영천이, 영천이 형하고 내가 원래 내가 그 양반하고 내가 친하다고. (그래서 비서실 측에 내가) ‘이정근이 때문에 깊이 보지 마라, 그러면 서초에서 니네가 알아서 골라내야지. 니네 식구 떠난다는 생각 안 하니 걔 한 명 때문에’(라고 말했죠) 그걸 이정근이한테 뭐라고 (전달)했는지 이정근이가 쪼르르 우리 직원한테 와가지고, 명예훼손을 한 거라고.”
“사실 송영길 친형과 친하다”
이 밖에도 박씨는 이 전 부총장의 사생활이나 도덕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민주당 인사들은 중간중간 자신들의 의견을 보탰다. 한 민주당 인사는 “듣고 보면은 우리가 생각했던 그 얘기죠. 이정근이라는 당사자에 대해 틀린 게 하나도 없는데 이제 이거(이정근 불법 정치자금 위반 혐의)는 급이 좀 크네”라며 “이제 뭐 (우리가 경험한 것들은) 조그마한 것이지만 개개인으로서는 굉장히 다 큰 상처지. 공천 문제서부터”라고 말을 흐렸다.
또 다른 민주당 인사는 “(이 전 부총장에게) 수모를 겪고 눈물을 안 흘린 사람이 없습니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분들(지역 선거운동원)을 안 울린 적이 없어요. 아침에 회의를 소집하면 누구 하나 타깃을 정해서 막 말을 만들어서 해요. 그러고 나서 이분들을 막 못살게 굴고. 평소에는 자기 애들 시켜서 이 사람들 뒤에서 내부 총질하고 공격하게 한 다음, 또 선거 때는 ‘이번에 선거를 총괄해야 된다’며 비용이라든가 모든 운영은 우리가 다 떠맡았죠.”
자리에 있던 또 다른 인사는 “전형적인 게 정보는 쥐고 있고 안 흘려요. 중앙당이나 당에서 내려온 내용을 저는 일을 다 해봤기 때문에 (알아서), 그걸 공개하고 그 방향으로 선거 전략을 짜야 된다 (말해도) 전혀 공유를 안 해요”라고도 말했다. 지역에선 모든 정보를 자신이 쥐고 군림했다는 이야기다.
현재 이 전 부총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황이다. 송 전 대표는 지난 4월 22일 기자회견에서 돈봉투 의혹 인지 여부에 대해 “후보가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가 어려웠던 사정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