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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고 용병을 보냈던 유럽 나라들 가운데 참전할 나라는 없어 보입니다. 참전은 러시아와 직접 전쟁하는 것인데 우크라이나를 위해 핵보유국인 러시아를 공격할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러시아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사르마트 단 1발로 드넓은 프랑스 전체를 핵공격해 초토화할 수 있습니다. 이걸 각오하고 참전한다면 그 나라는 멸망을 각오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제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비핵보유국이 참전해도 핵공격을 할 수 있다고 러시아가 밝혔기 때문에 어떤 나라도 참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군 군사력을 급격히 키울 방법이 있을까요? 1천 일이 넘는 전쟁을 거치며 지금 우크라이나는 무기도, 군인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무기는 서방의 지원이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을 지경이며, 군인도 부족해 매일 전선에 내보낼 사람을 납치하다시피 징집하느라 여기저기서 징집관과 시민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쿠르스크에 진입한 부대도 그나마 남은 정예부대와 함께 서방에서 긁어모은 용병들입니다. 이들이 전멸하면 우크라이나군은 끝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면 우크라이나에 파병해 줄 나라는 없을까요? 유럽 나라들은 모두 곤란하다고 합니다. 무기를 대주는 것도 조심스러운데 파병은 사실상 참전이고 이는 러시아의 보복 공격을 부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 뒤 우크라이나 파병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즉각 파병 불가론을 제기했습니다. 숄츠 총리는 “유럽 국가 또는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상군, 군인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처음부터 합의됐고 이는 미래에도 적용된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다른 유럽 나라들도 마크롱 대통령을 비난했습니다.
유럽연합 국가가 파병하려면 유럽연합 차원의 합의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즉 한 나라라도 파병하면 유럽연합의 연대 책임이 됩니다. 따라서 러시아의 보복 공격을 두려워하는 많은 나라가 파병을 반대할 것이므로 사실상 유럽 국가의 파병은 불가능합니다.
숄츠 총리는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년 만에 전화 통화를 하며 중재를 시도했습니다.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전쟁을 더 지원할 수 없는 유럽의 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유럽이 기대하고 바라본 나라가 한국입니다. 이제는 거의 유일하게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수 있고 또 대통령이 파병할 의지가 있는 나라는 한국뿐인 듯합니다. 그래서 조잡한 ‘증거’들을 동원해 ‘북한군 파병설’을 내돌리며 파병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그런데 국내 여론은 윤석열 정권의 바람대로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파병 반대 여론이 김건희 특검 찬성 여론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지금은 옛날 ‘금강산댐’ 논란처럼 엉터리 뉴스로 도배를 해도 국민이 속아서 정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던 시대가 아닙니다. 아마 윤석열 정권은 이런 여론 동향에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그러자 보름쯤 전부터 ‘북한군 파병설’에 관해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정보 당국자가 “우크라이나 정부 차원에서 가짜뉴스를 만드니 (북한군 뉴스는) 공식 발표 전에는 믿지 말라”라고 언론에 요구할 정도였습니다. 이즈음부터 언론도 ‘북한군 파병설’ 관련 가짜뉴스가 많다는 보도를 하였고 그 후 ‘북한군 파병설’ 관련 기사가 크게 줄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언론이 ‘북한군 파병설’ 관련 뉴스로 도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정부의 분위기 변화에는 파병 반대 여론 말고 다른 요인도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프레시안 유튜브 채널 ‘강상구 시사콕’에 출연해 윤석열 정권이 이미 우크라이나에 5명의 군인을 참관단 명목으로 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정확한 명칭이 ‘대표단’이라며 5명의 군인이 우크라이나에 간 것을 시인하면서 “현재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이 우크라이나에 간 지 보름이 넘었으니 전장 분위기를 정부에 여러 차례 보고했을 것입니다. 보고 내용은 뻔합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비관적 분위기 속에서 연일 패배해 후퇴하고 있고 새로 징집된 신병들은 전선에 투입되어 일주일 만에 시신으로 돌아오니 우리는 절대 파병하면 안 된다고 했을 것입니다.
러시아 쿠르스크지역에 들어간 우크라이나 정예부대와 서방의 특수부대 출신 용병들도 러시아의 공격에 녹아내리는 상황에서 국군이 들어가도 러시아군에 박살이 날 뿐입니다. 며칠 전 러시아는 오레시니크라는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우크라이나 무기 공장 단지를 공격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미사일 시험이 성공했다면서 개발자들을 축하해주었습니다.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신무기 시험장 정도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 우리 장병들을 들이민다? 국가가 나서서 국민을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 하층 장교들은 군 상층의 실세이자 윤석열 정권에 충성하는 충암파에게 반감을 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잘못된 보고로 동료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개죽음당하는 걸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의 원래 구상은 우크라이나에 국군을 파병해 사상자가 나오면 ‘북한군’이 죽였다고 언론에 도배해 김건희 논란을 덮고 탄핵 분위기를 뒤집으며 계엄까지 시도하는 것이었겠지요. 그런데 여론이 좋지 않고 현지 전황도 예상외로 불리하니 다시 고심에 빠졌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병한 군인이 죽으면 반북 여론이 폭발하는 게 아니라 반윤석열 여론이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보름 사이에 북한과 러시아가 각각 북러조약을 비준해 발효 단계에 왔습니다. 만약 국군이 러시아를 공격하면 조약에 따라 북한이 우리를 공격할 조건이 충족됩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굳이 우크라이나까지 가서 국군을 공격하지 않고 바로 코앞에 있는 한국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아마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파병만 하면 영웅이 된다’, ‘한국은 미국이 지켜주겠다’며 파병을 촉구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윤석열이 생각이 바뀌어 파병을 머뭇거립니다.
그나마 가능성 있던 한국도 파병이 어려우니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도 확전을 추진한다면 그건 이성을 상실하고 불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이나 다름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