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0년 6월 12일 월요일
..시간은? ......저녁 6시 30분 ~ 8시
..곳은? ........여의도 SBS앞 장궤집 외백 특실
..왜? ..........나 (실버라인)의 생일잔치겸, 친목도모 겸사겸사
..모인사람들? 나. 최화정. 봄여름가을겨울. 이승환. 수퍼모델 이소라
정태익 PD ( 방송타기. 놀기. 무지 좋아하는 준연예인급 PD)
....................
그날은 새천년 들어 처음 맞는 나의 탄신일 바로 전날, 6월 12일이었다.
봄여름가을겨울과는 오래전에 같이, 디제이와 작가로 일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우린 서로의 탄신일쯤은 비스끄므레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 얼마나 끈끈한 우정인가!
종진은 하얀 첫눈이 내릴때쯤 태어난 겨울아이고,
태관은 그 역사적인 5.16이 바로 탄신일이니,
어찌 그날을 잊을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왕년의 댄싱퀸 김완선도 5월 16일이 생일날이어서
예전에 태관과 완선을, 운명적 인연이라는둥 무지 놀려먹었던 기억도 난다.
생각해보니 그때가 그립도다! 그게 아마 한 8-9년전쯤일걸?
워매 그러구보니, 나도 이젠 할머니가 다 됐군. 오호호호. 호호할매!
하여간에 그리하여 그날도, 내 생일을 기억한 동지들이
한턱내라 어쩌라 등 떠밀어서, 나는 일주일 전에 사방팔방으로
장소 알아보며 수선을 피웠었다. 격조(?)있는 나로서는 우아한
불란서 식당에서 달팽이 국물이라도, 홀짝거리려고 했었지만,
식욕이 단순왕성한 남정네들이, 장궤집을 우기는 바람에,
결국은, SBS 바로 앞에 있는 외백 특실을 잡아뒀었다.
특실이래 봐야, 방만 넓었지만 엉성하고 어설프다.
나는 그날 미리미리 핸드폰 문자 날리며, 출석체크에 여념이 없었다.
내가 보낸 생일초대 문자메세지 전문 최초 공개!
" 실버라인 탄신축하잔치에 초대함니! 외백에서 6시반-
마음은 가볍게 두손은 묵직하게 "
이 초대 문자 메세지를 보낸 건, 위에 모인사람들 외에
유희열군이 한명 더 포함돼있다. 하지만, 희열군은 그날
잠에서 못깨어났다는 이유로 불참- 아직도 나의 수첩 상단,
블랙 리스트 명단에서 지워지지 못하고 있다. 음하하하하.
나의 문자메세지를 받고 부담을 느낀 남녀제군들은
다들 한마디씩 물었었다.
정PD : (머리카락 쥐어뜯으며) 아, 선물 뭐 사가냐? 차라리 말을 해줘라.
나 : (정색하며) 아우 선물은 뭐..... 그냥 마음만 가볍게 오라니깐.
화정 : 어이구 사오라는 소리보다 더 무섭네? 빨리 말해 뭐 사줘?
나 : 내가 좋아하는거 말하면 후회할텐데 .... 못사줄테니깐!
정PD : 그래 차라리 안듣는게 낫겠다. 난 그냥 알아서 살께
화정 : 아냐아냐 난 들어볼래 말해봐 뭐?
나 : 나? 빽 사줘. 나 빽 좋아하잖아.
화정 : 인간이 그렇게 살면 안되지잉- 사달랠걸 사달래라.
이래놓고 화정양은 그날 진짜 빽을 사들고 왔었다.
솔직히 그날 중국집 특실 잡아놓고, 본전이상 뽑았었다.
승환군도 전화해서 "강아지 좋아해요? " 물었었다.
하지만 개라면 강아지도 무서워서 벌벌 떠는 나로서는
"괜찮다니깐 그냥 가볍게 오라니깐" 했었다.
그랬더니 승환군은 강아지 대신 고급 헤어용품을 사왔다.
그걸 본 나의 떨떠름한 반응 (표정관리 절대 안된다)
나 : (아수워하며) 어우 야아, 강아지가 얼만데 이걸루 사왔냐?
승환 : 강아지는 한 사 오십만원 하죠.
나 : 엄머머, 진짜야? 어우, 그럼 그걸로 빽을 사주지잉-
승환 : 빽은 그것보다 훨씬 더 비싸죠. 어떻게 빽을 사달래냐아?
나 : 어우, 그럼 그냥 돈으루 주지..... 사오십만원이면? 어후어후-
아참 그리고 그날, 봄여름가을겨울은 나에게 백송이 장미를 선물로 줬다
그동안 사궜던 남자들한테도, 아직 백송이는 못받아봤었는데......
이래서 나는 종진 태관을 아직도 좋아하나부다. 으, 속물근성!
잔뜩 뇌물을 받은 나는 " 자자 눈치보지말구 양껏 시키세요.
오늘 무제한으로 쏩니다. 수표 보이죠 여기?" 이러면서 잘난척 해줬고,
이렇게 탄신잔치가 무르익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남녀 스타일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때 우연히 나온 지젹인 가수, 윤상에 대한 언급.
화정 : 근데 윤상씨는 어떤 사람이야? 내가 보기엔 여자한테 무지 약할거같애
승환 : 그래두 걔가 의외로 자기고집은 있어요.
화정 : 에이, 아닐걸! 여자한테 일단 무릎꿇을 자세가 돼있어 보이던걸 뭘.
우리 여자들이 말하는 머슴꽈 있잖아. 윤상씨는 여자가 해달란대로
다 해주는 충직한 머슴꽈일거 같애. 내가 보는 눈은 있지. 머슴꽈야!
(순간 두눈이 휘둥그래진 김종진 )
종진 : (특유의 느린말- 농담투) 윤상한테 이른다. 머슴이 뭐예요 화정씨.
화정 : (당황하며) 아아니 나는 나쁜뜻이 아니라, 이 한몸 다 바쳐
여자한테 충성하는 남자- 그런 머슴꽈라는 얘기죠. 좋은 뜻이야.
태관 : (약올리며) 그래두 머슴은 너무했다. 상이 한테 일러 일러!
(하지만, 윤상에게 전화걸줄은 꿈에두 몰랐던 화정 -신나게 수다)
화정 : 윤상씨는 무지 지적이구 무게잡는거 같지만, 머슴꽈가 틀림없어.
종진 : 와 그 여자, 진짜 디게 머슴 머슴 하네 전화한다...정말
( 종진 핸드폰 꺼내며, 바로 틱틱 찍더니)
종진-여보세요? 상이니? 나다 종진이형. 저기말야 너 최화정씨 알지?
이 여자가 너보구 머슴이랜다. 그래애 머슴! 진짜 머슴이래 우하하
(졸지에 당한 화정- 퍼렇게 질려서 정신 못차리며)
화정 : 어머어머 미쳤나봐. 종진씨 왜 그래요 거짓말이죠?
지금 장난으로, 전화한거처럼 쇼 하는거죠?
태관 : 아닌거 같은데? 종진이 쟤 전화 한다면 해요.
화정 : (울상) 어머머 난 몰라. 나, 윤상씨 잘 알지두 못한단 말예요
종진 : (계속 전화하며) 상이야. 지금 화정씨가 옆에서 딱- 잡아떼는데
방금전에 진짜 그랬어. 널더러 머슴꽈래. 열받지 않냐? 받지받지?
(여기서 잠시 김종진의 인간성이 의심되며..... 황당 당황 민망 무안)
그러자,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승환군의 엉뚱 따끔한 한마디)
승환 : 큰일났다. 상이 쟤...... 맘이 진짜 약해서요, 상처 무지 받거든요
자기더러 머슴꽈라고 한거 알았으니, 이제 화정누나 어떡하나?
화정 : (볼멘소리-울먹) 아니 내가 뭘 어쨌다구 그래?
머머슴은 좋은뜻의 머슴이라니깐..... 진짜 너무들 하네엥-
종진 : (핸드폰 막으며) 상이 얘 진짜 충격먹었나봐. 계속 너무해요. 하네?
바꿔달래요 화정씨, 안받으면 일 날거같다- 받아봐요, 빨리!
(안받는다고 두손 휘젓다가 얼떨결에 핸드폰 떠안은 화정)
화정 : (바이브레이션) 여여보세요오 윤상씨? 안녕하세요오- 예?
아니예요 윤상씨, 그게 아니구요. 제가 머슴이라고 한건요.....
윤상 : (시무룩) 됐어요. 저 지금 무지 상처 받았어요. 너무해요.
화정 : (울기직전) 아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머슴이라고 한건요....
윤상 : (침울) 됐어요. 저 이미 상처받았어요. 그래요! 저 머슴이에요.
(할말을 잃고, 전화를 끊은 화정은 망연자실, 분위기는 싸-해지고)
나 : 아, 뭐야 남자들이 진짜 치사하네. 아니 우리끼리 한말을 고자질하냐?
종진 : (머리 나쁜척) 아니, 머슴꽈라고 해서, 머슴꽈라고 진실을 알려준건데뭘
나 : 마이 벌쓰데이에 이게 뭐야. 분위기 다 깨게........몰라몰라!
승환 : (계속 심각하게) 윤상 걔, 상처 진짜 잘받는데... 디게 오래갈텐데...
화정 : (속상) 어우 종진씨 정말 나뻐, 뭐야아-
태관 : 그러게 왜 멀쩡한 남자한테 머슴이라구 해요?
나 : 아니, 여자들은 머슴꽈 남자, 좋아하거든요. 오로지 충성!
이런 남자 인기짱인데 왜그래요? 칭찬이에요 그거?
종진 : 그럼 화정씨도 자기랑 친한 사람을 놀리면 좋아요? 누가 있지?
그래그래 지호씨, 지호씨한테 다리굵다, 그러면 듣기좋아요?
화정 : 어머머? 지호 다리가 뭐가 굵어요? 다른 애들이 비정상적으로
마른거지? 실제루 보면 지호 다리, 딱 보기 좋아요. 왜 그래요?
태관 : (택두 없다는 듯) 에유 무슨.......다리는 굵던데 뭐얼-
화정 : 어머머 나두 지호한테 전화해요? 이른다 나두.
(순간, 화정은 보복차원에서, 바로 핸드폰 때려줬다)
화정 : (씩씩대며) 지호니? 언니야- 지금 종진씨가 니 다리 굵댄다?
실은 내가 윤상씨한테 칭찬으로 머슴꽈라고 했는데 어쩌구저쩌구....
(그리고 화정은 바로 종진에게 핸드폰을 넘겨줬다)
종진 : (기겁하며) 이이게 뭐예요?
화정 : (목소리 깔며) 받아봐요. 지호예요. 바꿔 달래요.
종진 : 너무하네- 어라,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 (그래도 좋아서) 여부세요오
지호 : 종진오빠 그렇게 안봤는데......그래요 내다리 기둥이에요. 골프배우고 있어요
종진 : 그그게 아니라, 난 다리 굵다곤 안했는데... .그냥 튼튼해보인다구,
지호 : 됐어요. 괜히 없는 사람 씹지마세요. 실망했어요. 종진오빠아-
태관 : 와, 피튀기네? 입 한번 잘못 놀렸다가 바로 사고나네 이거?
승환 : (계속 걱정 쭈욱-) 어우, 상이는 상처 많이 받았을텐데,
걔, 한번 삐지면 디게 오래가는데.... 어떡하냐아
나 : (억울) 진짜 너무하다, 나으 탄신잔치를 이딴식으로 망가뜨리나들?
그날 결국 윤상의 머슴사건은, 지호의 다리사건으로까지 확대되었고,
정말 삐진 윤상을 달래느라, 우린 최화정의 파워타임 코너에 고정게스트로
윤상을 어렵사리 모셔(?)왔다. 처음엔 그날의 상처들 때문에 어쩐지,
서먹서먹 했었지만, 그날 그 머슴사건으로 우리와 윤상과의 거리는
1.5미터 반경으로 좁혀졌다. 이제 윤상은, 화정을 마님이라며 부르고,
화정은 머슴- 윤상 왔느냐아? 농담도 한다.
사람 없는데서 이러쿵 저러쿵 뒷담화 하는건, 좀 찔리는 일이긴하나,
때론 이런 웃지못할 비화들 때문에, 비로소 위장평화를 깨고,
진짜 허물없는 친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그날 핸드폰 때리며,
불꽃튀게 오갔던 신경전은, 이제 만만하고 편안한 우정으로 변해가고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여린 감성의 싸나이 윤상은, 어쩌면 아직도,
그날의 그 머슴사건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왜? 가끔 그의 방송, 무슨살롱인가를 들어보면 자학하듯 이러니깐-
(포기한듯 약간 코맹맹이로) "그래요. 제가 워낙 머슴체질이라서 그래요"
하지만 그런 말을 걸르지않고 그냥 툭- 해버리는 윤상은 신선하다. 구엽다.
그가 '나는 머슴꽈' 라고 한숨쉬면 쉴수록, 그는 더욱 지젹-으로 보인다.
누가 감히 그의 안경너머 빛나는 지의 아름다움을 대신할 수 있단말인가!
우리의 귀여운 머슴, 아니 사슴! 마님꽈 여자들의 희망봉 윤상,
그대에게 머슴사건은, 또하나의 플러스쎅쉬미가 되어주리니이-
*아수워서 한두서너대여섯마디 더!
솔직히 '상'을 싫어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구 해부아-
그 흔한 개근상부터 모범상 스마일상 저축상 신인상 장려상 금상 대상,
그리고, 위대한 밥상에 이르기까지 상은 넘넘 좋다, 사랑스러워 죽겠다.
하물며, 지젹-인 귀염돌이 머슴- 우리의 윤상은 어떠하겠는가!
요즘 팍- 뜬 노래 윤상의 '바람에게'를 들으면 윤상은 대상이다-진짜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