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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관심은 칠현산(해발 고도 516.2m)이나 칠장산(492m)보다 요사채(사찰 내에서 전각이나 산문 외에 승려의 생활과 관련된 건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에 쏠릴 수 밖에 없었다. 문제적 인물 자승이 2023년 11월 29일 경기도 안성 칠장산 자락의 이곳에 불을 질러 입적했기 때문이다.
불법을 닦는 스님, 그것도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명망 있는 불교 지도자가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사업을 따내려 하다가 수가 틀리자 절간에 불을 질러 자결했다는 어처구니 없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속세와 연을 끊지 못하고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누누이 보여왔던 그였다. 조계종이 '소신 공양'이라고 어이없는 의미를 부여한 것도 불교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곱지 않게 만들었다.
의혹에 기름을 부은 것이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 김건희, 국가정보원의 행태였다. 평소 인연이 보통 아니었던 부부는 자승이 자신들의 잘못을 혹시 유서에라도 남겨 고변했을까 싶어 국가정보원 요원 80명인가를 이 절에 급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공 용의점을 수사한다는 미명을 붙여서였다.
이곳을 3월 정기산행으로 택한 속내도 자승의 아름답지 않은 자취를 쫓아 보고 싶은 심산이었다. 여러 산행기를 봐도 굉장히 편안하고 아늑한 산이라고 칠장산~칠현산 구간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21일 찾았을 때 절집 식구들에게 물어보는 일이 참 거시기했다. 등산로가 궁금해 신도로 보이는 이를 붙잡고 물었다. "이쪽으로 오르면 칠장산 정상 갈 수 있습니까?" "네 맞아요...." 그 신도는 한참을 망설이는 듯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2초쯤 머뭇거렸던 것이다. 그 주저함에 답이 숨어 있었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강변역을 출발한 나의 노마는 오전 9시 반쯤 절 주차장에 다다랐다. 대학 다닐 때부터 불교도였다는 하늘길은 법당에 예를 표하겠다고 먼저 올라갔다. 지리산과 난 화장실에 다녀온 뒤 '요사채가 어디지?' 하고 돌아다녔다. 이상하게도 대웅전 맞은 편에 신축 건물이 눈에 띈다. 뭣도 모르는 난, 여긴가 보다 했다. 그런데 요사채가 대웅전을 마주하고 있다니, 이상하긴 했다. 범종각 안내판이 엉뚱한 곳에 세워져 있는 것도 이상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없다. 절집 식구들은 중창불사는 아예 염두에 없는 것 같았다. 사천왕문 지날 때도 느꼈는데 모든 것이 고색창연했다. 이상하리만큼. 사천왕문 주위를 마치 해자처럼 파놓고 섬돌을 놓은 것도 특이했다. 섬돌에 발을 딛으며 예사롭지 않은 높이에 놀랐다. 절집 들어설 때 조심조심하라는 경고로 들렸다. 범종각은 대각선 맞은 편에 있는데 그 안내판은 대웅전 오른쪽에 세워져 있는 것도 이상했다. 궁금해 주위를 돌아봐도 사람이 없다.
10시가 조금 안돼 가락시장역 근처를 출발한 산바람과 감바, 아톰 형들이 올라와 요사채를 궁금해 한다. 저 새로 지은 건물 같아요. 잘 모르겠지만, 그래 희한하다. 그렇게 빨리 지을 수 있나 등등
그런데 결론부터 얘기하면 박문수 합격다리 건너편이었다. 등산로 오르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오른편의 너른 터였다.앞의 신도가 잠깐 멈칫한 것은 자승이 입적한 요사채 있던 자리 지나야 해요,가 아니었을까?
아무튼 우리는 위 사진 위 왼쪽으로 확연히 드러난 샛길을 통해 등산로 들머리를 찾았다. 칠장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바라보면 올망졸망한 해발 고도 450~500m대 산들이 빙 둘러 서 있다.
들머리에서 칠장산-칠현산 갈림길까지 1km라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조릿대가 엄청 무성한 편이다. 지리산은 금계포란 형이라고 얘기한다. 정말로 계란을 빙 둘러서 오르는 모양이다. 그렇게 가파르게 올랐다는 사실을 깨달을 새도 없이 어느새 산의 7부 능선에 올랐다.
갈림길에서 칠장산 정상까지는 800m. 길은 편안하고 안온하다. 능선에서는 왼편으로 안성 베네스트 골프장이, 오른편으로 안성 CC 그린이 좍 펼쳐져 있다. 금잔디는 아직 제 색깔이 오르지 않았다. 그린만 양잔디라 제법 푸르다. 사실 백두대간을 걸으면 이렇게 사람의 손길을 탄 곳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배추밭이나 사과밭, 공동묘지, 골프장, 풍력발전기 등이다. 그런데 이곳 능선은 골프장을 조망하는 맛이 제법이다.
칠장산에서 잠깐 쉰 다음 다시 길을 돌아와 칠현산으로 향한다. 찾아 보니 칠현산이 본산이고, 칠장은 봉우리 정도였는데 한남금북정맥 때문에 칠장산이란 이름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칠장산 정상 아래는 한남정맥으로 이어진다. 갈림길에 이르기 전 3정맥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에서 잠깐 한남금북정맥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은 백두대간(白頭大幹)과 한남정맥 및 금북정맥을 이어주는 중간 산줄기이다. 백두대간 속리산에서 시작하여 서북쪽 방향으로 뻗어 나가다가 안성 칠장산에서 한남, 금북으로 나눠지는 산줄기를 의미한다.
한남금북정맥은 '산경표'(山經表)의 1대간 1정간 13정맥 중 하나로 속리산(俗離山)에서 칠장산까지 정맥 마루금 길이는 158.1km이며, 13개 정맥 가운데서 65km인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 다음으로 짧은 산줄기에 해당한다. 한남금북정맥을 분수계(分水界)로 하여 충주시 달천과 보은군 보청천 · 청주시 미호강(옛 미호천)이 각각 남한강과 금강으로 흘러든다.
속리산(1058m) · 갈목재(390m, 지방도 제505호선 통과) · 말티재(구 국도 제37호선 통과) · 새목이재(신 국도 제37호선 통과) · 탁주봉(530m) · 구봉산(506m) · 구룡산(549m) · 국사봉(589m) · 선도산(547m) · 산성고개(지방도 제512호선 통과) · 이티재(360m) · 구녀산(493m) · 좌구산(657m) · 칠보산(551m) · 모래재(국도 제34호선 통과) · 보광산(539m) · 행태고개(국도 제36호선 통과) · 보현산(482m) · 소속리산(431m) · 망이산(454m) · 수레티고개(중부고속국도, 지방도 제329호선 통과) · 칠장산(492m, 한남정맥 · 금북정맥 분기) 등으로 이어진다.
한남정맥(漢南正脈)은 한북정맥(漢北正脈)과 함께 각각 한강의 남쪽과 북쪽 유역의 분수계(分水界)를 이루는 산줄기이다. 칠장산에서 김포 문수산까지 정맥 마루금의 길이는 180km에 이른다.
금북정맥(錦北正脈)은 칠장산에서 남하해 충청남도 태안반도 안흥진까지이며 295㎞에 이른다.
백두대간을 하며 갈목재와 말티재, 새목이재는 넘거나 공부해 눈에 익은 곳이다.
중부고속도로 죽산 나들목으로 나와 칠장사 아래로 향하는 길에 느낀 것은 인간들이 체계적으로 집요하게 산야를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대형 물류센터를 짓는 현장이 줄을 이었다. 값싼 산지와 천수답을 사들여 엄청난 크기의 건물을 짓고 있었다. 창고 대여업을 하는 곳도 많았다. 앞의 골프장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산허리를 툭툭 자르는 일을 예사로 벌이고 있다.
정맥 종주를 하는 이들의 산행기를 보면 그들 역시 한탄과 울분을 삼키고 있었다. 이윤이 굴러가는 바퀴에 맞설 수는 없으니 그저 속을 태울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칠현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폭신폭신한 길이다. 모두들 만족해 한다. 좌우로 아래를 바라볼 수 있다. 나무들이 있지만 듬성듬성해서다. 이렇게 편안한 산길이 또 있었던가? 분기점에서 2km 밖에 안된다. 칠현산 앞에 마지막 내려가는 길이 약간 거칠긴 했지만 다행히 완전히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하는 길은 아니었다. 안부로 이어져 있었다.
해서 일행은 칠현산 정상에 아주 편안하게 이르렀다. 잠시 쉬며 하산 루트를 정했다. 출발하기 전 칠현산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내려오다 칠장사로 향하는 길은 없었다. 칠현산 오는 길 중간에 사유지인 듯 철조망을 세워 막아놓은 구간 때문이 아닌가 짐작했다.
칠장산 쪽으로 되짚어 올라 칠장사 내려가는 코스로 가는 방안도 거론했으나 된비알이 심할 것 같다는 생각에 접었다. 대신 나와 하늘길이 빨리 내려가 칠장사에 주차한 차를 갖고 내려와 산바람 형을 태우고 다시 주차장 올라가 형의 차 찾아 내려오는 방안을 생각했다.
칠현산 정상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올망졸망한 산들의 그리메를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른 이들은 주목하지 않던데 덕성산(506m)에 이르고 많은 야트막한 산들이 이어지는 모양이다. 덕성산은 경기도와 충청북도 진천의 경계를 이룬다.
명적암은 꽤 조망하는 맛이 있는 암자인줄 알았는데 산을 거의 내려와 펑퍼짐한 자리에 산막을 들여놓은 수준이었다. 멋대가리 하나 없었다.
6.7km인가 하는데 2시간 반이 채 걸리지 않았다. 10시쯤 시작해 12시 반쯤 끝냈다. 가성비 끝내준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방도로까지 내려와 뒤를 돌아보니 산에서 보이지 않던 하늘길이 어느새 따라온다. 근처에 좋은 식당들이 꽤 있었는데 칠현산 정상에서 예약한 산마루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걸으니 금세 칠장사가 나온다.
하산 지점에 갔더니 마침 일행도 도착했다. 이렇게 빨리? 이런다. 산바람 형을 태우고 다시 반복해 모든 일행 수거한 뒤 산마루 식당으로 향했다. 다시 한번 인간이 얼마나 집요하게 산야를 훼손하는지 목격했다.
산마루 식당은 토요일 점심이라 사람이 제법 많았다. 묵은지닭볶음탕과 순두부 백반 시켜 맛있게 먹었다. 막걸리를 마시길래 더덕향 막걸리를 마셔보라고 주문했더니 막걸리도 아니고 이상하다는 반응들이다.
점심을 다 먹고 나오니 오후 1시 반. 카카오내비는 중부가 막히는지 이천 양지 쪽으로 안내한다. 지리산 말로는 안성에 골프 치러 갔다오는 길은 이렇게 안내한단다. 성남시 상대원동 쪽으로 들어가 올림픽 대교로 한강을 건너 건대입구에 지리산과 하늘길 내려주고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니 3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회사 선배의 딸 손연주 변호사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겠다 싶어 프레스센터로 향했다. 방탄소년단 컴백 공연 난리 통에 손 변호사는 하객들이 식장에 못 올까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영국 BBC에서 그 안타까운 심정을 보도했다. 나도 시민언론 민들레 기사에 손 변호사 얘기를 실었다.
집에 돌아와 BTS 공연을 실시간으로 봤다. 개인적으로 '스윔'과 '애니멀'이 좋았는데 '보디 투 보디'는 아리랑 가락이 들어간 것이 특이했을 뿐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규 5집 '아리랑' 가운데 여러분이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그리고 한 가지 특기할 사항. 절을 바라볼 때 오른쪽에 마을이 하나 보이는데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묵언 마을. 내가 들어가야 할 곳이라 느꼈다. 검색해보니 전남 여수에도 있고 양평 단월에도 있다고 나온다.
4월 정기산행은 제천 금수산이다. 2007년 우리 산악회에서 갔는데 난 당시 과테말라 출장 중이라 빠졌다. 청풍명월을 즐기는 산행인 만큼 폭발적인 회원들의 참여를 기대해 본다.
5월 정기산행은 지리산이다. 지리산이 칠현산 오르며 5 16에 골프 시작해 10 26에 멈춘다는 골프 속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공교롭게도 5월 정기산행은 16일 시작한다. 가장 좋은 계절에 가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칠현산 높이도 516.2m다.

첫댓글 역시, 산과 문화 사회적 사건까지.. 잘 읽었습니다.. 다음달에 좋은 산행!
역시, 산과 문화 사회적 사건까지.. 잘 읽었습니다.. 다음달에 좋은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