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때 송반이란 사람이 있었다 송반은 女色을 멀리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는 건장한 데다 미남이었다 그가 굳이 여색을 밝히지 않는다 하더라도여인네들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많은 사람임에도 여자들을 멀리해오히려 그의 인품을 높이 샀다 그런데 충청도 진천 출신으로 영의정을 지낸 바 있는유정현 대감은 송반을 자식처럼 아끼면서 자신의 집에 기거하도록 했다유대감에게는 송반 또래의 아들이 있었는데 장가간 지 얼마되지 않아 요절을 하였다 유대감에게는 이제 일곱 살 난 둘째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들을 가르칠 사범이 필요하던 차였다 마침 송반에 대한 얘기를 전해들은 유정승은 특별 과외 선생격으로 송반을 집으로 들였던 것이다 송반은 정승의 둘째 아들을 친동생처럼 보살펴 주며 글을 가르쳤고 정승에게도마치 친부모처럼 섬기며 생활하였다 유정승은 그를 아들처럼 아끼고 사랑했다 마치 죽었던 큰 아들이 살아온 것 같은 착각을 할 때도 있을 정도였다. 송반은 아주 사랑스럽고소중한 사람이었다 세월은 빨라 송반이 대감의 집에 온 지도일 년이 다 지날 무렵이었다 때는 꽃피는 춘삼월 파릇한 새싹이 돋고온갖 꽃들이 앞 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렸다 이 파릇한 봄날에 아무리 여색을 멀리한다는 송반인들 심중을 굳게 한다는 것은 의지일 뿐이지 목석이 아닌 바에야 송반인들 무감할 수가있을까? 그도 인간인 것을 어느 날 저녁 송반은 마음도 달랠 겸 집 뒷산인 낙산에 올랐다 십만 인구가 산다는 장안을 둘러도 보았다 집집마다 살구꽃이 활짝 피었다 그런데 이 어찌된 일인지 송반이 서 있는 맞은편 멀리한 여인이 서 있는데 꽃인지 사람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이 화사하였다 그 여인은 몸도 움직이지 않고 곳곳하게 서서송반만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감히 어느 집 여인이 저리 무례하게 낯 선 남정네를눈 한 번 깜짝 않고 바라보고 있단 말인가 미인임에는 틀림없지만 참으로 괴이한 일이로다 자세히 보니 그 여인이 서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자신이 기거하고 있는 유정현 대감의 집이었다 바로 유대감의 며느리 였던 것이다 그 여인도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었다 남편의 요절 이후 자식 없이 청상과부로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비록 한 집에 머물러 있었지만 송반은그녀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남녀가 유별하고 수절을 하고 있는 여인이니 감히 서로 얼굴을 마주 볼 수 조차 없는 일이었고 가까이에도 접근하지 않았다 송반은 재빨리 눈길을 돌려 버렸다 그리고 낙산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대감집 며느리는 그게 아니었었던가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