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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불명목(死不瞑目)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는 말이다.
死 : 죽을 사(歹/2)
不 : 아닐 불(一/3)
瞑 : 저물 명(日/10)
目 : 눈 목(目/0)
저물 명(瞑)은 눈이 어둡거나 눈을 감는다는 뜻이다. 눈을 감는 것이 명목(暝目)인데 편안한 죽음을 가리키기도 한다. 너무 참혹한 광경을 맞닥뜨렸을 때나 민망할 정도로 아니꼬워 차마 볼 수 없을 때는 눈을 뜨고도 볼 수 없다.
반면 죽으면 눈을 감아야 할 텐데 죽어서도 감지 못할 때가 있다. 어린 자녀를 두고 떠나는 부모 마음처럼 마음에 맺히고 근심이 되어 편히 죽을 수가 없을 때를 말한다.
여기에서 나아가 큰일을 이루려는 목전에 죽음이 찾아오면 마음 편히 맞이할 수가 없는 경우도 뜻하게 됐다.
중국 삼국시대(三國時代)는 후한(後漢)이 멸망한 후 위오촉(魏吳蜀)의 세 나라가 정립했던 시대다. 이 시기 영웅들의 흥망성쇠를 14세기에 나관중(羅貫中)이 흥미진진하게 꾸민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후세까지 모두 읽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서진(西晉)의 역사가 진수(陳壽)의 정사 삼국지(三國志)를 바탕으로 했음은 물론이다. 이 책의 오지(吳志)에 등장하는 손견(孫堅)이 한 말 중에서 잔악무도한 동탁(董卓)을 물리쳐야 한다며 이 성어를 썼다. 다른 말로 사불폐목(死不閉目)이라고도 한다.
손견은 후일 오(吳)를 세우는 손권(孫權)의 부친이다. 황건(黃巾)의 난 토벌에 공을 세운 무장으로 한 지역의 태수로 있을 때 동탁이 권력을 잡고 횡포를 부렸다.
동탁은 여포(呂布)를 수하에 두고 왕을 폐한 뒤 자신이 재상에 오르는 등 안하무인이었다. 손견이 원술(元述)과 연합하여 동탁을 치려할 때 동탁이 사람을 보내 회유했다.
자신과 화친하면 아들에게 원하는 자리를 주겠다고 하자 손견은 벌컥 화를 냈다. 잔악무도한 동탁이 조정을 뒤엎었는데 이를 멸하지 않으면 '내가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다(則吾死不瞑目)'고 소리쳤다.
사람이 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죽는 것을 고종명(考終命)이라 하여 오복(五福) 중의 하나로 쳤다. 걱정거리를 자손에 남기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도 조용히 눈 감기를 원한다.
평시에 악업을 멀리 하여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정도의 한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또한 건강을 유지하여 죽는 것도 모르고 죽음을 맞이하는 치매(癡呆) 등 중병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는 물론 의료제도의 완비가 앞서야겠지만 말이다.
▶️ 死(죽을 사)는 ❶회의문자로 죽을사변(歹=歺; 뼈, 죽음)部는 뼈가 산산이 흩어지는 일을 나타낸다. 즉 사람이 죽어 영혼과 육체의 생명력이 흩어져 목숨이 다하여 앙상한 뼈만 남은 상태로 변하니(匕) 죽음을 뜻한다. 死(사)의 오른쪽을 본디는 人(인)이라 썼는데 나중에 匕(비)라 쓴 것은 化(화)는 변하다로 뼈로 변화하다란 기분을 나타내기 위하여서다. ❷회의문자로 死자는 '죽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死자는 歹(뼈 알)자와 匕(비수 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匕자는 손을 모으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死자를 보면 人(사람 인)자와 歹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시신 앞에서 애도하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다. 해서에서부터 人자가 匕자로 바뀌기는 했지만 死자는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모습에서 '죽음'을 표현한 글자이다. 그래서 死(사)는 죽는 일 또는 죽음의 뜻으로 ①죽다 ②생기(生氣)가 없다 ③활동력(活動力)이 없다 ④죽이다 ⑤다하다 ⑥목숨을 걸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망할 망(亡)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살 활(活), 있을 유(有), 날 생(生)이다. 용례로는 죽음을 사망(死亡), 활용하지 않고 쓸모없이 넣어 둠 또는 묵혀 둠을 사장(死藏), 죽음의 원인을 사인(死因), 죽는 것과 사는 것을 사활(死活), 사람이나 그밖의 동물의 죽은 몸뚱이를 사체(死體), 죽음을 무릅쓰고 지킴을 사수(死守), 죽어 멸망함이나 없어짐을 사멸(死滅), 죽어서 이별함을 사별(死別), 죽기를 무릅쓰고 쓰는 힘을 사력(死力),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서로 저버리지 않을 만큼 절친한 벗을 사우(死友), 죽을 힘을 다하여 싸우거나 목숨을 내어 걸고 싸움 또는 그 싸움을 사투(死鬪), 죽음과 부상을 사상(死傷), 수형자의 생명을 끊는 형벌을 사형(死刑), 태어남과 죽음이나 삶과 죽음을 생사(生死), 뜻밖의 재앙에 걸리어 죽음을 횡사(橫死), 참혹하게 죽음을 참사(慘事), 쓰러져 죽음을 폐사(斃死), 굶어 죽음을 아사(餓死), 물에 빠져 죽음을 익사(溺死), 나무나 풀이 시들어 죽음을 고사(枯死), 죽지 아니함을 불사(不死), 병으로 인한 죽음 병사(病死), 죽어도 한이 없다는 말을 사무여한(死無餘恨), 죽을 때에도 눈을 감지 못한다는 말을 사부전목(死不顚目), 죽을 고비에서 살길을 찾는다는 말을 사중구활(死中求活), 죽는 한이 있어도 피할 수가 없다는 말을 사차불피(死且不避), 죽더라도 썩지 않는다는 뜻으로 몸은 죽어 썩어 없어져도 그 명성은 길이 후세에까지 남음을 이르는 말을 사차불후(死且不朽),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이라는 말을 사생지지(死生之地), 다 탄 재가 다시 불이 붙었다는 뜻으로 세력을 잃었던 사람이 다시 세력을 잡음 혹은 곤경에 처해 있던 사람이 훌륭하게 됨을 비유하는 말을 사회부연(死灰復燃), 죽은 뒤에 약방문을 쓴다는 뜻으로 이미 때가 지난 후에 대책을 세우거나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죽고 사는 것을 가리지 않고 끝장을 내려고 덤벼든다는 말을 사생결단(死生決斷), 죽어서나 살아서나 늘 함께 있다는 말을 사생동거(死生同居), 죽어야 그친다로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을 사이후이(死而後已)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瞑(감을 명, 잘 면)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눈 목(目=罒; 눈, 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冥(명)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瞑(명, 면)은 ①(눈을)감다 ②(눈이)어둡다 ③(눈이)멀다 ④먼눈(시력을 잃어 보이지 않는 눈), 소경(눈동자가 없는 장님) 그리고 ⓐ자다(면) ⓑ아찔하다(면) ⓒ(약에)중독되다(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잘 숙(宿), 잘 매(寐), 잘 침(寢), 잘 면(眠), 졸음 수(睡)이다. 용례로는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함 또는 그 생각을 명상(瞑想), 눈을 감음 또는 편안한 죽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명목(瞑目), 해질 무렵의 어둑어둑한 빛을 명색(瞑色), 고요히 눈을 감고 앉음을 명좌(瞑坐),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함을 명현(瞑眩),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는 말을 사불명목(死不瞑目) 등에 쓰인다.
▶️ 目(눈 목)은 ❶상형문자로 사람의 눈의 모양이다. 처음엔 보통 눈과 같이 가로로 길게 썼는데 나중에 세로의 긴 자형(字形)으로 변한 것은 글이 세로 쓰기인 데 맞춘 것이다. ❷상형문자로 目자는 '눈'이나 '시력', '안목'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目자는 사람 눈을 그린 것으로 갑골문에 나온 目자를 보면 사람의 눈과 눈동자가 잘 표현되어 있었다. 본래 目자는 가로로 쓰였었지만, 한자를 세워 쓰이는 방식이 적용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目자는 눈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보다'나 '눈의 상태', '눈'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러나 眞(참 진)자나 鼎(솥 정)자처럼 솥을 생략할 때 目자가 쓰이는 예도 있으니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目(목)은 (1)예산(豫算) 편제 상의 단위의 하나. 항(項)의 아래 절(節)의 위 (2)생물 분류학(分類學) 상의 단위의 하나. 강(綱)과 과(科)의 가운데임 등의 뜻으로 ①눈(감각 기관) ②눈빛, 시력(視力) ③견해(見解), 안목(眼目) ④요점(要點) ⑤옹이, 그루터기(풀이나 나무 따위의 아랫동아리) ⑥제목(題目), 표제(標題) ⑦목록(目錄) ⑧조목(條目), 중요 항목 ⑨이름, 명칭(名稱) ⑩그물의 구멍, 눈 ⑪우두머리, 두목(頭目) ⑫품평(品評), 평정(評定) ⑬보다, 주시(注視)하다 ⑭일컫다, 지칭(指稱)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눈 안(眼)이다. 용례로는 직접 자기의 눈으로 봄을 목격(目擊), 안경낀 사람의 변한 말을 목사(目四),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실제적 대상으로 삼는 것을 목표(目標), 책 따위의 기사의 순서를 목차(目次), 눈 인사를 목례(目禮), 눈으로 셈함을 목산(目算), 눈으로만 가만히 웃는 웃음을 목소(目笑), 눈병을 고치는 데 쓰는 약을 목약(目藥), 오는 사람을 바라보고 맞음을 목영(目迎), 어떤 사물을 주의해서 봄을 주목(注目), 전에 비하여 딴판으로 학식 등이 부쩍 늘어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봄을 괄목(刮目), 공부할 지식 분야를 갈라놓은 것을 과목(科目), 낱낱의 조나 항을 항목(項目), 사물을 분별하는 견식을 안목(眼目), 서로 미워함을 반목(反目), 형식 상 표면에 내세우는 이름이나 구실을 명목(名目), 사람이나 사물이 어떠하다고 가리키어 정함을 지목(指目), 물품의 명목을 품목(品目), 좋지 못한 집단의 우두머리를 두목(頭目), 눈은 물건을 잘 보지만 자기의 눈 속은 보지 못한다는 말을 목단어자견(目短於自見), 고무래를 보고도 그것이 고무래 丁자인 줄 모른다는 말을 목불식정(目不識丁),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딱하거나 참혹한 상황을 이르는 말을 목불인견(目不忍見), 눈으로 책을 알지 못한다는 말을 목불지서(目不之書), 눈으로 부리고 기세로 부린다는 말을 목사기사(目使氣使), 눈으로 먹고 귀로 본다는 말을 목식이시(目食耳視), 눈초리가 다 찢어진다는 말을 목자진열(目眥盡裂),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일만 생각하는 계책이라는 말을 목전지계(目前之計)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