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패치와 껌, 금연침에다 ‘담배의 해악’을 스크랩해놓고 혀를 깨무는 독기까지 동원해 금연을 시도한 게 몇 번째인가. 근래에도 줄담배로 인한 후유증으로 다시 금연을 결심하려다가 번뜩 떠 오른 역발상(逆發想)이 있다.
“담배 맛있게 피우기!”
실시 3일째인데 엄청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신체와 세상의 순리(順理)를 따르는 방법이란 생각도 든다. 담배 맛이 더 좋아져 ‘니들이 이맛을 알아?’ 하는 애연가로서의 자부심을 높일 뿐 아니라 ‘줄담배 습관’을 버리게 된 것이다. 금연하려는 스트레스가 없어졌고 머리가 맑아졌으며 노곤함도 사라졌다. 하루 한갑반-두갑을 피우다가 하루 10개피를 넘지 않게 되었다. 이러다가 ‘담배를 안 피울 수도 있겠다’ 싶다.
나처럼 담배 때문에 안팎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흡연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고 금연을 원하는 흡연자를 위한 ‘사단법인 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KSA)’의 프로그램으로 제시하고 싶다. 사회의 눈총을 받고 있는 KSA가 흡연자, 비흡연자 모두를 위한 좋은 사업을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내가 곰곰이 짜낸 ‘담배 맛있게 피우기 10가지 수칙’. 마침 5월 31일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금연도전에 연달아 실패한 흡연자들과 공유해본다.
1. ‘끊는다’는 생각 버리기.
2. 담배 맛이 느껴져 맛있게 피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참을 수 있다!
3. 줄담배에선 담배맛을 모른다. 1시간, 2시간, 3시간 간격으로 넓혀 나간다.
4. 흡연 시간 간격이 길수록 담배 맛이 좋다!
5. 흡연 간격을 늘려 나가는 재미도 있다! 1시간을 넘기면 다음 시간까지 기다린다.
6. 기왕이면 좀 더 참으면서 가장 맛있게 피울 수 있는 식사시간 직후까지 기다린다.
7. 새벽과 취침 전 담배는 노곤함과 가래를 더해주므로 삼간다.
8. 거리와 산중금연. 금연자들의 냄새에 대한 역겨움을 생각한다.
9. 담배는 차분하게, 느긋하게 음미하면서 피어야 맛있다.
10. 음주 시에도 더 맛있게 피우고, 후유증을 없애기 위해 시간 간격을 준수한다.
첫댓글 매우 공감이 가는 얘기네요. 한가지 첨언을 한다면, 니코틴과 타르 함유량이 적은 순한 담배로의 전환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 글을 읽고 삼십년전 끊은 담배맛이 기억난다.
^^
내 딴에는 대단한 발상이자 결단이라고 페북, 블로그 다 올리며 자랑스러워했는데 집사람과 애들은 시큰둥...그래도 나한텐 중요한 발견으로 흡연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ㅎㅎ... 가해자와 피해자의 차이... 집사람과 애들 이해된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