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쭙잖게 산악회 회장을 맡으면서 그냥 내게 지워진 짐을 부서지지 않게, 떨어뜨려 깨지지 않게, 잘 지고 가야지 하는 일념뿐이었지요. 그 일념이 내겐 많은 부담으로 남겨질 때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산악회 운영을 취미 삼아 재미로 하지 않고 무슨 일하듯이 한다고 집사람으로부터 핀잔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게 30년 몸에 밴 나의 타고난 팔자인데 어찌하겠습니까. 하지만 뒤돌아보니 나도 모르게 흘린 것, 부서뜨린 것, 떨어뜨려 깨뜨린 것 투성이었습니다.
한 가지 사실은 산행 안내 글 한번 올리는데 썼다가 지우고 하며 수많은 시간과 날들을 보낸답니다. 모두를 보담으려는 마음이겠지요. 내가 쓴 산행 안내글들이 길었지요? 마음 하나하나를 여백에 담다 보니 자꾸만 늘어지더라고요. 길어서 안 읽는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좋다는 친구가 더 많아 내 생각대로 적기로 했었지요.
새벽녘 눈이 떠지면 머리맡 물컵에 손이 가듯 산행이 끝나면 또 다음 산행 안내를 위해 메모 앱에 메모하며 들쑤시기가 일쑤였습니다. 산행 안내글을 쓰고 고치기를 매일 또 매일. 안내 글 하나 쓰는데 쓰고 고치고 또 고치고 쓰고 난 후 최종 글의 교정은 집사람의 몫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산행 안내글에 천착했습니다.
예쁜 글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고, 마음에 닿는 글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 줄 거라는 믿음이 안내글을 쓰는 나를 더욱 힘들게 했는지 모릅니다. 그냥 가식 없이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답니다. 진정 어린 마음의 글을 옮겨 적으려는 몸부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산행 중 나의 거칠었던 말이나 안내글로 인하여 마음에 상처받은 친구들 있으면 너그러이 헤아려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맙겠습니다.
가장 힘들었든 건 처음 코로나19로 인하여 산행 취소 글을 올릴 때는 원망과 슬픔으로 고통의 시간이 웅크리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산행 취소와 코로나 대유행으로 모두가 고통받고, 전국적인 이슈가 된 대구 경북이 오버랩 될 때는 왜 하필 경북이야 하며 주체할 수 없는 아픔으로 눈물이 그렁 그렁 했습니다. 여린 성정 탓 만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회장이 산길도 잘 모르고 운영이 미숙하여 핀잔을 들을 땐 설움에 독주로 아픈 마음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부족해서 죄송했어요.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공백기도 많이 있었지만 4년 동안 친구들 덕분에 즐거웠던 게 더 많았습니다.
회장이 산길이 어두워 교대로 산행을 안내해 준 나병태(이하 존칭 생략), 나기덕, 조중립, 김종진, 이기출, 김수겸(이백준 님) 친구들 그리고 바쁜 일과 중에도 물심양면으로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김용환 동기회장. 감사한 마음 고이 간직할게요.
그리고 안내 글을 쓰면서 글쓰기도 많이 배웠습니다. 때때로 글쓰기에 고언을 아끼지 않았던 박인기 교수에게 고맙다는 말 보내고 싶습니다. 또한 매번 따뜻한 메시지로 격려해 준 안상국 교수, 지금은 고인이 된 법해 최수모 친구의 곰살맞은 위로의 글도 잊지 않을게요.
그리고 안내문 보낼 때마다 어김없이 희생과 봉사에 수고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준 김주 대표님과 저 멀리 점촌과 김천에서 항상 격려의 글을 보내 준 산돌 전제훈 교장선생님과 이상종 교장선생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사정상 동행은 못해도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조광일, 김판석, 김의준, 김학수, 현경렬, 안상국, 정영수, 여창환, 박태식, 이근구 (빠뜨린 친구 있으면 미안해요.) ....많군요. 감사드려요. 고마웠어요. 그때.
산행 후 "이번 뒤풀이 비용은 내가 내면 안될까?" 슬쩍 물어보며 부담해 준 친구들 그리고 은퇴 후 생활을 뻔히 아는데 "골프 한번 안 치면 돼" 하며 기꺼이 뒤풀이 비용을 부담해 준 박용배 회장 그 외에도 뒤풀이 비용을 부담해 준 박인기(이하 존칭 생략), 조중립, 박종각, 이응탁, 김진옥, 김수겸, 김종진, 김주, 이응희, 나도 있군요. 하나하나 이름을 모두 열거하지 못하여 미안하며 그 손길 모두 고마웠습니다. 또한 어려운 가운데서도 산악회 운영을 위해 찬조금을 내 주신 추대엽, 고재두 친구들 고마워요.
그리고 이응탁 회장의 저서 "지혜 WISDOM"를 출간하여 우리에게 무료로 배부해 주었고 우리는 박수로 책 출간을 축하해 준 기억도 있습니다.
그리고 산악회를 위해 도움을 청하려고 불쑥 손 내밀 때 거절하지 않고 응해 준 친구들 고마웠습니다. 그로 인해 회원 모두가 즐거웠습니다. 복더위 7월의 보신 산행시에 보신 식사와 고급 한우로 아싸! 띵까 띵까 하면서 입도 호강하고 더위도 달래고 술잔에 흥을 부어 마시니 어찌 좋지 않았겠습니까. 한 사람의 호의로 많은 친구들이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권순열, 김판석(익명을 당부했는데 죄송) 두 친구들 정말 고마웠습니다. 아울러 인천 문학산 산행시에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주)대경특수공업의 남영희 이사님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 건 산행 중인 21명을 집으로 초대하여 직접 빚은 콩 칼국수로 대접하신 김귀옥 님(박종각 어부인)의 콩 칼국수가 때론 그리워지기도합니다. 베풀면 복으로 돌아온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동안 동부인하여 산행길에 즐거움을 뿌려 준 김종태 부부, 이응탁 부부, 김수겸 부부, 박종각 부부, 박용배 부부, 이응희 부부, 여창배 부부, 김종진 부부, 이선홍 부부. 감사했습니다. 모두 건강히 그리고 알콩달콩 하며 백년해로를 빕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한 분이 있습니다. 산행길에 먹으라고 쑥떡, 인절미, 장떡, 그리고 수많은 고향이 묻은 반찬들을 새벽잠 설치며 만들어 보내 준 조중립 회장 어부인(안귀순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여성 회원으로 빠짐없이 산행에 동행함은 물론 배낭에 음식을 가득 채워 와서 나눠 먹게 하고 때론 등산 수건, 양말 등을 나눠 주시던 김초 김정석 님의 모습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15년이 되도록 변함없이 묵묵히 산행 길의 순간의 동정을 사진으로 담아 내는 한여사에게도 친구들을 대신하여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산악회의 히어로는 산행에 동행하며 파안대소도 하고 힘든 가정사 얘기 나누며 서로 위로하고 걸었던 친구들과 형수님 여러분 모두입니다. 감사합니다. 고마웠습니다. 친구야 형수님 그리고 가족과 더불어 행복하게 지내길 비네.
끝으로 부족한 나를 도우려 기꺼이 자진하여 총무를 맡아 수고해 준 이성배 친구에게는 너무 고맙다고 해야할 것 같아요. 긴 산행에서 짧은 시간을 할애하여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인 "雜學情談" 코너를 만들어 수고해 주셨기도 합니다. 수고했어,성배!
그리고 초대 조형원 회장을 거쳐 2023년 부터 새로이 시작하는 8대 여창배 회장단에도 지금 보다 더 큰 지원과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한 번 외쳐보고 싶군요. 지난해 7월 산행시에 보내온 안상국 교수의 격문이기도 합니다.
"송설 산악회 영원하시라!!"
이제 나는 편안한 자유를 누리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2023년 1월 13일
이 선홍 드림
첫댓글 친구야! 가끔 생각하는 선홍친구야! 감동적인 ":산악회장 이임의 변"을 두번 세번 읽었다네!
친구가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송설 산악회가 영원하기 위해서 고분 분투한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구려!
2916 친구들의 건강을 위해 정말 수고 많았네
이제 잠시 무거운 집을 내려놓고 편안한 자유를 누리면서 8대 여창배회장단의 성공을 빌어 보면서. 2916 산악회원들 모두 새해 복많이 받길 빕니다
고향 김천에서 이상종
멀리에서도 학창 시절의 정을 잊지 못하고 보내 주는 이 교장의 관심과 격려에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감사하다는 말 외에 무슨 말이 필요 하겠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회장님 부부가 수고 많았어요,항상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항상 친구들을 위해 건강 정보를 제공해 주는 노고에도 감사드립니다.
산악회를 위해 애쓰신 부부의 봉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회장을 중심으로 한 이끌음의 힘이 많은 친구들에게 알게 모르게 큰 동력이 되어 함께 가는 삶을 이룬 게지요.
지방에서 새벽차 타고 서울로 가서 드물게 산행에 동행해 보면 한덩어리로 움직이는 2916 산악회의 힘을 한껏 느끼고 피곤함도 잊고 돌아오곤 했답니다.
그 기운의 원천에 회장단의 보이지 않는 고뇌와 노력이 있어서였습니다.
그동안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리고, 앞으로 매이지 않는 행복을 맘껏누리고 건강하길 합장합니다.
감사합니다. 산돌께서 보내 주시는 격려에 많은 힘을 얻어 걸었습니다.
"매이지 않는 행복"
예쁜 글입니다.
그 행복을 찾아 문경 방문도 그려 봅니다.
늘 즐거운 한 해가 되시길 빕니다.
봄꽃과 함께올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의 실감을 기대해 봅니다.
아! 이 글을 이제야 읽습니다. 이회장의 강한 책무감과 세세한 정감으로 산행과 사람에 두루 마음을 다 쓰는 모습이 행간마다 배어납니다.
2916 산악회 일을 감당하는 동안 우리를 스쳐갔던 온갖 애환의 일들을 소상하게 불러내어, 그것을 지금은 오로지 감사의 마음으로 기리는 모습이 오래 가슴에 남습니다.
사연과 함께 이름을 모두 불러 감사의 정을 헤아렸군요. 이 글월은 또 얼마나 공을 들여 적었는지요! 다정함이 도드라지는 이회장의 면모입니다. 우리 모두도 이회장께 감사를 드립니다.
박 교수님!
감사했어요.
항상 옆에 있어서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어젠 2월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참석은 못 하였지만 또 산행 후 친구들에게 뒤풀이 비용을 부담해 주셨더군요. 모두가 능이버섯 오리 백숙으로 즐겼습니다. 늘 고마워요.
어젠 평 회원으로 참석한 산행이 나에겐 잔잔한 행복이 넘실 거렸습니다. 나의 최고의 하루였습니다. 너무 좋았어요.